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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Jan 13. 2021

슬픔 없는 세상은 지옥일지도 모릅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어떤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아는 깊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있는가, 내게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고통의 공감은 일종의 능력인데,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모르는 고통에는 공감하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한심한 한계다. 경험한 만큼만, 느껴본 만큼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고통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의든 타의든 타인의 고통 가까이에 있어본 사람, 많은 고통을 함께 느껴본 사람이 언제 어디서고 타인의 고통에 민감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202) 


신형철 작가의 말대로,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유일한 방법은 작게나마 불행을 직접 겪어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슬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같은 슬픔을 공감할 줄 알고, 공감한 사람은 슬픔에 빠진 자를 위로한다. 위로받은 자는 다시 일어서며 점점 성숙하고 단단해진다. 모든 종교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고난이 축복이다’라든지 혹은 ‘고통은 값진 경험이다’라는 말도 어떤 면에서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러니 만약 내가 인생에서 고통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다면,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의 고통을 함께 마주하고 기꺼이 용기를 내어 슬픔의 자리로 나아가는 공부를 해야 한다. 때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마음이 괴롭고 불편해지더라도, 슬픔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머무르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꼭 필요하다.

공감의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본다. 첫째는 존중이고, 둘째는 관심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존중하면 자연스럽게 공감의 시도를 하게 되어 있다. 내가 존중하는 대상이 겪고 있는 슬픔에는 더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항상 존중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인격체를 존중의 마음으로 대하고자 노력하면,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쉽게 외면하거나 흘려버리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인 ‘관심’ 은 ‘진짜 고통이 뭔지 몰라서’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다른 이들의 삶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보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가져야 한다. 나와 비슷한 사람과만 소통하려 하지 말고, 나와 다른 성별, 다른 직업, 혹은 전혀 다른 삶의 패턴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요즘 어떤 경험을 하고 어디에서 좌절감을 느끼는지에도 조금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럼 살면서도 별로 슬픔을 겪을 일이 없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고통 가까이에 머물 기회도 허락되지 않을 땐 어떻게 슬픔을 공감할 수 있을까? 그럴 땐 책과 영화를 통해 슬픈 주인공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면 된다. 문학과 예술은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공감하고, 인간을 치유하고 위로하기 위해 생겨나고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실전 외에 우리가 가장 공감을 익히기 쉬운 곳이 바로 책이나 영화 속이다. 소설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나는 철학자가 된다. 나만의 인생철학을 정립해 보기도 하고, 화자에 나의 삶을 빗대어보며 그를 공감하고 역으로 공감받기도 한다. 간접적인 그 경험을 통해서나마 우리는 누군가의 고통을 단 한 방울이라도 음미하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장을 덮고 나서, 때때로 현실에서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누군가를 용서하게 되기도 한다. 그 작은 공감의 공부와 실천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답게 하며, 비로소 온전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고통과 슬픔 안에만 계속 머물러있다면 독이겠지만, 고통을 충분히 경험하고 언젠가 잘 극복해내기만 한다면 우리는 놀랍도록 성숙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슬픔을 모른다면 기쁨도 제대로 누릴 수가 없다. 따라서 슬픔을 공부하고 공감을 배워간다는 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꽤나 가치 있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도 어딘가에서 고통과 슬픔을 느끼고 있을 심장들에게 박수와 위로를 보낸다. 공감할 줄 아는 당신이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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