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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Oct 05. 2021

글을 쓰지 않았던 날들.

프롤로그 1

글을 꽤나 쓰지 않았다. 


1년동안 여행을 하면서 쓰던 글들을 백업하지 않아 날아갔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로 글을 쓰기도ㅡ 보기도 싫어졌다. 누구를 탓하겠나, 백업을 하지 않은 나의 잘못임을 알기에 더 억울했다. 툭치면 눈물이 쏟아질 것 만 같았지만 꾸역꾸역 참아냈다. 울지 않으면 내가 썼던 글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잘 버티면 왜인지 나에게 돌아올 것만 같았다.

100프로 완성도로 치면 거의 60프로 이상, 즉 절반 이상의 글이 공중분해가 된 것이다. 가족과 친구들 누군가 나에게 글 잘 쓰고 있어?라는 는 안부를 물을 때 면, ‘아니. 모든 게 망가져버렸어.’ 라고 당장이라도 고백하고 싶었지만 항상 나오는 대답은 ‘응, 그럭저럭.’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나의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보았다. 데이터를 살릴 수 있는곳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백업전문으로 하는 가게에 수 십 번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같은 대답이었다. '방법이 없다'라는 말.


글이야 쓰면 그만이지만..그 때의 그 순간, 그 곳에 있던 나의 감정들 또한 같이 증발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사실을 마주하기 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몇 개월을 방황을 했다. 내 자신이 정확하게는 미웠다. 너무 강렬하게 미워서 숨을 몇 번이고 참곤 했다. 숨을 참는 시간 만큼 고통도 같이 참아 지길 바랬다. 


여행을 하며 잃어버린 기억들이 꽤나 있다. 브라질에서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했을 때 나, 케리어를 통째로 도난 당했을 때, 안에 있던 몇 개월간의 메모리가 날아가기도 했다. 그때 마다 좌절 스러운 마음은 똑같지만, 잃어버린 기억이 있는 곳에는 다시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마음으로 그곳을 볼 때면 기쁨은 두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시점, 전세계적으로 돌고있는 이 질병, 코로나, 인류 역사에도 남을 이 시기는 나를 한 없이 우울하게 만들었다. 기약이 없기 때문이었다. 


애지중지하며 가져왔던 기억들은 현실의 우울함에 퇴색되기 마련이었고, 급격하게 느껴지는 우울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오랜시간 동안 여행을 하며 한국에서 만나지 못했던 오래된 친구와 점심을 먹었던 날. 코로나로 모든 만남이 조심스러웠던 날. 집에 돌아와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웠던 날. 하얀 조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에 노란 스탠드 조명을 켰던 날. 아무렇지 않은 하루를 보냈던 여느 때와 다름없던 날. 그날 나는 침대에 누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수 개월간 눈물을 참아 내오던 내 시간이 무력할 만큼 쏟아냈다. 


몇시간 동안이나 울다 멈췄다 를 반복하다 내린 결론은. 날아간 기억은 돌아오지 않지만 남겨져 있는 기억이라도 소중히 남겨보자라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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