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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기쁨 Nov 18. 2020

어렸던 나의 시선과 지금


경주하면 떠오르는 것이 '불국사'라면 어렸을 때 꽤나 수업에 집중을 했던 학생일 것이다. 역사시간에 어김없이 나오는, 초등학교를 걸쳐 중학교를 지나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쉬지 않고 나온다는 경주의 불국사.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으로 갔던 경주. 그중에서도 필수코스라 불리는 불국사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지 않았다.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나 한 반에 45명쯤 되는 아이들이 16반 정도 있었으니, 이 아이들이 한 곳을 방문하기엔 너무나 작았던 불국사. 그래서인지 나는 '어디'를 들어가기 위한 '줄'을 서있던 기억이 그곳을 '관람'한 기억보다 더 진하고 선명하다. 기다리면서 친구들과 떠드는 것도 이내 지쳐, 다리가 아프다는 불만이 자꾸만 터져 나왔던 곳. 그랬던 곳인데 누군가 그곳이 가을 단풍이 예쁘다는 말을 했고 나는 그 말을 또 우연히 접했다.


그 우연이 나를 이끌어 4천 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그곳은 내 기억과 많이 달랐다. 정확히는 모든 게 새로워서 충격적이었다. 물론 절에 대한 지식을 잘 모르는 나는 그냥 쓱쓱 둘러보며 '이런 곳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였지만 생각보다 크고 더 넓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경주의 가을은 이제 막 시작이었다는 점. 다른 지역에서 단풍이 떨어져 앙상한 나무들을 보며, 벌써 겨울인가 했는데, 이곳은 단풍이 진하게 물들어있었다. 이렇게 까지 빨갛게, 노랗게 물들 수 있을까 하며 한참을 걸었다. 햇빛을 따라 걷다 눈 앞에 있던 의자에 앉았다. 앞에는 바람이 일체 불지 않아 잔잔한 연못으로 산에 단풍들이 비치는 게 투영되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뻐 햇빛이 넘어갈 때까지 오래토록 앉아있었다.


이 '불국사'라는 곳은 나의 어린 시선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단풍들을 보며 너무나 좋아 이 곳이 예쁘다고 말했던 그 누군가를 찾아 보답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경주, 불국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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