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고래 Jan 24. 2024

책이 보내준 여행

책아, 고맙다.

"책이 나오고 나면, 책이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몰라. 그래서 책은 꼭 냈으면 좋겠어."


책 쓰기에 주저하는 우리들에게 글쓰기 선생님인 김재용 작가님이 하신 말씀이다. 글쓰기는 좋지만, 책 쓰기엔 관심이 없던 나는,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던 나는 시큰둥했다. '블로그에 내가 쓰는 글들도 책처럼 마찬가지인걸, 꼭 책으로 만들지 않고 블로그에만 써도 블로그 글이 나를 여러 사람들과 만나게도 하고 꿈을 이루게도 한다고요.' 소심하게 속으로 외치기도 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독립출판 책을 한 권 내게 되었다. 잘 쓰지 못하는, 부족하기만 한 내 글을 독립출판 책으로 조차 낼 자신감은 없었지만, 니콜언니와 소보로 형부, 그리고 함께하는 꿈친구들의 권유에 못 이기는 척 출판을 하게 된 것이다.


책을 독립출판 플랫폼인 인디펍에 입고를 시켰다. 때마침 인디펍에서 영풍문고와 '독립출판 기획'으로 영풍문고 종로점 베스트셀러 옆에 독립출판물 12종을 나란히 전시를 한다고 했다. 그중 내 책 <마흔, 나를 빛내는 시간>도 선정되었다. 그리고 3월 한 달간 영풍문고 종로점과 경기도, 광주 등 5군데 서점에 전시가 된다.  


사실 오프라인 대형서점에 책이 진열된다는 것은, 정식 기획출판을 했다고 해도 경험해 보기 힘든 일이다. 하루에도 수백 권의 새로운 책이 쏟아져 나오고,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나, 유명한 작가가 쓴 책, 또는 마케팅비를 많이 쓰는 책들이 매대에 진열되기 때문이다.


1인 출판사의 대표로 독립출판 책 한 권을 기껏 세상에 내어놓은 나 같은 초보 작가에게는 정말 영광스러운 일이기에, 내 책을 만나러 광주로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까지 온 가족이 출동하기에는 부담스럽고 남편과 단둘이 일요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갔다가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광주에 도착해서는 버스로 이동을 했다. 남편과 둘이 카카오맵과 구글맵, 그리고 블로그에 검색을 해가며 영풍문고를, 그리고 아울렛을, 시장을 알차게 찾아다녔다. 하루 만에 이렇게 여행이 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것은 내 책을 만난 감동 그 이상으로 얻은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 선물이었다.


제주로 이주해 온 지 10년 차, 육지로 여행을 가는 일은 정말 단단히 마음을 먹고 한번 나갈 때 길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주 다니지 못해 왔었다. 그리고 고스란히 제주 살면 육지를 잘 못 가서 힘들다고 징징대기만 했었는데, 역시 그 모든 것은 내 생각이었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다.


"여보, 이렇게도 여행이 가능하네. 우리 앞으로도 자주 육지 여행 다니자. 다음번엔 어디로 갈까?"


첫 책을 쓰고 나니, 다음책이 또 쓰고 싶어지는 것처럼. 책이 나를 데리고 다닌 여행을 하고 나니 또 어디로 갈지 다음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물론, 책이 나를 진짜 여행만 시켜준 건 아니다. 책 덕분에 북토크를 경험해보기도 했고, 내 책을 읽고 너무 감동했다는 독자에게 선물도 받아보고, '작가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려보기도 했다. 작가님이 말한 여행이란 바로 이런 경험일 것이다. 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절대 해보지 못했을 경험, 그냥 '나'가 아닌 '작가'로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경험들 말이다.


글을 쓰고, 책을 내고 하는 경험들은 모든 것이 꿈속에 있는 듯한 여행들이다. 하지만, 깨면 없어지는 꿈이 아니라, 현실로서 존재하는 꿈. 어제 하루종일 꿈길을 걷다 왔는데, 오늘은 또 현실 속에서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같은 일상 속에서도 노트북 앞에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은 다시 꿈속에 있는 것만 같다. 그러니 자꾸 쓰고 또 쓴다. 나의 설레는 다음 여행을 위해서!

작가의 이전글 드라마는 언제 보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