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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베카 Jun 21. 2024

질투와 관대함, 그 사이

- 나는 안 관대하다.

  브런치에‘만’ 글을 올리고 있을 당시, 먼저 출간계약을 한 예비 작가들이 그렇게도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출간 작가가 되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에 합격한 게 엊그제 일이었으나 브런치 작가 합격은 통과 지점일 뿐, 나의 최종 종착 지점은 아니었다.     


   이혼이야기로 인기글에 오르고 출간 계약을 했다는 모작가의 글을 매번 굳이 찾아 읽으며, ‘허, 참. 이런 글이 출간되다니.’라는 혼잣말을 하곤 했다. 이런 글과는 질적으로 격인 다른 나의 글이 뽑히지 못하는 것을, 세간의 안목이 낮은 것으로 치부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여차저차 세월이 흘러 내 글이 책으로 출간되었고, 나는 그 작가를 잊었다. 이후 몇 년이 지나 문득 다시 그 작가의 브런치에 들렀을 때, 나는 충격을 받았다. 작가의 딸이 브런치에 글을 올린 것이다. 엄마가 암으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고. 딸은 브런치에 부고의 글과 함께 그간 엄마의 글을 읽고 사랑해 주신 독자들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남겼다.     


  아. 뭐?     

  나는 얼마나 부끄럽고 미안했던지.

  고인이 된 그 작가의 출간을 쌈박하게 응원해주지 못했던, 당시 가난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웠다.


  인생사, 뭐가 이래? 알 수 없는 억울함도 올라왔다. 내가 겁나 질투했는데, 당당하게 출간하고 세간에 인기도 얻고 북토크도 하시고 건강하게 잘 사셨어야지. 이게 뭐야...     

 생전 일면식도 없는 그녀에게 나는 무슨 짓을 했던 걸까. 아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이 감정은 도대체 뭐야...     


  내 방에서 혼자 북 치고 장구 쳤던, 이제는 고인이 된 그녀에게 나 혼자 마구마구 던졌던 내 질투의 덩어리들.

  그때 내가 잠시 너무 부러워서 미쳤었나봐.

  이 마음을 어찌할꼬. 


  돌이켜보니 너무 미안한데, 그땐 또 그렇게 행동한 것이, 딱 내 수준이었던 거다.     

  대학, 취업, 결혼, 출간. 이 마디마디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부러워했던가.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쪼그라들곤 했었다. 그만큼 세상을 보는 시야도 좁아졌다.

  간장 종지만큼이나 작아지는 내 마음. 

  절대 풀 수 없는 실타래만큼이나 꼬이던 내 마음.      


  근데, 이게 또 초심자들의 마음이리라. 이제 시작하는 초심자들이, 어떤 목표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어디가 끝인지 알 수도 없는 터널에서 막막하게 오늘도 내일도 꾸역꾸역 내 방법이 맞는지 그른지도 모른 채, 그것을 하고 또 해야 하는 우리네 초심자들이, 어떤 것을 이미 통과해 낸 사람들처럼 관대하기까지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초짜들은 예민하고, 질투하고, 경계한다. 궁했던 그것을 구하고 난 뒤에야 ‘에이, 뭐 이거 별 거 아니었네.’할지라도. 스스로 그 지점에 닿기 전까지는 그 누구의 조언도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나의 가난했던 마음. 

  그리고 지금도 뭔가를 구하는 마음.

  나는 이 내 마음 또한 존중하고 지지하기로 했다.     


  물론 나도 관대하고 싶다. 세상만사 이치를 깨달은 자 인양, 이거 해 보니 별 거 아니더라며 자자 지금부터 내 이야기를 들어보게 라며 어떤 무용담을 털어놓는 이야기꾼의 통달함을 장착하고프다.     


  하지만 나는 방법을 모른다.

  오늘도 꾸역꾸역. 

  우리 아들내미, 지겨운 연산 문제 풀 듯. 그렇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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