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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Feb 02. 2024

도전하는 즐거움

가슴 뛰는 나의 꿈 이야기, 희망이든 챌린지

장애물을 만났다고 반드시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면 돌아서서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벽에 오를지, 벽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또는 돌아갈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라.

가슴 뛰는 나의 꿈 이야기, 희망이든 챌린지

글머리의 인용구는 미국의 전설적인 농구선수. 갑작스러운 농구 은퇴 후 17개월 간 야구 선수에 도전하였다가 결국 다시 농구로 돌아왔지만 야구를 했던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던 마이클 조던의 말입니다. 그가 보여준 여러 행보를 비추어볼 때 느끼는 바가 더 크고 많은 말인 것 같아 한 구석에 적어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제가 쓰고 있는 글도 '도전'에 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 우선 희망이든 챌린지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제주영송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진로직업 경진대회로 올해 제3회가 되었습니다. 진로직업교육은 특수교육, 특히 중등 과정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목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으며, 꽃이자 열매라고 불리는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지요. 특수교육 정책 차원에서도 많은 제원이 투입되고 성과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는 영역입니다. 


때문에 다양한 경진대회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진로드림 페스티벌'로 교육부에서 주최하고 4대 권역(수도권, 충청권, 경상권, 호남권) 거점 교육청에서 돌아가며 추최를 맡아 전국에서 선발한 학생들이 실력을 겨룹니다. 또한 장애영역별 진로직업 경진대회는 해마다 시도 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왕중왕을 가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지도교사의 자격으로 참여한 저도 전국대회 1등 한 입상자와 겨루면 이길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이런 대회가 가지는 장점도 분명히 크고 많기 때문에 이러한 전국 규모의 기능경진대회가 지속되고,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대회에 출전하거나 또는 입상하는 학생들은 매우 소수라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각 학교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모여 시도 대회를 치르고, 여기서 입상한 우수한 학생들이 전국에서 겨루는 방식이지요. 


어쩌면 대다수의 특수교육 대상자들에게는 이러한 직업경진대회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저 멀리의 어떤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커피드립백 종목에 참여하는 고등학교 학생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도전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면 어떨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시도대회, 전국대회는 못 가지만 교내 대회에서는 모두가 대표선수가 될 수 있으니까요.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출전하여 겨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도 분명 특수교육이 지향하는 한 지점일 것입니다. 


우선, 모두가 참여아혀 도전하는 대회라면 마땅히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어야 할 것입니다. 모두에게 참여의 기회를 준 것은 바람직하지만 학생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했거나 겨우 한 두 번 경험한 것을 종목으로 내세운다면 그건 오히려 학생들에게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국대회에서 항상 보는 종목은 정해져 있습니다만 그중 '전기배선'영역이나 '가죽공예'같은 영역은 단기간에 쉽사리 배울 수 있는 영역은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전국대회의 룰을 가져와 그대로 적용한다면 그건 오히려 역효과가 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정한 종목은 커피 드립백 제작하기, 볼펜 조립하고 포장하기, 모형 분류하고 포장하기 3 영역입니다. 우선 커피 드립백과 조립, 포장은 우리 학교 직업교육과정에 명시된 정규교육과정이기 때문에 대회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지도가 되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또, 특수교육 진업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코어가 되는 핵심 5대 기능 '조립, 분류, 측정, 포장, 운반'이 모두 포함되도록 과제를 구성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커피 드립백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원두 20g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내포장지와 외포장지를 분류할 수 있어야 하며, 분해의 역순으로 조립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밀봉해야 하는 방식으로 포장과 제작한 드립백의 운반까지 5대 영역을 모두 다룰 수 있도록 과제를 구성하였습니다. 

희망이든 챌린지에 도전하고 있는 휠체어 학생

물론 당연히 도전에 장애 영역에 따른 제한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발달장애 학생이든, 지체장애 학생이든, 휠체어를 이용하든 관계가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의 영역에서 준비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대회 당일, 학생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선생님의 시작 구호에 맞춰 시작하고 20분 알람이 울리면 작업을 그대로 중단합니다." 안내 사항을 이야기하는데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입니다. 대단히 잘해서가 아니더라도 그간 갈고닦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입니다. 


어떤 학생들은 20분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제를 완수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런 학생이 3명 이상 나왔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가 없습니다. 마라톤과 같은 방식입니다. 1등, 2등, 3등은 비록 정해졌을지 몰라도 나와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수 천명의 마라토너가 달리는 마라톤 경기를 보면 앞에 있는 사람도 뒤에 있는 사람도 의식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나 자신과의 싸움일 뿐입니다. 


주어진 과제를 끝까지 완수하려는 나의 의지. 때로는 너무 힘들면 보조 인력의 도움을 살짝 받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 학생들의 성취를 확인하는 유익한 시간임에 분명합니다. 이것이 바로 성장참조평가 아니겠습니다? 


의외의 모습을 보는 학생들이 꽤나 있습니다. 평소 학습태도와 생활 모습을 볼 때 이 정도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는데, 제법 진지하게 20분을 채우려 도전하는 모습입니다. 학생들의 색다른 모습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희망이든 챌린지, 우리 학교에서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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