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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킴 Oct 25. 2015

흔한 새댁의 일탈 여행 (ii)

영화속을 거닐다. - helsinki


슬로우. 슬로우? 슬로우!

일본영화 카모메식당은 20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보고 있는 영화중 하나이다. 나를 북유럽 핀란드로 가게한 이유 이기도 한 이 영화는 떠나기전 많은 기대와 설렘을 갖게 해주기도 했다. 이 영화에 관련되어 올라온 글들이 많이 있어서 내 글을 보는 사람들은 자칫, 또? 헬싱키하면 카모메밖에 없나? 하겠지만 나는 영화이야기 보다는 그 감성에 집중하고 싶었다. 영화의 장소를 찾아갈때도 장면들을 떠올리며 걷고 그 사람들이 행복할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찾곤했다.



일본유학 당시 카페를 가거나 점심을 먹으러 가면 항상 어느한쪽 구석이나 창가자리에 앉아 혼자서 느린 점심을 먹는 일본사람들이 나에겐 참 인상적이게 다가왔었다. 느림의 미학이랄까? 그런 모습들이 핀란드에서도 비춰져 일본과 닮아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더 핀란드라는 나라에 끌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해변가 카페에서 여유롭게 햇빛을 즐기는 장면이 나왔던 카페우르슬라에 먼저 도착했다. 트램으로 1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나는 친구들과 40분 정도를 천천히 걸으며 갔다. 산내음 나는 공원을 거닐기도했고 트램길을 따라가기도 하며 단조로운 건물들 사이에 있는 예쁜 샵들을 만나기도 했다. 큰공원을 지나 탁트인 해변가를 봤을땐 영화속에 있는듯한 착각이 들만큼 나에게 더 큰 로망으로 다가왔다. 잔디에 여유로이 거니는 공작새들 마저도 핀란드 스럽다는 의미를 부여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앉았던 곳을 어렴풋이 기억하며 비슷한 곳을 찾아 앉았다. 광합성이 강하게 내리쬐는 벤치에 앉으니 시원하게 부는 바람이 이마를 때리기도 하고 바다위 반짝이는 빛에 눈도 제대로 못떴지만 어느 잡지인터뷰에서 이민호가 핀란드에 대한 느낌을 미지의 나라같다고 표현했었던 그 말 처럼 내게도 똑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느리게 평온하고 모든 고민이 없어보인다고 해야할까? 마음의 풍요로움이 그대로 느껴졌다. 우리나라 강원도나 제주도 해변가 카페들과는 전혀 다르게 풍겨지는 분위기에 한참을 감탄했었다. 내가 가보고싶은 곳으로 가자고 배려해준 친구들도 너무 좋다며 그렇게 1시간 가량 앉아 사진도 찍고 짧은 수다를 떨며 온전히 여유를 만끽했다.



조금 더 여유를 부리고 싶었지만 친구 한명이 스웨덴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와 급하게 카모메로 향했다. 카모메식당으로 가는길이 생각보다 외져서 조금은 놀랐지만 나의 구글맵 덕분에 무사히 40분만에 걸어서 도착할 수 있었다.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들처럼 영화에 나왔던 모습은 남아 있지 않아 아쉬웠지만 북유럽 다운 인테리어에 한쪽벽면을 일본느낌이 물씬나게 꾸미고 시나몬롤은 영화속 비주얼 그대로 만들어 나가고 있어 카모메식당의 감성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음식을 먹는동안 동양인 관광객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부산스럽지 않았고 일본관광객이 많은 나라만큼 핀란드에서 바라본 일본인들은 이 나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모습이었다. 그래서 전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듯 닮은듯한 일본인과 핀란드인의 유니크한 일상이 나에겐 부러움을 자아낼 정도로 점점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한국도 점점 슬로우한 일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옛날만큼 바쁘게 살지 않지만 이곳처럼 일상에 여백이 많다면 우리나라도 모두가 좀 더 행복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조금은 초딩스러운 꿈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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