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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치아야 Mar 10. 2021

 내 마음 속 내면아이 어루만져 주기

 모든것은 나로부터

요즘 딸아이와 자꾸 부딪힌다. 겨우 잡아왔던 생활습관이 이런저런 이유로 무너지면서 공부를 안하려는 아이와 조금이라도 시키려는 엄마인 나 사이에서 신경전이 오간다. 그리고 2학년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행동이 느릿느릿 한걸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 그래서 결국 오늘 엄청 혼을 내고 말았다. 딸아이는 많이 울었고, 나도 마음이 아팠다.

내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이인데 왜 이렇게 화가 날까?를 곰곰하게 생각해 보았다. 답은 나와있었다. 내 안의 내면아이가 그동안 받았던 상처가 곪아 버린것이다. 얼마전에 친정을 다녀왔는데 그때 친정엄마가 한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았다. ‘ 얘를 뭐 이렇게 키웠노.’ , ‘얘를 잘 못 키웠네!’ 그 당시에는 언제나 지적하고 잠시도 참지 못하시고 나쁜 점만을 콕콕 집어 내시는 친정엄마에게 반항하기 위해 오히려 엄마께 대들었지만 오늘은 자꾸만 ‘진짜 내가 얘를 잘 못 키웠나?’라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나 또한 점점 엄마처럼 잠시도 참지 못하고, 계속 화를 내고 아이에게 명령하며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라는 자리가 너무 버거웠다. 아이의 공부습관도 다 내몫, 생활습관도 다 내몫. 아이 아빠는 참 다정하지만 그런 전체적인 아이의 습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기본적인 것들은 해야지 싶어 공부를 시키다가도 아이가 힘겨워하면 안되니까 공부량도 조절하고, 영어는 어떻게, 수학은 어떻게, 글쓰기 지도도 시켜야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왜이렇게 밥을 느리게 먹을까, 왜 이렇게 정리를 할 줄 모를까, 정말 내가 잘못 키운걸까? 자꾸만 자책하게 되고 마음이 답답해 졌다.

참 착한 아이인데,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동생과도 잘 놀아주고, 말도 예쁘게 하고, 공부도 곧 잘하면서 친구랑도 잘지내는 어디하나 흠 잡을 때 없는 아이인데도 항상 내 마음에 어딘가 부족함이 보였다. 칭찬해주면 버릇나빠질까봐 칭찬은 일절하지 않았던 친정엄마의 영향인 걸까? 매일 밤마다 아이를 울렸던 일을 후회하며, 머리를 쓸어올려주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정말 미안해. 엄마가 이렇게 사랑하는데...

그럼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듯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말해준다. 나를 꼬옥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알고 있다. 우리 아이는 자꾸만 혼내면 오히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본인도 어찌할바를 모르는것을 나는 알고 있다. 오히려 예쁜말로 칭찬해주며 아이를 대하면 말도 잘 듣는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만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게 된다. 어릴적 내가 엄마에게 들었던 비난들을 아이에게 고스란히 하고 있는 것이다.

두 아이가 사이좋게 내 곁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는 자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감사한일인 것을 나는 아마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 그리고 내 안의 내면 아이가 상처투성이인것을 알지 못했나 보다. 늘 우리를 위해 희생하며 본인은 옷 한벌 사입지 않으셨던 엄마도 어린나이에 육아를 시작하며 삶이 힘겨우셨겠지. 엄마를 탓하지는 않는다. 단지 나쁜점들을 닮고 싶지 않다. 우리 아이에게는 따뜻한 말로 어루만져주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지금부터 하면 된다고 말해주어야지. 그리고 나에게도. 잘하고 있다고, 참 힘들겠다고 위로해주며 내 안의 아이를 토닥여주고 어루만져 주어야 겠다.

감사한 점들만 생각하려고 다짐한다. 엄마가 우리에게 베풀어주셨던 감사한 일들에 집중하다 보면 어쩌면 점점 치유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을 글로 적어보다보면 내 안의 화도 사라질 것 같다. 나 또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나를 엄마로 만들어 준 우리딸에게 늘 감사함을 느껴야겠다. 이렇게 감사일기를 적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해소가 되니 참 감사하다. 내 안의 상처에만 집중하느라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깜빡했다. 나는 참 많이 사랑받고 있고, 내 주변은 온통 고마운일들이 가득한데...

항상 좀 더 너그러운 엄마가 되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리고 내 안의 화를 잘 다스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시 명상을 시작하려 한다. 모든것은 나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를 좀 더 겸손하게 만들어 주는 우리딸이 내곁에 있어서 감사하다. 늘 나를 사랑으로 꽉 끌어안아주는 가족들이 있어서 오늘도 나는 한뼘 더 커나갈 수 있다. 나에게 또 내 가족에게 오늘도 내일도 어제도 감사하다.



주어진 모든것에 감사합니다.




                     마음이 치유되는 엄마의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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