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딸아이는 미술학원과 무용학원을 다녀왔다. 커리큘럼도 재미있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 그 시간이 좋아서 학원가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했다. 엄마인 나 또한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코로나로 학교를 자주 가지 못한 아이에게는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곳이었고, 둘째 출산으로 지친 나에게는 잠깐의 소중한 휴식시간이었다. 선생님들께서도 오랫동안 다닌 딸을 예뻐해주시고, 어린아기를 키우는 나를 많이 배려해 주셨다. 덕분에 워킹맘이었을때에도, 지난 코로나 시기에도 잘 버텨낼 수 있었다. 참 그 인연이 감사하다. 하지만 이제는 2학년이 되었기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알아본 곳이 줄넘기 학원과 영어 학원이었다. 기존 학원을 그만두기 싫다고 버티는 아이를 설득해서 함께 줄넘기 학원과 영어학원에 상담을 갔다.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 하지 않는 성격 덕분에 아이는 두 학원들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고, 빨리 수업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리 저리 머리를 싸메고 학원 스케쥴을 조율했다. 차량운행을 해주는 곳이 줄넘기 학원 뿐이어서 영어 학원을 먼저 갔다 줄넘기로 넘어 온 뒤 피아노 학원을 가면 괜찮을 것 같았다. 일주일에 2번 가는 피아노 학원 선생님께 연락을 해서 시간변경에 대해 상의를 하고, 차량 문제로 수업을 조금 일찍 마쳐야 하는 영어 학원에 상담해서 시간을 조금 조정하고 얼추 스케쥴이 완성되어 갔다. 문제는 기존 학원 선생님들께 이 사실을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 였다. 너무 감사한 분들이기에 인연의 끝맺음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거기다 이번달은 이미 학원비를 결제한 상태여서 당장 그만둘 수도 없었다. 아이에게도 이미 학원비를 냈기에 4월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두었고, 새로운 학원에도 4월부터 시작할 수 있을것 같다고 말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아이가 당장 줄넘기와 영어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성화다. 기존 학원을 끊는게 아쉽기는 하지만 하루 빨리 새로운 학원에서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과 수업을 받고 싶단다. 난 아직 미술과 무용학원 선생님들께 죄송해서 말도 못 꺼냈는데, 요 꼬맹이는 이미 새로운 학원에 대한 기대로 신이 나 있다니. 어찌보면 다니기 싫다고 하는 것보다 다행인 일인데, 이 모든것을 주관해 나가는 나는 머리가 아팠다. 차마 전화로 전할 수가 없어서 카톡으로 사정을 말하고 그만둔다 전하니 두분 선생님께서는 매우 아쉽다는 답장을 해주셨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하는 것을 잘 못하는 내 성격상 이 정도 용기내어 전달한 것도 참 기특한 일이었다. 한번 시작하면 길게 가지고 가는 스타일인지라 첫째때는 아이챌린지라는 학습지도 남들 1,2년 할때 4년 정도를 함께한 나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마무리는 서로 얼굴보면서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한손에는 롤케잌을 들고 아이와 함께 마지막 수업을 들으러 갔다. 선생님들께 작별 인사를 하는데 왠지 울컥한 심정이 들었다. 선생님들께서도 매우 아쉽다며 언젠가 서하가 또 하고 싶다고 하면 다시 보내달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정말 뜻밖에도 선생님들께서 먼저 환불 이야기를 꺼내주셨다. 사실 4주 중 2주를 다닌거라 지금 그만 두면 손해가 있긴했지만 차마 꺼내지 못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선생님들께서 먼저 말씀을 꺼내주시며 그 자리에서 바로 환불을 해주셨다. 며칠을 고민했던 문제가 너무나 쉽게 해결이 되었다. 환불 이야기를 꺼낼까 말까, 말했을때 흔쾌히 해주실까? 물론 학원 규정상 환불은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왠지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불편했던 나는 고민하고 또 고민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웃으면서 해주시다니. 내가 그동안 괜한 고민을 한 것 같았다. 우리 남편은 고민이 많은 나에게 늘 ‘그게 왜 고민이야? 그냥 말하면 되지.’ 라고 말하는데, 오히려 고민이 없는 남편이 하는 행동들이 좋은 결과를 불러 올때가 많은것을 보면서 늘 신기했다. 고민해봤자 딱히 해결방법도 없다. 이미 해결방안은 나와있는데 고민하는 것은 시간낭비요, 감정낭비였다. 머릿속에서 혼자 고민해봤자 실제로 부딪히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따라올 수가 없다. 학원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자 머릿속에 있던 먹구름이 걷히는 기분이었다. 어쩜 이리도 다들 감사할까. 난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재주가 있나보다. 아, 우리아이가 인복이 많은걸까? 아무튼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의 마지막 수업을 기다리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가게에 들어가서 그동안 먹고 싶었던 히레카츠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아, 너무 맛있다. 기분도 홀가분하고, 음식도 맛있고,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늘 고민이 많아지고, 걱정이 깊어진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사실 별일 아니다. 걱정이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오늘부터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기로 다짐해본다. 주어진 모든것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