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 요정님ㅣAX디자이너
이 글은 아래 작업에 대한 제작기이다.
https://www.behance.net/gallery/84674975/Samsung-Fire-Marine-Insurance-Brand-Photography
2018년 여름.
학교 선배의 추천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인연도 얽혀 있기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기대감, 설렘, 불안감 등 만감이 교차하는 일상이 시작됐다. AX(Advance brand eXperience, 이하 ‘AX’)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면서, 내가 목표로 했던 것은 주어진 일 안에서 ‘나다움’을 찾는 것이었다. 브랜딩이 브랜드의 ‘브랜드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듯이, 나 역시 일 안에서 ‘나다움’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화재의 디자인 에센스가 담긴 포토그래피 작업 안에서 브랜딩과 함께 성장한 나의 이야기를 풀어보자 한다.
이직 직전까지 다니던 회사는 플러스엑스 영상팀과 YG ent.에 계셨던 분이 운영하시던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였다. 주된 업무는 엔터테인먼트 디자인과 브랜딩. 내가 맡은 일은 엘범재킷 편집과 패키지 업무 그리고 브랜딩 쪽이었는데, 현장에서는 밤낮 구분 없이 일했다. 당시에 메인 컨셉 디자인뿐만 아니라 촬영 현장도 자주 드나들었는데, 사진이 어떻게 촬영되고 어떻게 전달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실생활에서 봐오던 영화 포스터나 화보 컷들이 어떻게 디자인되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하고 경험하였다.
(연예인도 직접 보고 현장에서 찍은 사진으로 작업도 하고 꽤 즐거웠었다)
포토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이미지는 원본으로 전달받았고 보정 작업을 시작으로 이미지 톤, 구도, 합성의 과정을 거쳐 그 이후에 디자인을 시작한다. (이때 포토샵 스킬이 굉장히 늘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기에 그에 맞게 디자인도 순발력 있게 이뤄져야만 한다. 아티스트와 직접 대화하며 더 의미 있고 깊이 있는 이미지 컨셉을 정하고 디자인하기까지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때론 아티스트와의 교류가 있지만 드물다) 의미심장한 이미지 '한 장' 보다는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 '백 장'이 시장성이 있기에 좀 더 의미가 깊고 고민을 요하는 일을 계속 갈구했던 것 같다.
소규모 스튜디오에서의 경험을 간직한 채 AX디자이너가 됐을 때는 뭐든 할 수 있을 거라 자신만만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운영(maintenance) 업무를 진행하면서 삼성화재라는 브랜드를 파악하고 디자인의 포인트를 파악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그 포인트를 찾는 데 있어 포토그래피 시스템 구축 작업이 큰 도움이 됐다. 글로 된 컨셉과 전략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에 접근하는 것이 브랜드를 이해하기에 더 수월했다.
이미지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더 빠르게 전달한다.
따라서 애매모호하거나 해석의 여지가 많은 상황을 최대한 배제하고, 정확하고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삼성화재 포토라이브러리를 통해 임직원 누구나 쉽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민한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 그 이상의 발전(Advance) 과정을 소개한다.
우리는 단순히 이미지를 보정하고 디자인 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성격에 맞는 스타일을 구축해 그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 까지를 목표로 삼는다. 스타일을 새롭게 바꾸기 보다 ‘긴 호흡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미지를 정확하게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삼성화재가 기존에 수립해 놓은 BX 전략을 토대로 시각화해야 할 요소들을 도출해야 한다. ‘좋은 보험’을 추구하는 삼성화재의 브랜드 에센스를 기반으로 그에 맞는 핵심가치를 어떻게 이미지에 녹일 수 있을지 고민해 이미지와 컬러에 대한 톤(Tone)을 설정했다.
이미지 리서치
보험업에 관련된 사진을 직접 찍으면 최적의 상황이겠지만, 수많은 카테고리를 전부 촬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스톡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톡 이미지의 방대한 아카이빙 안에서 디자인 표현 원칙에 따라 인위적이지 않은 분위기에 적합한 이미지를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카테고리당 수백 아니 수천 장을 일일이 체크하며 ‘이거다!’ 싶은 이미지를 찾아내더라도 모두를 만족시키는 과정 또한 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오랜 기간 이미지를 스터디하고 서칭하되, 상호 협의를 바탕으로 디자인 표현 원칙을 준수하는 데 집중했다.
디자인에 정해진 답은 없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감대를 만들 수는 있기 때문이다.
컬러 톤
삼성화재가 지향하는 ‘좋은 보험’을 환기시키는 차분하고 포근한 느낌의 이미지 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브랜드 성격을 표현한 밝고 명료한 컬러 톤을 조율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프로젝트 과정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고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쌓아온 스킬을 펼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이미지는 서로 각기 다른 컬러 톤을 갖고 있다. 때문에 모든 이미지를 일관된 컬러 톤으로 만드는 작업은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한데 모아 놓고 봤을 때 조금이라도 색감이 맞지 않으면 자칫 전체 톤을 해칠 위험이 있었다. 한 장의 사진으로 기준을 잡기에는 명도, 색조, 채도, 조명, 색상 비율 등 세부적인 요소가 상이해 정량화 할 수도 없었다. 전체 사진의 톤을 조율하는 디자이너의 감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일관된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한 단순 맞춤 작업이 아니라, 사진 리소스 디자인에 대한 이해력과 세밀한 조정 능력을 요구하는 AX 디자인 작업이었다.
이미지 톤
이미지 톤은 앵글, 초점, 구도, 인물, 사물에 대한 보정이 필요하다. 특히 인물에 대한 보정은 매우 까다롭기 마련이다. 삼성화재는 국내 시장, 내국인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인 모델이 적합하다. 하지만 실제 스톡 이미지 가운데 인물 사진은 외국인 모델이 주로 많다. 그래서 사진의 톤은 살리되 외국인을 한국인으로 대체하거나 보정을 통해 이목구비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개별 사진의 아름다움보다 전체 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이미지를 조절하고, 이미지 간의 조화로움을 살리는 방향으로 구체화했다.
아이콘 제작기에서 다뤘던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포토그래피 결과물에도 적용된다. 임직원들이 업무 시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가 한 두 장뿐이라면 매번 반복적으로 소비될 것이며, 몇 달 뒤엔 더 이상 활용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각 카테고리마다 넉 장 이상 피사체와 무드가 다른 사진을 구성했고, 마침내 포토 라이브러리는 총 227컷의 사진으로 최종 마무리되었다.
임직원들이 포토 라이브러리를 통해 이미지를 활용하는 곳은 내부 문서를 포함해 고객 접점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매체가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브랜딩 전략을 통해 지정된 가이드대로 적용되기는 쉽지 않다.
직접 사용하는 담당자의 취향, 이미지가 활용되는 맥락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AX 디자인은 업에 밀착된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며, 브랜드가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한다.이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브랜드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학습시키는 효과가 있다.
개개인의 취향이 우선시 되는 것이 아닌 브랜드에 맞는 이미지를 저절로 인식하고 내재화하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브랜드 전략일 것이다.
평소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대학 시절 학기마다 사진 수업을 들을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촬영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과 카메라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그리고 좋은 사진을 판단하고 이해하고 보정하기까지의 과정들이 즐거웠다.
좋은 사진은 사진작가의 고난도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다. 때로 유명 사진작가가 찍은 아이 사진보다 그 아이의 부모가 찍어주는 사진이 더 진실되게 느껴져 높이 평가받을 때가 있다. 브랜드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일이니까 하는 작업이 아닌 브랜드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 그 자체가 AX 디자이너의 진정(眞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