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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Sep 02. 2019

다양한 경험으로 인생을 디자인하다

#요리 #디자인 #브랜딩 #공동체 #임동한디자이너




안녕하세요. 다양한 경험으로 인생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임동한입니다.

사실 직업적으로 브랜드, 광고 등의 수식어를 달기에는 경력들이 짧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시선의 높이가 삶의 높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얼마 살지 않은 삶이지만 제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을 공유하려 합니다.

#디자인

저는 제 전공인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대학은 수능 성적에 맞춰서, 그중 끌리는 학과 이름에 지원했는데요. 그게 ‘컴퓨터디자인학과’였습니다. 저는 노트북이나 컴퓨터처럼 외형적인 “산업디자인”을 하는 곳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시각디자인’을 배우는 과였더라고요… (눈물) 정말 난감했습니다. 살면서 그려본 건 졸라맨이 전부였거든요. 데생과 소묘 그리고 크로키까지, 입시 미술을 하던 친구들과 경쟁을 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학교에 적응을 못 하고 공부보다는 알바를 훨씬 재밌게 했습니다.


제 인생의 첫 일은 요리였습니다. 원래도 요리를 좋아했는데 약간의 재능도 있었거든요. 친구들과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이 행복했기 때문에 요리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요리


VIPS에서 제 요리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야채 손질하고 고기 굽고 튀기고…  요리보다는 조리에 가까운 일을 하다 보니 칼질과 일머리는 느는데 요리에 대한 저의 갈망은 해결이 안 되더군요.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에 레스토랑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게 되는데… (눈물)


음식물 쓰레기 처리, 청소, 설거지, 갖은 잡다한 일들을 도맡아 하는 와중에 어깨 너머로 소스 만드는 법과 파스타 만드는 법 등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대학교 1학년이 순식간에 지나가더군요.



#다시, 디자인


그런데 다시
디자인에 흥미를 조금씩 갖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전역 후 대학교에 복학하면서부터일 것 같습니다. 복학하고 후배들과 같이 수업을 듣게 되다 보니 후배들보다는 잘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구글링도 많이 하고 서울이나 대전 등에 열리는 전시회란 전시회는 다 갔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디자인에 대해서 즐기게는 되었습니다.


그런데… 실력이 없더라고요. 머릿속으로 만든 디자인은 말도 안 되는 마스터피스 급인데 제 손으로 실제 만들고 있는 것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작품이었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더더더더” 많이 그려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보면서 실력을 키워갔던 것 같아요. 정말 그 당시로 돌아가면 다시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이 했습니다.

 


#갑분호 (갑자기분위기호주)

그런데 제가 갑자기 호주에 가게 됩니다.



호주에 이민 간 친구에게 연락을 받고 너무 가고 싶은 거예요.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워킹홀리데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고, 3달 만에 별다른 계획 없이 모아둔 400만원 딱 들고 호주로 출발합니다. 영어도 못 한 채로 말이죠.


호주에서 일을 구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처음 시작한 일은 청소였습니다. 오후 6시에 출근해서 새벽 6시에 퇴근을 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이었어요. 2인 1조로 한 명은 청소기를 백팩처럼 매고 한 명은 걸레와 대걸레를 들고 …. 청소를 3개월쯤 하다 보니 정말 별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왔나? 엄마가 공부 열심히 하랄 때 할 걸… 이런 생각이 떠오를 때쯤 새로운 일을 구하게 됩니다. 레스토랑이었죠.


설거지 담당을 뽑는 거였지만 청소만 아니라면 뭐든 상관없었고, 예전부터 해오던 주방 일인 것도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쉐프가 설거지 후에 야채 좀 다듬어 줄 수 있냐는 부탁에 “숨겨왔던~ 나의~” 칼질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연히) 설거지 담당에서 벗어나 디저트 및 요리 재료 준비 담당이 되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쌓게 된 요리 실력(?) 덕분에, 호주에서의 삶을 조금 더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퇴근길에 매일 보았던 호주의 디자인 회사들은 어떻게 일을 할까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거기 있는 40개 정도의 회사를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나 한국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인데 호주는 어떤 프로세스로 회사가 돌아가고 디자인을 하는지 볼 수 있을까?”


영어도 잘하지 못했고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르겠지만 무턱대고 물어보았습니다. 그중 한 곳이 고맙게도 부탁을 들어주었고 저는 그 회사에서 보고 배운 경험을 가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브랜드

한국에 돌아와 휴학하던 중에 운이 좋게 브랜드 회사의 네이밍 직무 쪽으로 면접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친구들이 아무도 갈 생각이 없다고 하기에 지원했는데 덜컥 붙었습니다.


브랜드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실무 용어를 배우고 일러스트와 포토샵이 익숙한 제가 엑셀과 파워포인트의 세계를 만났습니다.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1년이 금방 지나갔고, 그 기간 덕에 저는 기획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기획하는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



지금 생각해도, 제가 브랜드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게 만들었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이후 복학 전, 다른 디자인 회사에서 디자인 실무 경험도 했습니다. 학교 참 오래 다녔죠.  



#지역공동체 #창업

졸업하고 저는 원래 살던 고양시로 돌아와, 동네 형, 누나들과 '공동체'라 불리는 활동을 했습니다. 다소 생소하실 텐데요. 때로는 디자인으로, 때로는 기획으로, 때로는 몸을 쓰면서 지역 내  공공기관들과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마을 주민들과 농사를 지어보고, 동네서점을 페인트칠하거나, 시의 조례를 만들거나, 시민들을 인터뷰하면서 마을을 가꾸는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 활동으로 저는 창업까지 하게 됩니다.



전공이었던 디자인 이외의 영역에서도 디자인, 브랜드에 대해 많은 고민을 이어가게 되면서 지역 청년들을 모아 지역예술인과 소상공인들의 브랜드를 개발하는 코워킹-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사진작가인 친구와 함께, 창업을 하였습니다. 실제 일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와 관련된 일보다는 사진과 영상에 관한 일을 주로 하게 되었는데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브랜드라는 것을 일하는 과정에서 점점 더 깨닫게 되면서 결국 폐업을 결정하였습니다. 지금 저는 브랜드와 관련된 업을 하기 위해 다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다소 두서없이 들으셨을 수도 있겠는데요. 제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모르겠고 충동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제 삶의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했던 이유는 이것입니다. 어떠한 선택이든 자신을 믿고, 원하는 것을 일단 해보고 나서 그것들이 나에게 맞는지 결정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소하고 특별했던 과거의 제 경험들로 인해 저의 장단점과 제 다양한 모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요리와 디자인을 좋아했던 이유를 생각해보면, 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면서 제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상상했던 것들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것도 참 좋아하고요. 이처럼, 저는 솔직한 저 자신을 찾아가면서 자신감도 많이 찾을 수 있었고요. 그 과정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망설여진다면, 저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용기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도 자신만의 인생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으로 가득 차면 참 재미있지 않을까요?



재미있는 것에, 끌리는 것에 남 눈치 보지 말고 도전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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