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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Dec 11. 2023

1이라는 슬픈 숫자

아들관찰일기 #5

 가끔 아들을 보면 아들인지 딸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귀여운 것도 귀엽지만 엄청나게 수다스럽기 때문이다. 방월(?) 24개월짜리 남자 애기는 단어와 문장을 넘어 각종 지시와 강요, 때때로는 거짓 울음까지 할 수 있는 그야말로 감탄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직장이 집과 멀어졌다. 어떻게 보면 우리 가족에게 처음 겪는 상황이다. 갓 태어난 아들을 보며 아빠로서 맹세한 것은 단지 하나, 지금 나의 직장에서 끝까지 버티기였다. 그게 지금 가장 잘할 수 있고 위험부담이 적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가정을 위해 가정과 멀어져야 한다는 모순된 상황 속에서 아빠의 선택지는 차마 두 개가 되지 못한다.


 그런 상황 속에 2주 만에 아들을 보기 위해 금요일 장장 5시간을 운전하여 집에 도착했다. 이미 늦은 시간에 아들은 잠들어 버렸기에 토요일 아침에서야 눈을 뜬 아들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아빠가 좋은 나이인 아들은 토요일 하루 아빠와 다니는 동안 웃음이 가실 줄을 몰랐다. 그렇지만 일요일 일정 때문에 또다시 토요일이 가기도 전에 오후 7시에 출발을 해야만 했다.


 아들을 안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를 하는 순간 나는 아들에게 아빠 갔다 올게라고 말했다. 아들은 엄마에게 안겨서 잠깐 생각을 하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아빠에게 손가락을 하나를 펴며 말했다.

 " 한 번만 갔다 와"

돌아오면서도 그 말과 행동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다. 아들은 며칠 전에 하나부터 열까지를 세는 것을 배웠는데 왜 그렇게 말했을까?


곱씹어 보다가 문득 아들이 알고 있는 가장 작은 수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짧게 갔다가 금방 돌아오라는 아들의 뜻이 아니었을까? 마음 아픈 모습을 보긴 했지만 그렇기에 아빠로서 아직은 멈출 수 없음을  깨닫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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