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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Dec 31. 2023

그래~ 아빤 피곤해

아들 관찰일기 #7

 귀염둥이 아들은 오늘도 수다를 떤다. 말이 그칠 새가 없다. 하루 중 아들이 말을 그치는 경우는 잠잘 때와 먹을 때뿐이다. 쉽지 않지만 그렇게 말을 하는 순간이 아들이 세상을 배워가는 것이라 생각하면 뭐든 대답을 해줘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게 들어 열심히 대답해 준다.


 워낙에 알고 싶은 게 많은 탓인지 사실 얼굴을 마주 보고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다. 무언가를 아들이 물어보고 이제 엄마, 아빠가 대답을 해줄 때면 이미 다른 걸 물어보고 있는 상황도 많고, 답변에 관심이 사라진 뒤일 때도 있다.(몇 초 지난 것도 아닌데!!) 그래도 대화가 된다는 게 행복하다.


 아기들의 대화는 매우 솔직하다. 싫은 걸 싫다고 하고 좋은 건 좋다고 한다. 물론 아이의 시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시기가 가장 사람이 믿을만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물론 25개월도 거짓말을 한다. 잘한다. 거짓말인지 아니면 그 짧은 순간에 머릿속으로 이야기를 지어낸 것 인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거짓말을 한다. 사탕을 먹었는데 안 먹었다고 하고, 마지막 남은 과자 딱 한입을 엄마에게 주고 나서는 엄마가 과자 다 먹었다고 또 과자를 달라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누굴 닮아 귀엽냐고 했더니 아빠고 했다. 이건 명백하게 거짓말 이어야만 한다.


 아무튼 그러함에도 아이들의 말은 솔직하고 현상을 직관적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이 있다. 항상 옆에 두고 귀담아듣고 싶은 매력이 있다.


 아빠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정말 쉽지 않다. 주중의 치열한 일들을 정리하고 금요일 퇴근시간이 땡 지나자마자 부리나케 내차를 두 시간 동안 운전해서 온다. 물론 쉬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와 본격적인 행복 육아 타임이다..


 이번주는 새해로 인한 휴일이 있었지만 조금 일찍 나의 숙소에 돌아와야 해서 금요일에 처가에 도착해  일요일에 숙소로 돌아왔다. 주중에 물론 운동 없는 삶과 금요일 세 시간 반 운전은 여느 때와 다를 바가 없다. 금요일에는 도착해서 잠을 자고 토요일에 근사한 브런치 가게에 가서 브런치를 먹고 실내 동물원으로 동물을 보러 가기로 했다. 두 시간 동안만 보는 게 가능하다고 해서 나는 짧은 시간인 줄 알았는데.. 왠 걸 아들이 밖에 나와있는 동물에 놀라 한 시간 동안 매달렸고 나는 패딩 차림에 아들을 안고 있느라 진땀을 흘렸다.. 그리고 한 시간 동안 기절하듯 꾸벅꾸벅 졸았다. 처가로 돌아갔을 때도 아들을 씻기기는커녕 여섯 시부터 쓰러져 8시까지 잠을 잤고, 다시 눈 뜨니까 아들이 잠을 잘 시간이라 다시 잠을 잤다.


 일요일은 돌아오는 시간이었지만 교회 가고 마트 한번 다녀와서 눈이 맛이 가 있었는지 아내가 잠을 자고 가라고 했다. 아들과 놀지 못하고 다시 한 시간 반을 잠들어있었다. 그리고 나는 차를 몰아 숙소에 도착했다. 돌아와 아내와 전화를 하는데 아내가 장인, 장모님과 함께 아들과 대화를 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00 이가 늘 피곤한 것 같다. 그런 주제로 대화 중이었는데 아들이 듣다가 한마디 했단다.

00 이가 눈 떴다가 자
쉬었다 또 자
00 이가 너무 자

 흠.. 예상은 했지만 이번주 아빠의 성적표는 꽤나 저조한 모양이다. 졸음을 참을 체력은 없고 그렇지만 아들은 보고 싶은 아빠의 답 없는 고민은 한동안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 뭐 그래도 내가 눈 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마. 나머지는 아들이 나를 조금만 이해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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