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칭찬에 굉장히 어색한 사람이었다.
칭찬 중에서도 특히 나를 향한 칭찬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칭찬을 들었을 때 머리가 굳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멍 때리는 것은 물론 심할 때는 칭찬을 못 들은 척하기도 했다. 당연하게도 이런 행동은 불필요한 갈등 상황을 많이 만들었고 안 그래도 땅을 치던 자존감은 더 깊은 구덩이로 빠져들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한마디면 충분할 칭찬에 왜 그리도 힘들어했을까? 가장 큰 원인은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었다.
'이게 칭찬받을 일이라고?' , '완벽하게 하지 못한 일인데 이게 잘한 건가?' 등등 부족함을 확대 해석하고, 성취는 평가절하하는 자존감이 하락한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내가 가진 내 이상적인 모습은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었다.
나 자신도 아끼는 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니,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 나 자신을 향한 부정은 점점 심해져갔지만.. 이런 시기에도 끝은 있었고, 그 시점을 계기로 스스로에 대한 내 인식은 부정적 순환을 끝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입버릇처럼 내뱉던 자기부정적 언어에 화가 났는지 여자 친구가 참다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앞으로 어디 가서 부족한 사람이지만 어쩌고 하기만 해 봐 그날로 끝이야. 난 그럼 부족한 인간이랑 5년을 만난 사람이냐?" (순한 맛 버전)
단번에 벗어나진 못했다. 그때마다 폭풍처럼 밀려오는 분노를 맞이해야 했고 한 번이 되고 두 번이 되니 의식적 노력을 하게 되었다. 때로는 격정적인 피드백은 정말 강력한 도움이 된다. 여자 친구의 폭풍 같은 분노의 외침은 나 자신에 대한 인식을 서서히 확장시켜나갔다.
'이상적인 나와 대비되는 나'에서 '오늘 하루 일정 분량의 성취를 해낸 나'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이후엔 '여자 친구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믿음을 얻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부족한 상태의 나, 동시에 누군가의 신뢰를 얻는 나 모두 나를 구성하는 모습으로 인정하고 부정적 언어습관을 의식적으로 줄여나가는 연습을 하니 구부정하게 땅만 보고 다니던 태도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자존감은 칭찬을 주고받을 때, 애정이나 고마움 같은 감정을 표현할 때 드러난다. 자존감은 비판을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나 자신의 실수를 편안하게 인정하는 마음에서 드러난다. 자존감은 '완벽한 존재'의 이미지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자존감의 여섯 기둥>
낮은 자존감은 나를 향한 모든 시선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만들었지만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습관을 하나둘 만들어나가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가장 처음 만든 습관은 일종의 '감사일기'였다.
'나는 오늘 AAA를 해낸 나 자신을 칭찬한다.', '나는 오늘 BBB를 해낸 **을 칭찬한다.'
라는 두 가지 문장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는데 이 감사일기를 통해 크게 2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먼저 첫 번째로는, 나 자신에 대한 자기 효능감이다.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나는 매일 실패하는 사람이었지만 성취를 기록하고 칭찬하다 보니 적은 양이더라도 매일매일 무언가 남기는 게 있었다. 두 번째로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완벽하다고 생각한 사람도 쉬어가는 날이 있고, 그 사람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고민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완벽한 사람', '실수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깨지고 나니 나 자신을 훨씬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여자 친구의 첫 분노의 외침이 있은지 5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시간 동안 여자 친구는 아내가 되었고 자존감을 쌓고 나 자신과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실천과 노력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아직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노력한 나 자신을 칭찬해 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잘 달려와줬다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살아보자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그리고 이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준 아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