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밥을 다 먹고 쉬고 있을 때였다. 진동이 울렸다. 친구가 연구실 퇴근할 시간이어서 전화 왔겠거니 싶었는데, JDB였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화를 받으니 다짜고짜 학교 북문으로 오라고 한다. 역시 JDB 답다. 나는 이 추위에, 평일에 술 마시기 싫다고 안 나갈 거라고 못을 박았고 패배한 JDB는 집 근처로 갈 테니 나올 거냐고 물었다. 나는 생각해보다가 간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생각해서 나갔다.
JDB는 역시 JDB였다. 오자마자 연애 얘기 좀 해보라면서 아픈 곳을 찔렀다. 연애 얘기를 다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루어지지 못한 나의 옛사랑 이름을 꺼내면서 아픈 곳을 두 번이나 찔렀다. 역시 JDB였다.
JDB를 처음 알게 된 건 2017년이었다. JDB는 무뚝뚝하고 예민해 보였다. 어두운 기운이 가끔 풍기기도 했는데 막상 대화를 해보니 의외로 맞는 구석이 많았다. 그러다가 시비 거는 게 재밌어서 JDB 자리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밍밍이를 그려놓고 튄 적도 있다.
JDB와 본격적으로 친해진 건 2017년 여름이다. 당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고뇌와 가정사가 곁들여진, 아주 찬란한 눈물의 똥꼬쇼를 선보였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JDB의 비밀을 나는 알게 되었고, 나도 JDB에게 내 얘기를 했었다. 우리는 서로 엉엉 울었다. 그러다가 주량이 나보다도 약해서 완전 꽐라가 된 JDB에게 담배를 권했었다. 그러더니 피우면서 하는 말이,
“오빠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네. 내가 원래 담배 절대 안 피우는데 날 담배를 피우게 만들었으니까. 내 그리고 아까 한 얘기 누구한테도 한 적 없음.”
그러다가 갑자기
“오빠는 내랑 정말 비슷하다니까? 그 우중충한 분위기. 그래서 다가가기 어려웠음.”
“무슨 소린데, 니가 내보고 처음에 고생 한 번 안 해봤을 거 같은 인간이라메.”
“아 그건 처음 봤을 때 오빠가 붙임성 있게 말 잘하고 그래서 그런 거지.”
JDB는 역시 JDB였다. JDB는 이번에도 또 그런다.
“오빠랑 내랑 진짜 비슷하다니까?”
“지랄 마라.”
그러다가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얘기하는 도중에 설득당해서 수긍했다. 그래, 비슷하긴 하네. 내가 JDB가 이렇게 나를 만만하게 바라보고 하대해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비슷해서다. 다른 점도 너무나 많지만 비슷해서다. 그 기저에 깔린 분위기, 예민함, 도라이 같은 면모 이런 것들이 나와 비슷하다. 그리고 JDB를 볼 때 뭔가 안쓰럽기도 하다. 고생하는 친동생을 보면 이런 기분일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JDB를 봐서 신기했다. 재밌었다기보다 신기했다. 거진 1년 가까이 연락 일절 없던 인간이 갑작스레 연락 와서 술 마시자고 한 것도 웃긴데, 어제 만난 친구처럼 술 마시고 웃고 떠드는 게 묘해서 그렇다. JDB와의 우정이 언제까지 갈 진 모르겠지만, 가끔씩 오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