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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수 Nov 23. 2019

JDB

 며칠 전에 밥을  먹고 쉬고 있을 때였다. 진동이 울렸다. 친구가 연구실 퇴근할 시간이어서 전화 왔겠거니 싶었는데, JDB였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화를 받으니 다짜고짜 학교 북문으로 오라고 한다. 역시 JDB 답다. 나는  추위에, 평일에  마시기 싫다고  나갈 거라고 못을 박았고 패배한 JDB  근처로  테니 나올 거냐고 물었다. 나는 생각해보다가 간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생각해서 나갔다.

 JDB 역시 JDB였다. 오자마자 연애 얘기  해보라면서 아픈 곳을 찔렀다. 연애 얘기를 다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루어지지 못한 나의 옛사랑 이름을 꺼내면서 아픈 곳을  번이나 찔렀다. 역시 JDB였다.

 JDB 처음 알게   2017년이었다. JDB 무뚝뚝하고 예민해 보였다. 어두운 기운이 가끔 풍기기도 했는데 막상 대화를 해보니 의외로 맞는 구석이 많았다. 그러다가 시비 거는 게 재밌어서 JDB 자리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밍밍이를 그려놓고  적도 있다.

 JDB 본격적으로 친해진  2017 여름이다. 당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고뇌와 가정사가 곁들여진, 아주 찬란한 눈물의 똥꼬쇼를 선보였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JDB 비밀을 나는 알게 되었고, 나도 JDB에게  얘기를 했었다. 우리는 서로 엉엉 울었다. 그러다가 주량이 나보다도 약해서 완전 꽐라가  JDB에게 담배를 권했었다. 그러더니 피우면서 하는 말이,

오빠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네. 내가 원래 담배 절대  피우는데  담배를 피우게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아까  얘기 누구한테도   없음.”

 그러다가 갑자기

오빠는 내랑 정말 비슷하다니까?  우중충한 분위기. 그래서 다가가기 어려웠음.”

무슨 소린데, 니가 내보고 처음에 고생   안 해봤을  같은 인간이라메.”

 그건 처음 봤을  오빠가 붙임성 있게  잘하고 그래서 그런 거지.”

 JDB 역시 JDB였다. JDB 이번에도  그런다.

오빠랑 내랑 진짜 비슷하다니까?”

“지랄 마라.”

 그러다가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얘기하는 도중에 설득당해서 수긍했다. 그래, 비슷하긴 하네. 내가 JDB 이렇게 나를 만만하게 바라보고 하대해도 미워할  없는 이유는 비슷해서다. 다른 점도 너무나 많지만 비슷해서다.  기저에 깔린 분위기, 예민함, 도라이 같은 면모 이런 것들이 나와 비슷하다. 그리고 JDB   뭔가 안쓰럽기도 하다. 고생하는 친동생을 보면 이런 기분일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JDB 봐서 신기했다. 재밌었다기보다 신기했다. 거진 1 가까이 연락 일절 없던 인간이 갑작스레 연락 와서  마시자고  것도 웃긴데, 어제 만난 친구처럼  마시고 웃고 떠드는  묘해서 그렇다. JDB와의 우정이 언제까지   모르겠지만, 가끔씩 오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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