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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가사리 Oct 30. 2022

마음이 자라는 사람

인도 하이데라바드 | 비리야니 

아루나는 펀자브에서 왔다. 인도 북부 파키스탄과 가까운 지역, 처음 그녀가 자신의 고향을 말했을 때 나는 무척 반가워하며 말했다.   

   

“나 펀자비 있어!” 

“맞아, 그 옷은 원래 우리 지역의 전통 의상이었어.”      


방으로 냉큼 들어가 델리 시내에서 산 펀자비 드레스로 갈아입었다. 상의는 무릎 위까지 오고, 걷을 때 편하도록 양 옆이 트여있다. 하의는 한국의 고쟁이 같은 바지다. 목을 감싸는 숄을 같이 두르면 인도 펀자비 드레스의 완성이다.      


“잘 어울린다. 내 사리도 입어볼래?” 

“아루나, 내겐 많이 작을 거 같은데...”      


가냘픈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같이 옷을 바꿔 입고 기념사진을 찍자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짧은 상의는 숨을 쉬기 힘들었지만, 긴 사리를 나의 허리춤에 넣고 휙휙 몇 번을 오가더니 내 몸에 꼭 맞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펀자비와 사리를 입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루나는 내가 머물던 숙소에서 일을 돕고 있었다. 동갑으로 마음이 잘 맞았던 그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향을 떠나 하이데라바드에 온 이유,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 대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스물한 살이었다. 또래의 한국 친구들을 생각했다. 나를 포함하여 주변에 일을 해야 해서 학업을 포기한 이는 없었다. 내가 누리는 일상을 너무 당연하게 여겼다. 아루나는 정기적으로 빈민가의 아이들을 찾곤 했다. 하루는 그녀를 따라 작은 마을을 찾았는데, 아이들을 돌보고 사람들을 대하는 그녀를 보며 나보다 마음이 자란 사람이라고 느꼈다.      


“아루나, 네가 나보다 언니 같아.” 

“그럼 네가 내 동생 할래? 고향의 여동생 대신.”      


우리는 함께 웃었다. 점심으로 인도식 볶음밥 비리 야니가 나왔다. 마당에 둘러앉으니 집주인이 내 앞에 바나나 잎을 깔아주었다. 가느다란 쌀과 향신료, 채소나 고기를 넣고 짓는 밥. 노란빛이 도는 비리야니가 바나나 잎 위에 놓였다. 수저와 포크는 없었다. 자연스레 오른손이 먼저 올라가자, 옆에 앉은 아루나가 눈짓을 했다. 그녀를 따라 왼 손을 오므려 비리야니를 먹는다. 처음엔 자꾸 밥 알이 흘러내렸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양쪽 손을 구분하여 쓰는 이들에게, 수저를 쓰더라도 모든 걸 한 손으로 하는 이가 더 비위생적이라고 느낄지 모른다. 인도 나이로 스무 살, 앞으로 나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좀 더 많은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어졌다. 그날 내 마음도 한 뼘 자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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