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 | 까렐리안 파이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핀란드(헬싱키)로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기차 안의 여권 검사는 처음이었는데, 부모님과 나의 여권에는 처음으로 기차 모양의 스탬프가 찍혔다.
"기차로 국경을 통과해서 기차 스탬프인가 봐요."
"신기하다. 비행기보다 편하네."
비행기로 왔다면 입국 검사대에서 기다려야 했겠지만, 우리는 편안하게 자리에 앉아서 검사원들을 기다렸다. 건장한 체구의 핀란드인들은 몇 가지를 질문을 한 후 입국 날짜가 적힌 스탬프를 찍어주었다. 시간이 지나 도착한 헬싱키 중앙역, 미리 예약해 둔 에어비앤비 집주인에게 연락을 한 후 부모님과 함께 트램에 올랐다.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 깔끔한 트램에서 보는 헬싱키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부모님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다시 헬싱키로, 세 번째 도시를 방문했다. 모스크바는 큼직 큼직하다면, 러시아의 옛 수도였던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아기자기한 유럽에 좀 더 가까운 느낌이고, 북유럽 헬싱키의 느낌은 좀 더 여유가 있다고 할까. 트램의 종점에 내려서 찾아간 에어비앤비, 앞엔 스웨덴으로 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는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 자동으로 열리는 엘리베이터가 아닌, 일반 가정집의 문처럼 생긴 엘리베이터가 낯설었다.
"안녕- 네가 불가사리구나."
"엇, 당신이군요!"
집주인은 바로 옆 집에 살고 있었다. 사진보다 더 인상이 좋은 미소의 그녀는 웃으면서 언제든 필요하거나, 어려운 게 있으면 연락을 하라고 했다. 남겨진 후기와 평점, 칭찬 일색이던 슈퍼 호스트의 위엄이 느껴졌다. 3박 4일간 머물게 될 헬싱키의 우리 집, 안으로 들어가니 아기자기한 부엌,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바다, 깔끔한 침구, 그리고 화장실 안쪽에 있던 건식 사우나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엄마와 함께 부엌을 살펴보던 중, 냉장고에 붙어있던 사진과 메모 한 장을 발견했다. 슈퍼 호스트 집주인 할머니는 이 집에 머물게 된 손님을 위한 웰컴 푸드를 준비해주셨다. <까렐리안 파이>였다. 핀란드의 국민빵이라 불린다는, 까르얄란 삐라까(karjalan piirakka). 냉장고의 작은 통에 있는 파이를 꺼냈다. 마치 전복과 흡사한 모양의 파이, 겉껍질은 조금 딱딱했고, 전복의 속살처럼 보이는 안쪽은 폭신한 느낌이었다. 그녀가 써준 대로 약간의 버터를 올린 후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렸다. 버터가 사르르 녹으면서 겉을 감싸던 빵도 조금 말랑해졌다. 부모님과 하나씩 나눠 먹는데, 한국의 떡 같은 맛이 났다.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여 받은 작은 환대, 우리는 그때부터 헬싱키가, 핀란드가 마음에 쏙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