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희 Mar 13. 2024

전임과 극한직업?(2024. 3. 3.)

나의 좌충우돌 지부장 활동기를 보신 분들이 노동조합 전임을 극한직업, 사람이 못할 짓;으로 읽고 겁을 내는 것 같다. 만나는 분들마다 자꾸 '많이 힘드셨었나 봐요'라고 하셔서 민망하다; 나는 활동가 경력이 거의 없는 상태로 덜컥 지부장이 된 특이한 케이스다. 지회장 경험 1년, 그것도 코로나 핑계로 조용히 지나간 지회 경험이 전부다. 추가 후보 등록 마감 1시간 전에 우당탕탕 등록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아장아장 시작해서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뿐이다. 


정말로, 나는 이 일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 학교 밖에서 교육계 전체를 조망할 기회도 얻고, 지역사회와 연대하는 소중한 경험도 하고, 이 조직이 아니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훌륭한 동료들도 만난다. 과분할 정도의 응원과 격려도 받는다. 어떤 분은 내가 중집(전국의 지부장단)에서 따돌림이라도 당하는 줄 알고 걱정하시던데;ㅎ 지난 글에서 내가 중집 위원들을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던 건 기본적인 신의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각과 성향이 달라도 함께 고생하다 보면 기본적인 동지 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의견 차이는 기본값이고, 의견이 다르다고 서로를 적대시하지는 않으니 민주적인 의사소통 훈련도 된다. 한국 사회, 특히 학교에서 자주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전임 생활을 한 번씩, 특히 전국적 네트워크망에 놓이는 지부장 역할을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다. 농담이 아니다. 


물론 힘들기도 하다. 정신 노동이 끊이질 않고, 주중과 주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와 책무성을 스스로 벼려가지 않으면 못 버틸 일이기도 하다. 이상하게 바쁘고 기이하게 느슨해지기도 쉬운 것이 지부 전임 역할이다. 같이 일하는 전임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했었다. "나는 전교조보다 '교육'이 더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이 교육적 가치가 있다는 믿음이 있고, 선출직으로서 조합원에 대한 신의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한다" 이런 말을 일부러 더 내뱉는다.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나아가지 않으면, 내가 하는 일의 방향키를 놓치고 방황으로 흐르기 쉬운 역할이기도 해서다. 배울 수 있는 경험을 많이 제공하는 자리지만, 스스로 배우려는 '의지'도 필요하다. 숨거나, 도망치거나, 큰 그림을 보려하지 않고 끝내 내 안에 갇혀서 개인의 호불호 따위에만 집착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 


내가 하는 일이 힘들어 보이지만 사실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 보라는 뜻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더 겁나게 한 것 같다(?). 아무튼 내일이 개학,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달려봅시다파이팅 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연수 홍보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