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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d 이드 Sep 09. 2024

[iid] 초기 스타트업에서의 인재 판별력 기르기

교육의 봄 x 기고만장 세미나 "성공적인 채용을 이끄는 HR 전략"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 교육의 봄과 기고만장에서 주최한 '좋은 인재, 좋은 채용'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해당 아티클은 과거 나랑 같이 일했던 시니어 리크루터에게 피드백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하였다.

시니어 리크루터는 제대로 된 인하우스는 처음이었고 그전에는 거의 서치펌 위주의 경험이었다. 본인은 최선을 다한다고 개인 네트워크까지 이용해서 좋은 분들을 소개해줬지만 번번이 탈락이었다. 처음에는 다음에는 꼭!! 이런 마음으로 승부욕을 가졌지만 나중에는 어느덧 후보자를 인터뷰한 경영진을 비난하였다. 나는 아래 본문을 이야기하며 이는 리크루터 잘못도 아니고 경영진 잘못도 아니고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피드백을 주었다.


초기 스테이지에서의 HR 역량 중 하나로 참을성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는 HRM 영역뿐만 아니라 리크루터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해당한다.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한다. 바로 직무 전문성과 회사/조직과의 fit이다.


▶ 먼저 직무 전문성 영역을 살펴볼까 한다.


직무 전문성은 말 그대로 그 직무 /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필요한 역량을 말한다. 과거 인프라 중심의 제조업 체제에서는 사실 개별 직무 전문성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기본적인 역량 중심으로 판단하며 그에 따라 소위 스펙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했다. 그리고 공채를 통해 대다수의 신입사원을 뽑은 뒤 각 부서에 배치하여 업무를 시켰다. 당시 시대는 인프라 자체가 중요한 시대였고 개별 직무 전문성이 크게 영향력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기 시작했다. 기술의 발달 그리고 인터넷의 등장 등으로 세계가 굉장히 가까워지며 경쟁상황은 치열하고 변화 또한 빠르고 다양하게 되었다. 단순히 기본 공통능력치가 뛰어난 것만으로는 새로운 시대의 대응에는 즉각적이지 않았다. 실무에 투입하기 위한 교육 과정 그리고 필요한 경험치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해진다. 그 결과 대기업들은 뭘 봐야 할지 모르겠기에 다 봐야겠다 생각으로 더 많고 긴 지원서를 요청하게 되었다. 이력서/인터뷰 컨설팅들이 또 나타나며 이력서로는 이제 확인이 더 어려워졌다. 농담으로 과거 삼성 이병철 회장님이 최종 임원 면접을 볼 때 관상가를 대동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난 요즘 같은 시대에는 차라리 MBTI 같은 것을 물어볼 바에는 관상이 더 정확하다고도 생각한다.


이력서 검증은 거론하지 않겠다. AI부터 다양한 툴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이력서는 최소한의 성의와 정보 전달 수준이고 사람에 대한 검증은 인터뷰부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인터뷰에서 어떻게 전문성을 측정할 수 있을까?


① 좋은 리더 / 시니어가 있으면 된다.

② 인재 검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부 도움을 받는다.

③ 경영진 / 대표의 검증 역량을 키운다.




① 좋은 리더 / 시니어가 있으면 된다.


가장 정답이다. 회사 내부에 좋은 인력을 검증한 좋은 리더나 시니어들이 있으면 가장 용이하다.


그런데 왜 좋은 시니어는 전문성을 잘 검증할 수 있을까? 좋은 시니어는 본인의 전문성 / 역량을 보유한 탓도 있지만 이전 회사들에서 좋은 인재들과 일을 해본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업무 능력에 대해 가장 확실하게 비교해 볼 수 있는 것은 같이 일을 해보면 된다. 의외로 스타일들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일 잘한다의 인식은 너무도 뚜렷하다. 결국 그 눈높이가 단순히 경력년수로 판단되지 않는 실제 이 직무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일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든다.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 본다면 꽤 많은 회사를 경험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역량의 차이가 느껴졌던 가까웠던 조직은 총무, 재무 조직이었던 것 같다. 단순히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영역도 있지만 두 영역은 정말 해당 영역의 담당이 어떻게 일하냐에 따라 퀄리티가 말도 안 되게 달라진다. 특히 두 조직을 이야기한 이유는 생각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거나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해야 할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단순히 본인의 기준에 갇혀서 일을 방어한다로 머무르지 않고 일이 진행/해결되도록 하기 위해서 문제 해결 관점에서 수행하며 쌓인 전문성과 경험에 따라 상상하지도 못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물론 이렇게 일 잘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긴 하다.


그런데 사실 초기 기업은 각 직무/영역별로 시니어가 있기도 힘들뿐더러 그냥 경영진 외 리더/ 시니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시니어/리더가 없다면)

② 인재 검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부 도움을 받는다.


채용에서의 검증 애로사항 니즈를 알고 꽤 많은 컨설팅 업체들에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경험과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는 HR 베테랑들에게서 도움을 받는다면 가장 정확하고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초기 스테이지 회사라는 것이다. 이미 성숙한 단계에 다다른 회사라면 회사에서 규정된 기준이나 가치에 따라 사람을 판별하기 쉽다. 왜냐하면 이미 회사가 시스템화되었고 조직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기라면 대표/경영진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그네들의 성향에 따라 회사가 운영된다. 그런데 그 성향들조차 아직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그때그때 알아가며 또 수정된다.


이 경우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의 검증이라면 사실 경영진의 핏을 완벽히 맞추기 어렵다. 1차를 외부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 2차는 동일한 검증 역량 부족 레퍼토리가 발생한다. 심지어 거기서 컨설팅 업체의 조언에만 의지한다면 결국 스스로의 역량이 제대로 키워지지 않아 나중에 더 큰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의 단기적 도움은 괜찮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시니어/리더가 없다면)

③ 경영진 / 대표의 검증 역량을 키운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어쨌든 경영진/대표의 역량 검증을 키울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질문할 수 있다. 경영진/대표 중에 과거 회사/창업 경험이 있는 분은 그래도 익숙하지 않을까요? 물론 당연히 아예 0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도움 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경우라도 새로운 회사/조직이라면 결국 다시 또 0부터 배워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재 검증 자체보다는 그 회사의 검증 기준과 역량 말이다.


• 회사가 동일한 산업 영역이라도 내가 다른 비전과 시스템으로 조직을 운영하겠다고 생각하면 인재를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하면 안 된다. 만약 기존 산업관점으로 동일하게 본다면 결국 그 회사는 다른 점이 없게 된다. 그 또한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럴 경우는 사업한다 혹은 장사한다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 기존에 창업했던 경험이 있다고 해도 새로운 회사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BM을 가지고 한다. 본인의 성공 노하우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충분히 장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HR 영역이라면 이는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PE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대표들이 회사를 옮길 때마다 HR적으로 인건비 효율화 & 성과 향상은 동일하게 추진하지만 그 회사만의 색깔을 고려하지 않으면 실패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역량을 키울 수 있을까? 결국 수많은 경험과 시간뿐이다.


수많은 경험과 시간은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에 대한 횟수와 기간을 의미한다. 많은 채용 후보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묻고 들어야 한다. 좋은 인재 선발 기준은 사람을 통해서 스스로 닦고 만들어져야 한다. 책이나 강의로 배우는 것은 엑기스는 들을 수 있을지언정 사람의 변수가 수백만/수천만 가지임을 생각할 때 절대 응용하기 어렵다.

학생 때 수학 선행학습을 했던 경험을 생각해 보자. 두 가지 케이스를 가정해 보겠다.
• 공식 위주의 선행학습 : 가장 시간을 단축하고 효과적인 선행학습이다. 진도도 빨리 뽑기 쉽고 누군가가 물어볼 때도 쉽게 답할 수 있다. 기본 문제 대응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난이도가 높지 않더라도 조금만 응용되기 시작하면 이제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선행이 도리어 언젠가 성장에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 공식 + 문제풀이 위주의 선행학습 : 이 경우도 공식에 대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 공식은 효과적인 지침과 이정표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풀이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진도나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기본/응용문제들을 풀면서 공식에 대해 체득을 하게 된다. 직접 경험하면서 그 이치와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떤 응용이 나와도 대응이 된다.


이제 이 지점에서 리크루터와는 가치 충돌이 발생한다. 리크루터는 좋은 사람들을 잘 뽑아서 경영진에게 보여주고 인정/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일단 많은 경험을 시켜줘야 한다고 하면 그러면 나의 역량은 무시되는 것인가? 나는 그냥 오퍼레이팅만 하라는 것인가? 나는 어떻게 내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가? 의 불만이 생긴다. 정말 냉정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것은 그 리크루터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환경은 구석기시대인데 본인 혼자 철기시대에서 와서 왜 철기 제련/주조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 돌을 부술지 갈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금속은 무엇이며 그 금속을 가공하는 법이 왜 필요한가?


그러면 이제 실무적 관점에서 조언을 한다면 일단 초기 스테이지에서는 물량이 필요하다. 단, 상대가 느끼지 못하게 그리고 전략적인 물량이어야 한다.


리크루터 입장에서는 본인의 역량 기준 50% 정도로 인재를 선발해 다양하게 경영진에게 보여준다. 단, 기본적 요구조건은 맞춘다는 전제이다. 그리고 실수로 뽑히더라도 성과 이슈나 조직 이슈를 일으키지는 않는 정도로는 선별한다. 다양한 관점 (학벌, 경력, 연차, 업무, 포지션 등)에서 다양하게 소싱해야 그만큼 인재를 보는 기준도 단단하게 형성될 수 있다.


초반에는 10명 중 1명 비율로 리크루터 기준으로 80% 이상으로 선별한 인재를 보여준다. 너무 자주 보여준들 어차피 다 떨어지게 되어있다. 그러면 초반에 너무 좋은 인재를 다 소진할 수 있다. 10명 중 1명 비율로라도 보여주는 이유는 적어도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좋은 인재를 통해 그 기준이 너무 막연해지지 않게 축을 세우기 위함이다. 그 축이 되는 사람이 뽑히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 축 인터뷰의 경우는 가능하면 끝나고 리크루터가 디브리핑이나 코멘트를 전달한다. 경영진도 알긴 해야 한다.


• 보여준 사람 중에 시니어가 한둘 들어와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좋은 레퍼런스가 된다면 경영진들의 인재 검증 역량도 조금씩 성숙하게 된다. 그러면 이제 5명 중 1명 비율로 좋은 인재를 보여준다. 이제 조금씩 비율을 높여가도 된다. 이는 리크루터로서 너무 초반에 좌절감에 안 빠지게 하는 팁이기도 하지만 좋은 인재를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기준에 실수하지 않기 위함도 있다.


인재검증 기준 형성 과정은 꽤 길고 지난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수학/과학과 같은 영역이 아니고 사람에 대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내심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사람을 채용해서 안 좋은 선입견을 형성하게 된다면 이를 다시 정상화시키는 데에는 또 10배의 인력이 필요하다. 마치 흙탕물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서 맑은 물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 것과 동일하다. 이 또한 시행착오의 필요한 과정이다.




▶ 다음으로 회사/조직과의 핏 영역을 살펴보자


미안한데 이건 그냥 리크루터로서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내심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그냥 운의 영역이다. 왜냐하면 소위 컬처핏은 대표/경영진의 철학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농담 삼아 투자사나 부모님도 그네들의 철학/생각을 바꾸지 못한다. 그들의 컬처핏이 바뀌거나 성숙해지는 계기는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외부 눈치에 따라 스스로 이제 변해야만 할 때다.


그래서 이 부분은 리크루터는 그냥 대표/경영진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가능하면 그 부분에서 어긋나지 않는 사람을 찾되 내가 모르는 영역에서 어긋나지 않기만을 바래야 한다. 리크루터가 파악한 포인트가 10개인데 인터뷰에선 11번째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잘 성장하면 그런 컬처핏도 비록 색깔은 다를지언정 다른 성장한 회사들처럼 체계화되고 규정화될 것이다. 그리고 경영진/대표 개개인의 취향이 덜 반영되게 된다.




서두에서 이 글을 썼던 계기를 리크루터가 좋은 인재가 제대로 뽑히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좌절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를 다른 관점에서 보면 특히 초기 스테이지의 회사에서 좋은 인재 채용은 단순히 리크루터만의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데려오는 사람 / 검증하는 사람/ 의사결정하는 사람 이 모두가 동일한 관점이어야 가능한 굉장히 이상적인 경우이다.


그렇기에 나는 리크루터들이 특히 시니어일수록 이 부분에서 너무 스트레스나 책임감을 가지지 않기 바란다. 단, 그렇다고 태업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채용에서도 인내심과 전략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어떻게 이겨내냐에 따라 튼튼한 나무가 될 수도 있고 말라죽은 나무가 될 수도 있다. 서치펌이 아닌 내부의 리크루터라면 대표/경영진의 시야에 대해서도 사람을 통해 육성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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