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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za Oct 29. 2019

아프리카에서 살아남기

샤워하다 정전이 되면?


요즘 "한 달 살아보기"가 한창 유행이다. 여행자의 시선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현지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나는 한 달 살아보기를 넘어 지금 10개월째 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현지인처럼 사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여행자의 느낌 반 현지인 느낌 반일 때가 제일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샤워하다가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그 순간 문득 든 생각은 "아! 단수가 아니라 정말 다행이다"였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 모습이 웃겨서 속으로 풋! 하고 웃었다. 아프리카에 막 도착했을 때 겪었다면 왜 또 정전이냐며 투덜투덜했을 텐데.. 이제는 경지에 도달했는지 해결 방법부터 찾는다. 그래서 시작된 어둠 속의 샤워. 정전이 되면 어찌나 컴컴한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거실로 나와 미니 스탠드를 찾았다. 2일에 한 번꼴로 정전이 일어나는 아프리카에서 작은 스탠드는 어둠 속의 빛 그 자체였다. 화장실에서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며 열일한 스탠드 덕분에 무사히 샤워를 마쳤다. 이것이 바로 스탠드 샤워인가?



자에서는..

수도꼭지는 상 물이 나오는 곳이 아니다.

전기 스위치는 전등이 항상 켜지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지역에 세탁기를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며

샤워는 시원하게 찬물로 하는 것이고

냉장고는 가게의 영업용이며

우유는 뜨겁게 데워서 먹는 것이고

비가 오면 비가 모든 것이 멈추고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린다

벌레는 죽여야 할 해충이 아니라

같이 생활하는 생물이다.


이것이 리얼 현지 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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