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eza Nov 21. 2023

나도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

우연히 발견한 나의 재능

교환학생을 간 이후 외국 사람들을 만나고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가고 한국과 다른 점들을 발견해 가는 것을 즐겼다. 그래서 국제문화교류 업무나 ODA 사업을 하면서 외국인들과 접점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해왔었다.


그러던 중 에듀테크 분야로 넘어오면서 외국인을 만날 일도 영어를 쓸 일도 없었다. 사람마다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나에게는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게 한다. 그렇다고 영어 실력이 유창하지는 않다. 지금까지 들인 돈과 시간, 노력들을 고려하면 난 정말 언어에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내 영어실력은 항상 그대로다. 그런데 신기한 건 영어 공부를 일정기간 하지 않으면 귀신같이 그나마 알고 있던 영어 표현들이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그럼 영어 실력을 포기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몇 번 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내가 외국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해외여행도 좋아하고 여행할 때 그 나라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즐기기도 하고, 외국인 친구들이 있어서 종종 SNS나 카톡으로도 대화 한다. 요즘 K-POP이나 한국 드라마로 한국에 여행 오는 친구들도 있다. 이럴 때면 영어로 대화를 하곤 하는데 원하는 말을 다 할 수 없어 항상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내 친구들은 원어민이 아니더라도 영어를 잘 하는데 나만 못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영어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영어를 책상에 앉아 공부하자니 동기부여도 안되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회사에서도 영어를 사용할 일이 없어 지루하던 찰나 우연히 한국어 수업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글로벌 언어 플랫폼에서 영어 수업을 종종 듣곤했다. 이전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문득 '아? 내가 여기에서 영어를 배울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영어로 알려주면 되는 거 아닌가?' 란 생각이 스쳤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한국어 선생님.

어쩌면 나의 목적 달성(?)을 위해 시작하게 되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 준비도 하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즐겁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요즘에는 교육 관련해서 석사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스멀스멀 올라오는 중이다. 나에게는 다소 사치스러운 생각이라 꾹꾹 눌러 담고 있지만 말이다.


퇴근하고 수업자료를 만들고 수업을 하니라 새벽 2시, 3시까지 깨어 있는 적도 종종 있었다. 물론 힘들지만 신기하게도 계속 하고 싶고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면 너무 너무 재미있다. 천성이 선생님을 했어야 했나 보다. 시범 수업 후 정규 수업 전환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 현재까지 나와 한 번 이상 수업을 한 학생들이 총 25명인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시범 수업을 하고 정규 수업을 등록했다. 나도 영어를 배워 왔고 배우고 있는 언어 학습자로서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니즈를 충족시켜줘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다. 사실 내 수업은 세종학당이나 정규 기관의 수업과는 많이 다르다. 어쩌면 그런 정규 기관에서 내 수업을 보면 '저게 수업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 학생들의 만족도는 최상이다. 그렇다. 우연하게 시작한 한국어 선생님을 통해 나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래 중 두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한국어 선생님 시도해 봐도 좋을 것 같다.


1.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2. 파워 E로 대화를 할 때 에너지가 채워진다.

3. 대화하는 기술이 뛰어나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4. 교환학생이나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쳐 본 적이 있고 그때 뿌듯함을 느꼈다.

5. 나에게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한국인이라는 재능을 한번 발휘해 보고 싶다.

6. 계속 공부하며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한국어 수업을 하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 한국어를 말하는 것과 문법을 설명하는 건 다소 별개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 위의 6가지에 모두 해당 된다. 한국인들은 나의 리액션을 다소 부담스러워해서 회사에서는 나의 에너지의 10%만 보여준다. 나머지 90%는 꾹꾹 눌러 담는다. 그래도 내 동료들은 나를 보고 핵 파워 E라고 한다. 그렇지만 한국어 수업 때에는 나의 모든 에너지를 쏟으며 대화하고 리액션도 과감 없이 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나의 모습을 너무 좋아해 줘서 나도 좋고 너무 감사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