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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요 Aug 06. 2021

편한 구두를 찾기 어렵다면..뭘 신어도 불편하다면,

그거 정상이에요. (신발때문에 울어본 당신에게)



신발을 제작하며 많은 고객을 만났습니다.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예쁜 구두를 만들어야지’라며 시작했던 처음과 달리 사람들이 느끼는 신발에 대한 불편함과 사람들의 각기 다른 발들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바른걸음’을 걷기위한 이야기, 신발과 발에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브랜드의 고객은 주로 30대~50대 여성분들입니다.(가끔 아주 드물게는 70대~80대의 고객님도 볼 수 있어요) 이러한 고객분들의 발은 불편한 부분이 하나둘씩 생기고 예민해 지는 시기를 겪고 있어서 저도 자연스레 발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신발브랜드를 시작할 당시에는 ‘기능적인 부분을 신발에 반영해야지’ 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니지만, 고객들을 만날수록 의문점과 궁금증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고객에겐 이 신발은 ‘가장 발이 편한 브랜드’ 인데,

왜 어떤 고객은 그 반대의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되는 걸까.


고객들이 신을 신음으로서 느낀 편함의 경험과 그렇지못한 경험에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이런 궁금증을 갖는 것 자체로 저는 업계 사람들에게 종종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곤 합니다. 그런 걸 알아서 뭐에 쓰냐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신발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더 신중하고 깊이있게 신발에대해, 그리고 발에대해 책임감을 갖고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신발을 신는 분들도 나와 잘 맞지 않는 신발에 대해서 (브랜드에 대해서) 왜 그러한지 이해하고 차근차근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찾으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부터 하나하나씩 이해하기 쉽게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신발을 신으면서 왜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는지를요. 그러려면 우선 신발을 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신발골(last)에 대해 먼저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 신발골 = 신발을 만들 때 일정한 모양을 잡거나, 뒤틀린 모양을 바로잡는 데 쓰는 틀.

* Last = 신발골의 영어 표현. (어원, Old English 'laest'= footprint)



신발골이 뭔가요?



출처 milenasdesigns.com/ google



위에 사진이 신발을 제작하기 위한 뼈대가 되는 신발골(last) 입니다. 디자인에 따라, 굽의 높이에 따라, 사이즈에 따라, 앞코의 모양에 따라 신발골은 수없이 많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옷을 만들 때 쓰는 마네킹이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좌측부터 1번째 2번째 라스트는 신발의 대량생산이 시작되면서 쓰이기 시작한 플라스틱 재질의 골이구요, 맨 우측은 플라스틱 라스트가 나오기 전에 쓰여진 나무로 만들어진 신발골입니다. 사람들의 발에 맞게 깎아 쓰기 위해선 나무라는 재료는 더할 나위 없이 적당한 소재였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Salvatore Ferragamo의 라스트들. 오드리 헵번의 라스트도 보이네요.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은 개인 신발골을 가지고 신발 제작을 의뢰하곤 했습니다.  <출처:googl




지금은 라스트 수치 값을 입력하면 기계가 정밀하게 완성시킬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손작업으로 라스트를 깎는 일이 많습니다. 신발의 디자인을 위해서도 그렇고 특별한 발을 가진 사람들의 개인주문을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신발골 카빙 과정> 출처 :  Orthopedic shoe making (좌)                            신발골을 기계로 카빙하는 과정 (우)




다양한 라스트의 모양



출처 sneakerfactory.net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디자인의 라스트가 있습니다. 한 브랜드만 자세히 관찰해 보아도 앞코의 모양이 다르고 높이가 다른 신발이 얼마나 많은가요? 제가 운영하는 소요구두는 작은 브랜드지만 보유한 신발골의 스타일은 10가지가 넘습니다.


왜 나는 유독 신발을 신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지 알아보기 위해선 이 신발골이 어떻게 쓰이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발골의 쓰임


(좌) 다양한 신발앞코(shoe front) 디자인/ (가운데) 신발골위에 디자인하기 /  (우) 신발골로부터 평면 패턴 만들기 출처 carreducker.com(shoem





신발골은 이렇게 앞코의 디자인을 달리하거나 굽의 높이를 주어 특정한 분위기(스타일)를 만드는데 1차적으로 쓰입니다. 같은 디자인과 소재가 쓰인 신발 이어도 신발 코 (shoe front)의 형태가 다르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신발이 됩니다. 단순히 뾰족하고 동그랗고의 차이만이 아니라 몇 cm의 힐(heel)에 몇 mm의 토룸(toe room)을 가졌는지에 따라  (신발 앞코 부분에 빈 공간) 신발의 이미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또 신발골은 패턴을 만들기 위해 2차적으로 쓰입니다. 테이핑 한 신발골 위에  신을 디자인하고 그것을(테이프를) 분해하여 평면 패턴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는 조각으로 재단된 원단을 재봉으로 이어 붙이고 내피(안쪽의 안감) 외피(바깥쪽의 겉감)를 합체시킵니다.



갑피 재봉 과정 <출처: https://innoluxfootwear.com>




신발골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재봉이 완료된 후에는 패턴을 냈던 신발골에 재봉된 작업물을 씌워 라스트에 최대한 밀착시킵니다. 잡아당기고 못질을 하고 망치로 두둘겨 가면서요. 그러고 나서 신발골을 빼내면 마침내 한 켤레의 신발이 완성됩니다.






출처 art&hustle magazine (santoni shoes) /sutterstock



자, 여기까지 신발을 만들 때 신발골은 중요하게 쓰이는 요소라는 것을 알아보았는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신발이 모든 사람에게 편하지 못한 것과 어떻게 연관이 있다는 것일까요?

누군가에게는 편한 신발인데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신발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랜드의 신발골이 내 발과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발가락의 모양, 아치의 길이와 깊이, 내 걸음의 습관이 반영된 신발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발의 대량화가 시작되면서 신발 골도 특정 사람들의 평균적인 발 수치가 반영되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요, 어디까지나 특정 사람들의 평균적인 수치이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형태이지 내 발과는 무관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앞으로 신발골과 신발에 대한 이야기 더 자세히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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