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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병코선생 Nov 24. 2021

신데렐라(유럽편)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지 않았다

언제인지 알 수도 없는 먼 과거로부터 마치 지하수처럼 우리시대를 관통해 흘러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에 퍼져있는 수천편의 이야기들은 시대와 지역의 매듭으로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많은 어린이들이 최초로 경험한 멜로물이며, 주인공은 일 천년이 넘게 사랑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죠. 오늘은 모처럼 큰 손님을 모셔볼까합니다. 스케치북공주 3인방의 맏언니이자, 동화세상의 가장 아름아운 이름 ‘신데렐라’만나보겠습니다.          


신데렐라 시리즈는 유럽 편과 월드 편 이렇게 두 편으로 나눠 업로드 될 예정인데요, 오늘은 먼저 유럽의 신데렐라들부터 만나보겠습니다. 





상드리옹


심성이 고운 소녀는 어려서 어머님을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으며 부엌데기로 살았습니다. 언니들과 달리 집안일과 고된 노동을 도맡았지만, 화를 내거나 나쁜 마음을 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실에서 사교파티가 열렸습니다. 파티에 초대받은 언니들은 몸과 얼굴을 치장하기에 바빴습니다. 소녀는 언니들의 치장을 도왔지만 막상 언니들이 궁전으로 떠나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때 짠하고 요정대모가 나타났습니다. 파티에 가고 싶었던 소녀의 마음을 헤아린 대모는 호박과 도마뱀 그리고 생쥐들을 변신시켜 마차와 시종들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게다가 멋진 드레스와 유리구두도 주었지요. 단, 밤12시종이 울리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소녀가 궁전에 도착하자 음악도 멈추고 청중들 사이에 적막이 흘렀습니다. 모두가 소녀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린 겁니다.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언니들은 같은자리에 배석하고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눈이 먼 건 파티의 주인인 왕자도 마찬가지였죠. 오직 소녀와 춤추고 접근하는 남자가 있으면 차단해가며 파티 내내 그녀에게 헌신했습니다. 그러다 11시 45분 종이 울리자 소녀는 황급히 궁전을 나갔습니다.

다음날에도 잔치는 열렸습니다. 이번에도 요정대모의 도움을 받은 소녀는 전날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파티장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왕자로부터 여신대우를 받으며 잔치를 즐겼습니다. 그렇게 여흥에 빠져있는 동안 그만 12시가 되었습니다. 소녀는 황급히 궁전을 빠져나가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그러다 그만 유리구두 한 짝을 흘리고 말죠. 유리구두를 집어든 왕자는 시종들에게 신발의 주인을 찾아오라고 명을 내렸습니다. 날이 밝자 시종들은 소녀의 집에도 찾아왔습니다. 신발을 신기위해 죽을힘을 다했으나 큰 두 언니 모두 실패하고 맙니다. 곁에서 그 장면은 보고 있던 소녀가 나섰습니다. 언니들의 비웃음을 뒤로하고 신발을 신어보았습니다. 꼭 맞았습니다. 게다가 나머지 신발 한 짝을 꺼내 보여주자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요정대모가 짠하고 나타나 소녀의 옷을 드레스로 바꾸어주었습니다. 그제 서야 언니들은 파티에서 본 아름아운 공주가 자신들의 동생임을 깨달았습니다. 언니들은 엎드려 용서를 구했습니다. 소녀는 언니들을 용서하고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마침내 소녀는 왕비가 되고, 죄를 뉘우친 언니들은 귀족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상드리옹 또는 작은 유리구두’는 1697년 프랑스 왕실의 관료였던 샤를 페로에 의해 채집/기록 되었습니다. 법률가이자 건축가면서 정부의 고위관료였던 페로는 법률과 과학 그리고 예술을 넘나드는 절대왕정시대의 만능 엘리트였습니다. 권력의 오른팔로 평생을 관직에 몸 바쳤던 그는 노년에 이르러 권력에서 밀려나고 아내까지 잃게 되자 홀연히 자신이 맡고 있던 모든 일을 내려놓고 정계를 떠나버립니다. 은퇴 후 가족과 함께 보내던 그는 어린 자식들에게 읽어주기 위해 프랑스의 구전민담을 수집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발표하였는데, 이 책이 훗날 동화라는 새로운 문학장르의 초석을 다졌다고 칭송받는 ‘마더구스’입니다. 마더구스는 순식간에 귀족사회를 넘어 유럽전체에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신데렐라, 빨간 망토, 잠자는 숲속의 공주, 장화신은 고양이, 푸른 수염 등 주옥같은 민담들이 이 책을 통해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습니다. 그림형제의 것과 겹치는 이야기들이 많다보니 그림동화의 아류정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동화보다 무려 100년 이상 앞서 발표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프랑스의 신데렐라가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지 알아보았는데요, 정작 상드리용에 대해서 설명할 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동화책으로 읽었던 바로 그 신데렐라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상드리용’은 월트디즈니의 선택을 받으면서 전 세계 모든 신데렐라를 제치고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유리구두, 요정대모, 프린스챠밍 등 로맨틱한 요소가 가득 차있다 보니 소녀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이기도 하고, 교훈적 요건도 두루 갖춰 아이들에게 읽혀주기 좋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스토리고 하니 바로 이어서 잔혹동화로 유명한 독일의 신데렐라인 ‘아셴푸텔’을 만나보겠습니다.





아셴푸텔 재를 뒤집어쓴 소녀    


심성이 고운 소녀는 어려서 어머님을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으며 부엌데기로 살았습니다. 언니들과 달리 집안일과 고된 노동을 도맡았지만, 어머니의 유언대로 신앙심을 지키며 착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에 가시던 아버지가 딸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을 원했던 두 언니들과 달리 소녀는 머리에 걸리는 나뭇가지 하나를 가져다달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모자를 치는 개암나무 가지를 꺾어 소녀에게 주었습니다. 소녀는 나뭇가지를 어머니의 무덤가에 심고 눈물로 기도를 올렸습니다. 나무는 쑥쑥 자랐고, 어디선가 새들이 나타나 소녀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마다 가져다주었습니다. 

얼마 후, 왕궁에서 나흘간 왕자의 신붓감을 찾는 파티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파티에 가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계모는 잿더미에 콩 한 바가지를 쏟아놓으며 콩을 다 골라내면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자 소녀는 새들에게 도움을 청해 단숨에 콩을 모두 골라내 계모에게 들고 갔습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계모와 언니들은 떠났고, 소녀는 개암나무에 가서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자 새가 날아와 비단으로 수놓은 아름다운 드레스를 내어주었습니다.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궁전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녀가 재투성이 동생인지도 알아보지 못한 언니들은 그저 이웃나라 공주인줄만 알았습니다. 왕자는 소녀에게 다가가 춤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오직 소녀와 춤을 추었습니다. 그렇게 밤이 깊어지나 소녀는 왕궁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왕자가 뒤 쫒아오는 걸 눈치 챈 소녀는 집으로 뛰어 들어가 비둘기장에 숨었습니다. 비둘기장 앞에서 기다리던 왕자는 소녀의 아버지가 나오자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설마 재투성이 딸은 아니겠지...’하는 생각을 하며 비둘기장을 부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이미 소녀는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와 집으로 들어가고 난 뒤였습니다. 그 다음날 소녀는 다시 파티에 참석했습니다. 이번에도 왕자의 호의를 받으며 파티를 즐기다가 밤이 깊어지자 궁전을 나섰고, 이번에도 쫒아오는 왕자를 피해 배나무 위에 숨었습니다. ‘재투성이 우리 딸은 아니겠지...’하는 생각을 한 아버지는 왕자에게 도끼를 건넸습니다. 그러나 이때 역시 소녀는 한 수 빠르게 집으로 도망쳐버렸습니다. 드디어 파티의 마지막 날이 왔습니다. 소녀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옷을 입고 황금신발을 신고 파티에 참석했습니다. 밤이 깊어오자 소녀는 또다시 조용히 궁전을 나섰고, 매번 소녀를 놓쳤던 왕자는 그녀를 붙잡기 위해 계단에 송진을 발라두었습니다. 그러한 사실을 알리없던 소녀는 그만 신발 한 짝을 계단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신발을 집어든 왕자는 신발의 주인과 결혼하겠노라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시종들과 함께 신발의 주인을 찾기 위해 온 나라를 돌아다녔습니다. 일행은 소녀의 집에도 찾아왔습니다. 먼저 언니가 신으려하자 신발이 맞지가 않았습니다. 그러자 계모는 왕비가 되면 걸어 다닐 필요가 없다며 엄지발가락을 잘라 억지로 신발에 구겨 넣었습니다. 그리고 왕자와 함께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다 소녀의 어머니의 무덤가를 지날 때, 산비둘기들이 날아와 신발에서 피가 흐른다고 소리쳤습니다. 그제야 사실을 알게 된 왕자는 다시 소녀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번엔 작은 언니가 신을 신어보았습니다. 계모든 다시 발꿈치를 잘라버렸습니다. 그리고 왕자와 함께 궁전으로 향했습니다. 그러자 또다시 새들이 나타나 신발에서 피가 나고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왕자는 다시 소녀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손사래 치는 계모를 뒤로하고 재를 뒤집어쓴 소녀에게 황금신발을 신겨보았습니다. 아주 꼭 맞았습니다. 왕자는 그제야 파티에서 본 공주가 소녀임을 깨달았습니다. 궁전으로 돌아온 뒤 얼마 후 둘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교회로 입장할 때 양옆에서 들러리를 하던 언니들에게 산비둘기들이 날아와 한쪽 눈을 쪼았습니다. 식이 끝나고 교회밖으로 나올 때 또다시 산비둘기들이 날아와 나머지 눈까지 쪼아버렸습니다. 두 언니는 그렇게 실명이 되었습니다.



그림형제의 아셴푸텔은 페로의 상드리용과 비슷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은 소녀가 계모와 두 언니에게 핍박을 받는다는 것과 가족들 몰래 파티에 참석하고 또 잃어버린 신발이 돌아오면서 왕비가 된다는 설정은 대체로 같습니다. 그러나 ‘디비디다비디부’를 외치는 요정데모는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어머니 무덤가에서 자라난 개암나무와 새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죠. 주인공의 성격도 많이 다릅니다. 울기만 했던 상드리용과 달리 아셴푸텔은 무도회에 데려가 달라며 직접 어필하고 언니들과 계모의 방해미션에도 적극적으로 맞섭니다.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자 신비한 힘을 빌려서라도 기어코 무도회에 가고 말죠. 자신의 정체가 들킬까봐 조마조마해하면서도 3일 동안 열린 파티에 빠짐없이 출석도장을 찍는가 하면 그저 달리기만 능했던 상드리옹과 달리 비둘기장에 뛰어들거나 배나무에 올라가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활극을 보여줍니다. 

충분히 매력 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아셴푸텔은 그 이름부터 낯설기만 합니다. 그림형제는 잘 아는데, 이상하게도 아셴푸텔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반대로 신데렐라에 대해선 잘 알지만 정작 이야기를 발표한 샤를 페로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여러분들 중에도 샤를 페로라는 이름을 오늘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어쩌다 작가와 작품이 따로 노는 이런 아이러니가 생겨난 것일까요? 우리와 동화책 사이에 디즈니 월트디즈니가 끼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면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그림형제의 ‘아셴푸텔’ 대신 샤를페로의 ‘상드리옹’을 선택합니다. 아셴푸텔에 비해 잔혹한 장면도 없는데다가 유리구두, 요정대모, 12시 땡 등 드라마틱한 소재가 넘쳐났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우리 머릿속 신데렐라는 오늘도 유리구두 한 짝을 계단에 떨군채 우아하게 달려가고 있지요.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유럽전역에 퍼져있는 신데렐라형 이야기 대부분이 상드리옹이 아닌 아셴푸텔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입니다. 

잔혹동화타령가들 사이에선 신데렐라의 원작이랍시고 아셴푸텔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셴푸텔이 신데렐라보다 무려 백여 년이나 늦게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유튜브에 ‘신데렐라 원작’이라고 검색해보세요.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잔혹개수작꾼들에게 아셴푸텔이 추앙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잔혹성 때문입니다. 계모는 왕비가 되면 걸을 필요가 없다며 언니들의 발가락과 발꿈치를 잘라냅니다. 피가 철철 흘러나왔지만 언니들은 그 상태로 왕궁으로 향합니다. 만약 산비둘기들이 왕자에게 귀띔해주지 않았더라면 궁에 도착하기도 전에 과다출혈로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신데렐라에서 언니들은 죄를 뉘우치고 귀족에게 시집도 가는 등 자비를 누리지만, 아셴푸텔의 언니들은 자비는커녕 새들에게 양쪽 눈을 쪼여 실명이 되고 맙니다.





고양이신데렐라


옛날에 홀아비 공작이 딸인 제졸라라는 아이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공작은 재혼을 했는데, 새엄마는 사악하고 성질이 나빠서 딸아이를 미워했습니다. 새어머니에게 학대받을 때 마다 제졸라는 가정교사에게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가정교사가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날 악마의 유혹을 받은 가정교사가 자신을 새엄마로 맞이할 방법을 알려주겠다며 제졸라에게 다가왔습니다. 가정교사는 계모에게 헌 옷을 찾아달라고 한 다음 상자에 머리를 넣고 있을 때 뚜껑을 닫아 목뼈를 부러트리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버지가 집을 비운 어느 날, 제졸라는 계획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그리고 계모가 죽고 난 뒤 공작은 가정교사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 신혼부부가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제졸라에게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사르디니아섬 요정들의 비둘기에게 부탁하라고 말을 전한 뒤 날아가 버렸습니다.

처음 얼마동안 새엄마는 친엄마 못지않은 사랑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얼마지 나지 않아 또다시 악마의 유혹에 빠져버렸습니다. 어느 날 새엄마는 숨겨두었던 자신의 친딸 여섯 명을 집에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이들 여섯은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반면 제졸라는 아버지의 마음에서 점차 미끄러져 나갔습니다. 살롱에서 부엌으로 또 침대에서 아궁이로 쫓겨났습니다. 이름도 그에 걸맞게 변해서 제졸라가 아니라 ‘고양이 신데렐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일 때문에 사르디아니아섬으로 떠나는 날, 공작은 여섯 의붓딸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들은 멋진 가운, 머리장식, 화장품, 장난감 등등을 가져다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못해 친딸에게도 물었습니다. 제졸라는 선물 대신 요정에게 찾아가 주는 것을 가져다 달라고 했습니다.

공작은 사르디니아에 가서 일을 마치고 의붓딸들이 원하던 것을 모두 샀지만 제졸라의 부탁은 까맣게 잊어먹고 말았습니다. 배가 항구에 발이 묶이고, 꿈속으로 요정이 찾아와 알려준 후에야 요정의 동굴을 찾아갑니다. 집으로 돌아온 공작은 요정에게 받은 대추나무, 삽, 그리고 비단 냅킨이 있는 황금 단지 하나를 제졸라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제졸라는 예쁜 화분에 대추나무를 심고 매일같이 물을 준 다음 비단 냅킨으로 닦아주었습니다. 사나흘 만에 여자아이만큼 자라란 대추나무에서 요정이 나와 제졸라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제졸라는 가끔 자기 자매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집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고 요정은 소원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며 주문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축제일이 되자 가정교사의 딸들은 화장품을 덕지덕지 바르고 허드레 장식들로 한껏 멋을 부린 다음 행진에 참가했습니다. 제졸라는 대추나무에 가서 요정이 가르쳐준 대로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왕비 같은 차림새가 됐고, 깜짝할 사이에 멋진 복장을 시종들이 둘러싼 가운데 백마에 올라타 있었습니다. 제졸라는 곧장 여섯 자매들이 간 길을 따라 행진해 갔는데, 여섯 자매들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운 차림이었습니다. 마침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왕이 제졸라의 아름다움을 보곤 홀딱 빠져버렸습니다. 왕은 시종을 시켜 이 아름다운 귀부인에 대해 알아오라고 명했습니다. 시종이 그녀 뒤를 좇아오는 것을 눈치 챈 제졸라는 미리 준비해둔 돈을 한 줌 뿌려 시종의 눈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축제일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도 제졸라는 대추나무의 도움을 받아 여섯 마리의 말이 끌고 마차를 타고 이전과 같은 장소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여섯 자매의 마음에 시기심을, 또 왕의 마음에 불을 질러놓았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왕의 시종이 그녀 뒤를 밟았으나, 보석과 진주를 흩뿌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다음 번 축제일이 됐습니다. 이번에도 제졸라는 멋진 의상을 입고 황금마차를 타고 축제에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왕의 시종이 마차에 이중으로 줄을 걸어서 단단히 잡고 좇아왔다. 제졸라는 이번에도 그 시종이 계속 좇아오는 것을 눈치 채고 빨리 마차를 몰았습니다. 그 바람에 그녀의 나무신 한 짝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신발을 손에 쥔 왕은 비서를 불러서 앞으로 주최하려는 축제와 연회에 모든 여인들이 참석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공작이 나서 자신에게 딸인 있긴한데 한심하고 쓸데없는 놈이 돼놔서 여기 식탁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다고 대꾸했습니다. 그러자 왕은 공작의 딸인 제졸라부터 신껴보기로 합니다. 제졸라의 차례가 되어 신발을 그녀에게 가져가자 저절로 움직여서 발에 들어갔습니다. 왕은 제졸라를 품에 안고 가서 왕관은 씌워주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제졸라를 왕비로 모시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여섯 자매들은 질투 때문에 납빛이 되었습니다.


고양이 신데렐라는 1630년대 지암바티스타 바질레(Giambattista Basile)에 의해 쓰여진 유럽의 구술민담을 정리한 <일 펜타메로네>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신데렐라형 이야기 중 유럽에서 문헌으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년도만 따져보면 그림동화보다 무려 110년이나 앞서 기록되었죠. 덕분에 신데렐라형 민담 중 왕 언니 대우를 작품이기도 합니다. 뒤늦게 이야기를 발견한 그림형제는 이탈리아지방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고양이신데렐라는 어머니의 여의고 계모에게 핍박을 받는다는 여타 신데렐라형 이야기와 비슷한 플롯으로 시작을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가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공은 자신을 핍박하던 계모를 살해해 버립니다. 그리고 살인을 사주한 가정교사가 새로운 계모로 등극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로 진입합니다. 이후 신비로운 나무의 도움으로 축제에 참가한다던지, 왕에게서 3번이나 도망쳐온다더니 하는 유럽형 신데렐라의 클리세를 대체로 잘 따르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주인공 소녀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어떠한 별도 받지 않습니다. 그녀를 핍박하고 사주한 계모와 괴롭힌 6명의 언니들 역시 그림동화에서처럼 발가락이 잘리거나 실명되는 일은 겪지 않습니다. 상드리옹에서처럼 반성하거나 용서받지도 않지요. 어쩐지 범죄에 대해 꽤나 관대한 편입니다. 왜 일까요? 헨젤과 그레텔 기억나시죠? 그냥 애들이 멀쩡히 살아 돌아오고 금은보화도 한 가득 들고 왔으니, 아동유기쯤은 묻고 대충 정리하자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고양이신데렐라에서는 화자가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합니다. 마치 곁에서 엄마나 할머니가 이야기해주듯 악마의 미혹에 탄식하거나, 언니들을 소개할 때 추한 고대괴물에 비유하는 등 작중에 불쑥불쑥 끼어 이야기의 흥미를 돋구어줍니다. 이 작품이 특히나 동화연구가들한테 인기 있는 이유기도한데요, 민가에서 구전되는 표현방식 그대로를 기록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신데렐라가 가장 신데렐라답지 않다.


신데렐라형 민담에서 핵심 소재는 뭐니 뭐니해도 주인공의 신발 한 짝입니다. 신발은 갈등을 해소하고 엔딩으로 이끄는 매우 중요한 아이템입니다. 여타 다른 이야기들에서 금장식신발, 가죽신, 나막신, 고무신 등 다양한 신발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신발은 작품이 정착한 지역과 문화와 관련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뭔가 수상합니다. 주인공이 호박마차를 타고 향한 곳이 콕 집어 무도회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무도회라 함은 춤을 추기위한 모임이고, 우리의 주인공역시 자정이 넘도록 신나게 춤을 춥니다. 유리구두를 신고 말이죠. 아무리 민담이라지만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유리구두를 신고 춤을 추었다고요? 여러분은 혹시 신데렐라 말고 다른 곳에서 유리구두를 본적이 있나요? 이 밖에도 ‘상드리옹’에는 다른 신데렐라형 이야기에는 없는 소재가 많이 등장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요정 데모’입니다. 신데렐라형 이야기에서 기적을 선물하는 대상은 주로 어머니의 영혼이나 어머니의 영혼이 담긴 동식물입니다. 유럽 쪽에는 나무와 새가, 아시아 쪽으로 가면 물고기나 동물의 뼈가 그 역할을 주로 합니다. 인간형 서포터는 이 작품이 유일합니다. 게다가 필요한 것을 그냥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디비디다비디부’를 외치며 화려한 변신술을 선보이죠. 이 또한 다른 민담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드라마틱한 요소입니다. 때문에 학자들은 페로에 의해 많은 부분이 창작되었다고 의심을 합니다.

창작이 의심되는 가장 큰 증거는 작품 말미에 등장하는 <교훈> 대목입니다. 잠시 볼까요? 

     

<교훈>

여성의 아름다움은 결코 물리지 않는 귀한 보물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하고 가치가 있는 것은 매력입니다. 대모는 신데렐라를 왕비처럼 꾸며주면서 사람들을 매혹하는 힘을 주었지요. 이 이야기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아가씨들이여, 머리를 빗어 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또 무도회를 휘어잡는 매력임을 잊지 마세요. 매력이야말로 요정의 진짜 선물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매력이 있다면 귀부인이 될 수 있지요.     


<또다른 교훈>

재치와 용기 그리고 좋은 가정형편 이밖에도 하늘이 당신에게 준 모든 종류의 재주들은 당신의 삶에 큰 보탬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재주를 더욱 빛나게 하고 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당신을 도와줄 대모나 대부가 있어야합니다.     


중산층, 혹은 귀족 여성들에게 전하는 교훈인 듯 보이는데요, 예상한 것과 많이 다릅니다. 외모보다 무도회를 휘어잡는 매력을 기르라고 하질 않나, 타고난 출신과 재산만으로 안 된다. 대모나 대부를 잘 만나야한다 같은 이해할 수 없는 교훈이 난무합니다. 제가 계몽주의시대를 살지 않아서 잘 모르는 것일까요? 여러분들도 신데렐라를 읽으면서 프린세스차밍을 키우고 데모를 잘 만나야겠다. 이런 교훈을 받으셨나요? 이 이야기에 새겨진 교훈이라는 게 있다면 ‘생 끝에 낙이 온다.’, ‘외모에 치중하기보다 착한 심성을 길러라.’, 혹은 ‘의붓형제라할지라도 가족으로서 따뜻하게 대하라.’ 정도 아니겠습니까? 이야기 말미에 등장하는 이런 뜬금없는 교훈이야말로 신데렐라가 채집된 민담 그대로가 아닌 중산층 여성들을 겨냥해 많은 부분 수집가인 페로에 의해 창조된 것임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어디에?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80년대, 고무줄놀이를 하던 소녀들 사이에서 많이 불리어졌던 노래인데요, 이 노래에서 틀린 점을 찾아보세요. 바로 아버지는 죽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계모와 언니들에게 핍박받는 와중에 아빠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신데렐라형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빠는 계모를 만들기 위한 매개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원성이 두려웠던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아예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도 죽여 놓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림형제판본에 등장하는 아빠도 사정은 매한가지입니다. 아무리 딸이 요구했다고 하지만, 선물이랍시고 나뭇가지나 꺽어다주질 않나, 쫒아온 왕자에게 ‘설마 우리 딸내미는 아니겠지.’하며 도끼를 건네는 등 답답하기가 비할 때가 없습니다. 제졸라의 아빠는 한 수 더 뜹니다. 딸이 요구한 선물을 까먹는 건 기본이고, 왕이 나라 안의 모든 여인을 모으려 하자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서 친딸을 디스하는 등 찌질함의 끝을 보여줬죠. 이쯤 되니 계모와 언니들보다 아빠가 먼저 혼이 나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왜 등장하는 아빠마다 하나같이 이런 걸까요? 앞서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에 대해 설명할 때 창작동화 중 보기 드물게 여성들이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죠. 그 무렵 창작동화들이 남성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남성중심의 모험과 서사가 대부분이라 동화 속 여성의 비중과 역할이 적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민담으로 가면 상황이 180도 바뀝니다. 여성주인공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집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라푼젤, 미녀와 야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등 스케치북 표지모델을 다투는 공주님들 모두 민담을 통해 데뷔한 주인공들이죠. 민담은 주로 모계, 즉 여성들의 입을 통해 전해집니다. 때문에 오히려 남성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등장해봤자 무기력하기 일쑤입니다. ‘중년의 엄마들이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 정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센데렐라의 아빠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겁니다. 배추 몇 포기에 딸을 내어준 라푼젤 아빠와 계모에게 수차례 죽임을 당할 뻔 했지만 등판조차 안하는 백설공주 아빠, 그리고 자신이 손수 자식을 숲에 버린 헨젤과 그레텔의 아빠에 비하면말이죠.          




신데렐라콤플렉스 이야기 하려면 나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 말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대략적으로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도 아실테고요. 생소한 분들을 위해 계념만 설명 드리면, 신데렐라콤플렉스는 스스로 자립의지를 포기하고 이성에게 의존하여 삶의 안정을 꾀하려는 욕구를 말합니다. 콜레트 다울링(Colette Dowling)의 저서 '신데렐라 콤플렉스(Cinderella Complex)'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일종의 심리용어인데요, 학계에서 학문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닙니다. 그냥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소설에 워낙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심리상태라 한데 묶어 그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죠. 특히나 남자보다는 한탕주의 여성을 비하할 때 주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분히 여성비하가 깔려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앞서 우리는 유럽의 여러 신데렐라들을 만나봤습니다. 그들 중 부잣집에 시집가기위해, 혹은 왕비가 되기 위해 왕가의 주변을 맴돌거나 슬쩍 신발 한 짝을 던져놓고 온 이들이 있던가요? 신발의 주인을 찾아온 일행에게 득달같이 달려가 왕자의 품에 안긴 소녀는요? 페로에 의해 성녀로 마사지당한 상드리옹도 그런 콤플렉스는 없었습니다. 마냥 착하게 살다가 복을 받았을 뿐이지요.

애니메이션 덕분에 우리는 신데렐라를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약한 이미지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다양한 판본에 등장하는 신데렐라들은 자신의 삶을 비관하기보다 긍정적이며 적극적입니다. 만약 이들에게 콤플렉스가 있었다면 12시 땡 하기 전에 왕자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사라졌겠죠. 그러니 제발, 막장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컴플렉스에 신데렐라는 좀 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우리만이라도 쓰지맙니다. 

이런 데나 써먹으라고 천 년 넘게 구전된 이야기는 아닐테니까말이죠.          




왜 하필이면 잿더미일까?


신데렐라애니메이션의 원작인 ‘상드리옹’, 그림동화의 ‘아셴푸텔’, 그리고 문서로 전해지는 가장 오랜된 신데렐라이 ‘고양이 신데렐라’ 이렇게 유럽을 대표하는 3편의 신데렐라를 만나보았는데요, 상드리옹(Cendrillon)과 아셴푸텔(Aschenputtel)이란 단어는 모두 ‘재를 뒤집어 쓴 소녀’를 뜻하는 말입니다. 즉, 주인공이 이름이 아닌 소녀의 행색을 비아냥거리는 호칭이란 뜻입니다. 세 편 중 이름이 있는 아이는 고양이 신데렐라의 ‘제졸라’ 뿐입니다. 민담 작명소인 디즈니는 이름 없는 주인공에게 엘라(Ella)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재(灰)’라는 뜻의 신더(Cinder)와 결합하면 신데렐라(Cinderella)가 되죠. 작명맛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하필이면 재투성이 소녀일까요? 잿더미는 모든 것이 다 타버리고 남은 절망의 흔적입니다. 잿더미는 빠져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이며 오늘과 내일이 바뀔 수 없는 주인공의 처한 암담한 삶을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이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죽고 새엄마와, 함께 들어온 언니들이 집안 내 권력을 거머쥐면서 주인공은 옷을 빼앗기고 아궁이로 내몰리는 등 상상할 수도 없는 능멸과 착취를 당하게 됩니다. 새로운 권력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혔지만, 씩씩한 주인공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보다 주어진 일을 적극적으로 수행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학계에는 신데렐라야 말로 절대왕정에서 프랑스혁명에 이르는 민초들의 삶을 관통하는 민중문학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진짜 일까요? 이야기 속 민중정서가 녹아든 몇 장면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무도회입니다. 보통 왕실의 무도회라면 극소수의 귀족들만 참석이 가능했을 겁니다. 목적이 왕자의 신부감을 찾는 것이었다면 더더욱 그러했겠지요. 그런데 신데렐라가 사는 나라의 무도회엔 입장제한이 없습니다. 누구라도 삼일동안 마음껏 먹고 신나게 춤출 수 있고 또 파티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세자비의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직접 신발 한 짝을 들고 거리로 나온 왕자의 태도입니다. 애가 타는 마음에 그랬겠지만, 나라 안의 모든 집 문을 두드릴 정도로 신부감을 찾기 위한 왕자의 노력은 꽤나 적극적입니다. 게다가 이 신발신어보기 이벤트엔 신분, 직업,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잠시였지만 한 짝의 신발 앞에선 모두가 평등해졌습니다.

세 번째는 시간제한입니다. 프랑스의 신데렐라야 12시 땡 하는 순간 마법이 풀리기 때문에 그랬다고 하지만, 독일과 이탈리아의 신데렐라들은 시간제한도 없었는데 도대체 왜 나무를  올라가고 또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가며 집으로 도망치려했던 것일까요? 신데렐라는 알고 있었습니다. 궁전은 꿈이고, 현실은 난로가 잿더미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위험한 사랑을 뿌리치고 계모와 언니들보다 먼저 집으로 달려 왔던 겁니다. 요정대모의 12시 시간 제안이 못내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다른 신데렐라를 읽을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 페로의 상드리옹이 월트디즈니의 버프를 받지 않았다면, 그래서 상드리옹이 지금처럼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린 아이'의 대표가 아니라 프랑스의 구전설화로 남아있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봅니다. 그랬다면 저의 해설도 많이 달라졌겠죠. 유리구두와 요정데모의 화려한 마법에 빗대어 프랑스인들의 낭만에 대해 이야기 했거나, 뭇 여성을 성녀로 만들고자 했던 중세의 여성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역사에의 가정법이 없습니다. 그대도 최소한 우리에게는 다른 신데렐라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콤플렉스니 외모지상주의니 하는 틀을 깬 진짜 사랑스러운 소녀를 만날 권리가 말이죠.

오늘은 신데렐라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로 유럽의 신데렐라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중동과 동남아 그리고 중국을 거쳐 대한민국에 이르는 신데렐라로드 여행을 떠나볼까합니다. 

남은 한 짝을 찾는 여행에 함께 동행해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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