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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rarian Pia Jan 24. 2021

코로나 시대 도서관 서비스: 디지털 콘텐츠

도서관장의 업무일기

  2021년 1월 19일, 드디어 도서관 문을 열었다.  유난히 추웠던 그날, 묵직한 도서관 문을 여는 순간... 그렇게 가슴이 떨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비록 제한적으로 도서대출.반납서비스만 하더라도 다시 문을 닫지 않기만을 소망하였다.

  도서관을 문을 열더라도 아마 올 한해는 예전처럼  사람들도 가득 찬 열람실 광경은 볼 수 없고, 저녁 대중강좌에 푹 빠져들던 시민을 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작년에는 얼떨결에 이런 저런 온라인 프로그램을 시도해봤지만,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사회는 어떻게 변할 것이며, 도서관은 또 어떤 모습으로 변신해야 할까


  영국의 민간 싱크탱크 NESTA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한 가지 사실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There will be no ‘back to normal’)고 선언하며 6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하였다. 그 중에는 격리된 사회 환경에서 부정적 영향과 세대간‧인종간‧젠더간의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연대와 협력’이 요구되며, 원격근무 온라인 교육 및 랜선 문화향유가 일반화되는 생활 속에서는 오히려 ‘오프라인 감성’이 요구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기술 차원에서 제4차 산업 디지털 기술 활용이 급속히 촉진되어 디지털 의존도와 사이버 범죄에 증가할 것이므로 ‘디지털 정보보호와 사이버 인권윤리’가 요구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비대면 시대의 공공도서관 서비스도 달라져야 한다.  혹자는 전자책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물리적인 도서관의 불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어쨌든 디지털 정보원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공공도서관은 시민들의 디지털 접근성이나 수용성, 활용성을 제고하는 한편 정보수용이나 활용의 격차, 정보보호와 인권문제, 오프라인 감성 등의 요구도 간과할 수 없는 의무가 될 것이다.

   2020년 7월 EUEOPEANA 디지털 문화유산 전문가그룹의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이들은 “디지털이 일부 GLAM(Gallery, Library, Archives, Museum)의 중심으로 이동하거나, 디지털이 조직 내 모든 사람의 공동 책임이 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기존 실물 중심의 섹터와 함께 디지털 중심의 섹터가 함께 발전할 것이며, 실물과 동등한 중요성을 갖게 됨에 따라 사람들의 디지털 참여가 실제 사이트에서의 경험만큼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디지털 전략은 온라인에서 단순히 디지털을 추가하는 것 이상을 수반하며, 사용자들과의 관계, 디지털 기술, 플랫폼 선택의 문제를 평가하여 기관의 역량을 개발하고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공공도서관도 비대면 시대에 디지털콘텐츠의 방향도 이와 맥을 같이 할 것이라 생각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디지털콘텐츠 이용의 편의성, 통합성이 요구된다. 먼저 출판과 도서관이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 이용 편익을 제고하고 전자책 유통의 활성화를 위해 저작권 보호와 DRM 기술의 호환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공공도서관의 전자책 수서에 가장 문제라 할 수 있는 공급사 목록 리스트에 의존적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다양한 라이선스 모델 서비스가 가능한 통합 플랫폼 구축을 제안한다.

  둘째, 기존의 공공도서관 홈페이지를 디지털콘텐츠의 플랫폼으로 구축하여, 물리적인 플랫폼과 가상의 플랫폼이 동등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공도서관은 모든 사람들이 정보와 독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이다. 비대면 시대에는 공공도서관 홈페이지가 이용자들의 놀이터이자 지식정보의 허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료 정보원은 물론 상용 데이터베이스, 지역사회 아카이브 등을 디지털화하여 정보이용의 걸림돌을 해소하고 지식의 관문으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셋째, 사람들이 참여하고, 함께 만드는 디지털콘텐츠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휴먼 라이브러리>의 경우 지금까지 행사성이나, 진로적성 분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공공도서관이 지역이나 분야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디지털 자료로 제작‧제공하여 편견과 차별없이, 세대, 인종, 젠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독서동아리 활동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 디지털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도서관의 강연이나 온라인 전시는 일방적이지 않고 ‘오프라인 감성’을 자극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비대면 시대의 디지털콘텐츠가 지식격차 발생의 요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IT 기술을 활용하여 장애인, 다문화, 노인 등의 정보취약계층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요구되며, 디지털 리터러시 해소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디지털콘텐츠는 기존의 오프라인 공공도서관 이용 경험의 연장선이 되어야 하며, 디지털콘텐츠가 기존의 서비스를 전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EROPEANA 워크숍에서의 결론처럼 이용자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적절한 디지털 기술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며, 플랫폼 구성 및 선택의 문제를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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