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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brarian Pia Jan 17. 2021

흥미진진, 세계의 공공도서관을 여행하는 법

읽고, 쓰고, 본 것들의 기록

 시간은 흐르는 강물처럼 끝없이 흘러간다. 당신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토록 책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도서관은 마지막 페이지를 알 수 없는 두꺼운 책이고, 새 장은 이미 시작되었다.  - 상하이 도서관 동분관 소개글


  도서관 사서라면 도서관 탐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여행을 떠나면 그 지역의 도서관 한두 개 관은 들러볼 것이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하여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국내여행도 여의치 않은 한해를 보내었다.  아쉽지만 북유럽의 멋진 도서관을 여행할 계획은 몇 년 후로 미루어야만 했다. 뭘 해도 신나지 않은 일상을 꾸역꾸역 이어가던 가을 어느 날, 부지런한 동료는 또 하나의 탐나는 결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녀가 마음 설레며 둘러보고 기록한, 도서관에 관한 책을 나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책 속의 도서관을 여행하는 상상을 하며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은 대륙의 스타일답게 슈퍼 라이브러리를 지향하는 중국의 공공도서관, 세상과 함께 호흡하고 진화하는 미국의 도서관, 시민의 일상을 품은 친환경 건축물의 대만 공공도서관,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핀란드의 공공도서관 그리고 가까운 일본의 공공도서관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현직 관장의 경험을 토대로 도서관 건축물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공공도서관에 대한 국가의 철학과 지역사회의 역할, 미래에 대한 준비 등을 깊이 있게 다루었으며 아울러 우리나라 도서관의 현재를 꼬집고, 미래의 지향점을 생각하게 하였다. 

  책을 읽어가다가 다시 돌아가 읽게 되는 부분이 꽤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광저우도서관이다. 광저우는 이 도서관을 건립하면서 지역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 다양하고 도전적이면서 역동적인 문화가 꿈틀거리는 중심지에 새 도서관을 짓기로 하고 부지를 확정하였는데, 도서관의 컨셉과 디자인을 결정하는데 무려 2년을 소요하였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와 도서관 관계자들이 합의한 목표는 단 하나, 큰 도서관을 짓는 것이었다.  10년의 세월 끝에 완공된 “광저우의 거실”은 건물 규모 외에도 장서 733만여 권, 오디오 및 비디오자료 61만여 점, 정기간행물 5천여 종, 좌석 4천여 석, 컴퓨터 500여대의 규모이며 직원은 596명, 예산 2억 5천만 위안을 투입함으로써 시민이 정보와 문화를 원하는 대로 이용할 수 있는 문화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도서관이 시민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임을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  부러운 건 지는 건데. 우리나라도 조만간 이런 멋진 공공도서관이 건립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위로해본다.

  저자는 공공도서관의 메이커스페이스와 미디어랩의 역할도 소개하였는데, 내 생각과 일치하는 구절이 있어 반가웠다. 그것은 메이커스페이스가 반드시 3D 프린터와 같은 첨단 기자재가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 미셀 오바마 도서관의 커뮤니티 가든의 텃밭도 넓은 의미의 메이커스페이스일 것이라며,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재료와 도구를 이용해 활동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메이커스페이스라는 말에 동의한다.  오랜 기간 동안 공공도서관은 각종 공예활동, 글쓰기 워크숍, 기술관련 강좌 등을 진행함으로써 커뮤니티의 지적, 사회적, 문화적, 오락적 필요를 충족시켜 준 도서관의 역할은 이미 메이커스페이스이며, 현재는 시민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펼칠 수 있도록 활동의 확장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는 한국의 공공도서관 관계자들에게 좋은 조언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다루는 나라는 일본이다. ‘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책을 통해 이미 익숙한 우라야스시립도서관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40여년의 시간을 거쳐 왔지만 여전히 이용자로 활기가 넘칠 수 있는 것은 그 도서관의 직원들의 마음가짐 이용자를 대하는 태도, 도서관의 가치를 믿는 사서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서들이 정리했다는 ‘우라야스 시립중앙도서관의 목표’전문을 몇 번이나 읽어보았다. 정말 멋진 사서들이다!  동경도립다마도서관이나 센다이미디어테크, 무사시노플레이스 등 새롭게 변화하는 일본의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으며,‘공공도서관의 혁신’으로 알려진 다케오시립도서관 운영과 위탁관리제도에 대해 따끔하게 문제제기도 하였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별마당 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의 위탁 운영의 문제도 일깨워주었다.

  이 책은 외국의 공공도서관에 대한 도시의 철학, 시민사회와의 연계, 건축물과 공간 배치를 통한 도서관의 역할 확장, 전통적인 공공도서관 역할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편리한 정보서비스, 재정지원과 인적 자원의 중요성 등을 읽기 쉽게 다루고 있지만, 결코 내용이 쉬운 것이 아니다.  도서관을 설명하는 문장 하나 하나에 집중하면서, 그 의미를 새기며 읽어갈 책이다. 

  공공도서관 사서와 문헌정보학 연구자와 학생 모두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더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공도서관 정책 수립자 등 행정공무원, 공공도서관에 관심있는 정치인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또 욕심을 좀 부리자면 한국의 공공도서관을 여행하면서 마음 설레게 한 이야기를 담은 책도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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