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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빛찬란 Sep 14. 2021

"조선일보야, 넌100만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니?"

  꿈을 현실로 만들다

나는 조선일보에서 언급한 “박원순 서울시가 뜨개질에 돈을 대준” 주민이다. “마을생태계를 조성한다며 예산 퍼주기 주민공모 사업”으로 시작된 서울시 중랑구 망우본동 마을공동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망우본동의 마을이야기는 100만원. 이웃만들기 딱 100만원으로 시작된 이야기였다. 5인 이상 주민이 모이면 서울시가 모임을 지원한다고 했다. 그게 2016년이었다. 주민스스로 모임을 기획 했다. 우리는 우쿨렐레도 했고, 뜨개질도 했다. 수채화도 했다. (나중에는 서울시에서 지원하지 않아도 걷기 모임, 요가 모임, 캘리그라피 모임, 그림책 모임, 여행 모임 등 자발적인 주민모임, 즉 스무 개의 자조모임이 피고 지는 꽃처럼 생겨났다) 포스터와 현수막을 만들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을 모았다. 재능 나눔으로 강사를 섭외했다. 장소도 빌렸다. 재료를 구입하여 공동으로 나눠 쓰고 빌려 쓰고 모자라면 돈을 거두었다. 함께 뜨개질로 수세미와 머리핀을 만들어 마을장터와 마을축제에 나가 전시회도 하고 물건도 팔았다. 판매수익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모임을 가지며 이런 저런 수다도 떨면서 세상에 공짜가 어딨냐. 나랏돈에는 다 꼬리표가 붙어있다고 했다. 제출해야하는 서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공무원도 아닌데 증빙서류가 끝도 없었다. 매번 강의계획서는 써야 했으며 수업이 끝나면 결과보고서도 제출하라고 했다. 돈을 쓸 때마다 영수증을 첨부해서 정산보고도 따로 해야 하니 차라리 돈을 쓰지 않는 편이 마음 편했다. 게다가 활동에 대한 인건비는 전혀 없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서류에 질려 나가떨어지는 주민도 있었다.  

그럼에도 만 5년을 꼬박 마을 활동을 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마을에서 만나 함께 꿈을 꾸는 게 행복했다. 70대 할머니가 잊었던 화가의 꿈을 떠올리고 30대 화가 여성이 할머니의 그림 작업을 돕는 것, 청년이 가난한 장애노인을 돌보는 것, 대기업 중년 남성이 마을 장터에서 봉사하는 것, 일용직 노동을 하는 주민이 마을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식당을 하는 아주머니가 공동체 정원 식물에 물을 주시는 모습, 마을에서 우리집 아이들이 보호 받으면서 살아가게 되고 어느덧 마을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있었다. 100만원으로 시작된 이웃 만들기 모임이었지만 그렇게 이웃이 되어가고 그렇게 공동체가 되어가면서 “주민의 이름으로”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일터에서는 각자 교수, 교사, 화가, 목수, 백수, 만화가, 성우, 회사원, 사회복지사, 연구원, 택배노동자, 학생, 건설노동자, 자영업자, 공무원 등 직함으로 활동하지만 삶터로 돌아와 주민이 되어 이웃으로 연결되어 마을에서 살아간다.      

박원순의 마을생태계 조성은 그에 대한 확인이었다. 있지만 없었던 이웃. 관계성과 공동체성을 담보한 이웃. 망우본동에서 100만원의 실험으로 이웃들이 등장했고 연결되었다. 마을장터와 마을축제가 열렸고, 공동체로 이어졌다.   

  


서울시 주민 공모 사업으로 시작된 망우본동 마을생태계 조성은 마을공동체, 사회적 경제, 도시재생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100만원 이웃만들기 사업은 이후, 5월 망우만끽 마을장터와 200만원 마을축제로 이어졌고, 5년째 2천여명의 마을주민들이 모이는 꽃망우리마을축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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