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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 Jul 27. 2022

유치원 방학 일주일 차

day 1

오늘부터 딱 100일 동안 내 마음 가는 대로 하루에 한 편씩 글을 써보려고 한다.


아이 유치원이 방학을 한 지 이제 딱 일주일이 되었다. 감기로 그 전주 금요일부터 등원을 안 했으니 사실 붙어 지낸 건 거의 2주다. 내 자식 내가 돌보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대단한 일이냐고 하는 사람들은 아이와 딱 24시간만 붙어있어 보시라. 그렇게 힘들게 하는 아이가 아니어도 나의 일상이 바뀐다는 건 생각보다 나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영향을 준다.


아이가 태어나고  5년이 되어가고 있으니 내가 엄마가  지도 5년은 되었다는 말인데, 그럼 이제 '엄마' 나에 적응을  법도 한데 그렇지가 않다. 아이가 1때는 1 아이 엄마인 것에 적응하고, 2살일 때는 2 아이 엄마인 것에 적응하고, 6살인 지금은 6 아이의 엄마인 것에 적응 중이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몸과 마음이 자라나고, 그에 따른 엄마의 역할도 달라진다. 크게 크게 보면  차이가 없겠지만 매일을 돌보는  자식에게 그게  리가 없다.


6살인 우리 아이는 대체로 잘 자고 잘 노는데 먹는 게 전쟁이다. 이 아이는 늘 배가 고프지 않다. 입이 짧고, 먹는 양 자체가 작고, 맛있는 것만 먹고, 밥은 꾸역꾸역 먹고 반찬만 먹으려고 한다. 그렇다고 밥만 안 먹고 간식을 먹는 것도 아니다. 씹는 것보다는 그냥 꿀떡꿀떡 삼킬 수 있는 마실 것들을 훨씬 좋아한다. 키는 얼추 또래 평균인데 매우 마른 편이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요리를 해주려고 하는데 엄마도 사람인지라, 정성껏 만들었는데 한 입 먹고 '맛없어'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내가 말이야.  먹이려고  더운데  앞에서 얼마나 지지고 볶았는지 알고 있어?!


라고 말하면 나를 째려보며 꾸역꾸역, 정말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것을 먹는다는 표정으로 한 시간에 걸쳐 식사를 한다. 앞에서 그걸 쳐다보고 앉아있으면 정말이지 정신 수양을 하는 기분이다. 엄마 아빠는 한 식탐 하다보니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먹는 기쁨이 얼마나 큰데, 그걸 모른다고?


그 수양을 방학이 되니 하루 두 번이나 해야 한다. 아침은 빵과 우유나 주스, 닭 야채 볶음, 과일 한 종류 정도 주면 그나마 혼자 잘 먹는다. 점심부터가 고민이다. 고된 정신 수양을 하루 두 번이나 해야 한다니. 물론 며칠 사 먹을 수도 있지만 사 먹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뭘 만들어 먹여야 조리시간도 짧고 잘 먹을까? 정말이지 끝없는 고민이다. 앞으로 남은 방학 기간은 3주. 어떻게 보내든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나는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


일단 오늘 아침은 시리얼로 끝냈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였으니 점심을 든든하게 잘 먹여야 한다. 점심 메뉴는 뭐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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