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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ux Feb 09. 2024

우리의 소원은

정말 통일일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을 이루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 나라 살리는 통일

 통일이여 어서 오라 통일이여 오라     


- 안석주, ‘우리의 소원’


 3․1절 특집 뮤지컬의 수록곡으로 <우리의 소원>이 발표된 지 벌써 77년이 되었다고 한다. 통일을 염원하는 이 노래가 1947년 서울중앙방송국 어린이시간에 소개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곤 감히 추측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비록 광복 후 미군과 소련군이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기 위해 북위 38도 위선을 기준으로 경계선을 설정하긴 했으나, 노래의 발표 시점은 남북한 정부가 따로 수립되기 이전이었기에 머잖아 국가가 다시 통일될 거라는 희망이 분명 존재했던 시기여서이다. 단군왕검이 기원전 2,333년 아사달을 도읍으로 하여 고조선을 세운 이래 한반도는 대체로 단일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이었고, 신라가 676년 당을 몰아내고 통일을 이룩한 이래로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일 국가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1953년 7월 27일 한반도 중앙을 관통하는 군사분계선이 그어짐에 따라 북쪽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되고, 남쪽은 대한민국(남한)이 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한국인은 현재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다.


 한국인에게 한국 전쟁은 슬픔과 아픔의 역사다. 우리끼리 치고받다가 대한민국 공업 기반의 절반과 국가 재정의 1/4 손실, 북한 전력과 연료 및 화학 공업 70% 이상의 소실, 그리고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낸 아둔하고도 끔찍한 참상이었던 탓이다. 일제강점기 시기보다 오히려 한국 전쟁 때 파괴된 문화유산들이 더 많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이다. 살아남은 이들에게도 전쟁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다. 일제의 징용과 징병을 피해, 혹은 생계를 위해 떠돌다 광복을 맞으며 이제 좀 편안해지겠거니 했는데 곧장 한국 전쟁이 터지면서 온갖 종류의 유족과 이산가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경찰이 추산한 이산가족의 수는 약 1,050만 명에 달했는데, 당시 대한민국 인구가 약 4,000만 명이었으니 네 명 중 한 명꼴로 이산가족이었던 셈이었다. 오죽하면 휴전 3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 편성한 120분짜리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이 138일로 늘어나고, 녹화 원본 테이프들 463개뿐 아니라 그에 딸린 담당 PD 업무수첩, 이산가족이 직접 작성한 신청서, 일일 방송 진행표, 큐시트, 기념 음반, 사진 등 2만 522건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했을까.


1983년, KBS 본관 앞에 모여든 이산가족들. 출처: KBS 아카이브 

 그런데 분단된 지 오래되어 통일 국가로서의 한반도 개념을 가진 이들이 거의 세상을 떠나고, 북한의 경제 사정은 남한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곤두박질하였으며 대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자 점차 한국인의 통일 인식은 희박해지고 있다. 학교에서, 방송 매체에서, 심지어 SNS 상에서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치욕을 잊지 않도록 교육받고 있으나 곰곰이 되짚어보면 일제강점기는 분단보다 더 짧고 분단보다 더 이전이다. 바꾸어 말해 현대의 한국인들은 근대 일제의 만행에는 누구보다도 강렬한 분노를 느끼며 치를 떨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우리 스스로 저질렀으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끊임없이 우리의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분단이란 대상은 상대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이러한 모순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하여금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데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단적인 예로 대북 관계가 안 좋아지면 한국인들은 ‘또 시작이네’ 정도로 치부하는 듯한데, 그런 시기에 대한민국으로 여행을 오려는 외국인들은 주변으로부터 ‘정말 그런 위험한 나라에 여행을 가도 괜찮겠냐’는 우려 섞인 만류를 듣는다. 북방한계선(NLL) 근처의 서해 5도에 북한이 포격을 하면, 외국인들은 당장이라도 전쟁이 나려는 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란다. 포격은 시작과 동시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인접한 일본과 중국에서 뉴스의 첫머리를 장식하는데, 일본과 중국에서 국가급 재난이 터져도 우리나라 탑뉴스가 된 적이 거의 없는 걸 떠올리면 한국인들이 분단 상황에 얼마나 심드렁한 편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천하 태평으로 안보 문제에 일관하다 또 우리가 한국 전쟁 초반처럼 북한의 공격에 밀릴까봐 솔직히 아주 걱정스럽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대한민국의 안보 문제는 몹시 흥미로운 소재이며 그들의 선호 투어 1위는 단연 DMZ 투어인데, 정작 한국인들 중에 DMZ 투어를 다녀온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서울특별시청에서 DMZ 초입의 도라산역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10분밖에 안 걸린다. 그러나 서울 시민들은 국내 여행을 간다면 강원도나 제주도로 가지 DMZ로는 가지 않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왜 하고많은 투어 가운데 DMZ 투어를 좋아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 관점을 바꾸어 외국인의 시각으로 파헤쳐보자. 도대체 DMZ 투어란 무엇이고, 어째서 선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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