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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ux Feb 16. 2024

DMZ가 뭐예요

거긴 어떻게 가요

 DMZ란 영어 단어 Demilitarized Zone의 약자이며, 우리말로 비무장지대라고 부른다. 비무장지대가 없이 양측 세력이 완전히 맞닿아 있다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자칫 잘못하면 큰 사태로 번질 수 있으므로 비무장지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이곳은 민간인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으며, 중립국 감시단이 지속적으로 해당 구역이 비무장으로 잘 유지되고 있는지 감시 활동을 펼친다. 군사적 역할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 DMZ인데, 반세기 이상 사람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었던 만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붉은박쥐, 사향노루, 솔나리 등 멸종위기 54종과 각종 1급수 어류를 포함해 3,209종의 동식물(전국에서 발견된 5,153종 중 62.3%, 2008년 국립환경과학원 실태조사)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DMZ에 대한 지식을 공부할 경우 혼란을 막기 위하여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 줄여서 MDL), DMZ, 민간인출입통제선(Civilian Control Zone, 줄여서 CCZ 혹은 민통선) 세 가지를 구분하여 배운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인해 확정된 휴전선이 군사분계선이며,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 북으로 각각 2km씩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협약한 지역이 DMZ이다. 북측 DMZ 경계선은 북방한계선, 남측 DMZ 경계선은 남방한계선이라 부른다. 한편 1954년 2월 미8군사령관의 직권으로 민간인 출입을 통제한 구역의 경계선이 민통선인데, 민통선은 국방부 장관이 합동참모의장의 건의에 따라 설정하거나 변경할 수도 있고 군사 시설 유무에 따라 계속 모양이 변하므로 정확한 민통선의 모습은 보통 지도에 표시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민통선 안쪽은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나 관광객도 검문을 통과하면 드나들 수 있지만, DMZ 안쪽은 대통령이라도 어지간해선 들어갈 수가 없다.


 그러니 DMZ 투어는 실은 남방한계선 안쪽을 여행하는 게 아니라, DMZ 일원이라고 불리는 민통선 안쪽을 여행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현재 민통선 안쪽 구역은 통일정책 변화나 토지개발 등으로 필요에 따라 끊임없이 축소되고 있다. 초창기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0km까지도 설정되었던 민통선이 현재는 비공식적으로 5~10km 수준이라고 하니 그만큼 민간인 통제구역이 많이 줄어든 셈이다(다만 군사보호구역 경계선은 여전히 25km이다.).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 전쟁기념관을 갖춘 양구나 칠성전망대, 안보전시관을 갖춘 화천도 안보관광지로 알려져 있지만, 보통 DMZ 투어라고 하면 크게 파주 권역과 철원 권역, 고성 권역 세 권역의 투어를 일컫는 듯하다. 파주 권역은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제3땅굴과 DMZ 영상관-도라산역과 전망대를 구경하고 철원 권역은 제2땅굴-평화전망대와 월정역사-노동당사를 구경하게 된다. 고성 권역은 고성 통일전망대-DMZ 평화의 길-6․25 전쟁체험전시관과 화진포 김일성 별장을 둘러보게 된다. 셋 다 각각의 재미가 있는데, 통일로나 자유로처럼 큰 도로가 뚫려 있어 인천국제공항에서 환승투어를 하거나 서울 시내로부터 다녀오기에 더 편리한 파주 권역이 관광객에게 각광받는 편이다. 코로나19 방역 기간을 제외하면 평년에는 200만 명 이상이 파주 권역 DMZ 투어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환승투어는 대한민국을 경유하여 자국 또는 제3국으로 가는 여행객 가운데 환승을 위한 체류시간이 24시간 이하인 경우 신청 가능하며, 공항 터미널의 환승투어 등록 데스크에서부터 시작된다. 무사증입국 허용 국가의 국민 또는 대한민국 법무부 전자여행허가(K-ETA)를 득한 여행객은 사증(비자) 없이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환승투어에 참여하는 여행객의 입장이 되어 파주 DMZ 투어를 따라가 보자.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이면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닿는다. 기존에 3,000원의 입장료를 받았었지만 2024년 1월 1일부터 통일전망대의 입장은 무료로 바뀌었다. 오두산은 오랜 옛날 세력을 넓히려는 고구려와 백제가 각축을 벌였던 장소라고 한다. 그러다 이제는 정상에 통일전망대가 있어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여 서해로 흘러가는 모습과, 북한 황해도의 모습을 바라다볼 수 있다. 여기서 24분 가량을 버스로 더 가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 나온다. 명절 때마다 실향민들이 와서 차례상을 차리고 고향을 향해 절을 하는 망배단이 여기에 위치해 있고, 길이 850m의 곤돌라가 생겨 장단반도를 굽어볼 수 있다. 공원 내에는 자유의 다리와 독개다리라는 두 개의 다리도 있다.


 자유의 다리는 1996년 12월 24일 지정된 경기도 기념물 제162호로서, 남북을 잇는 유일무이한 임진강의 통로이다. 원래 이층 다리였다고 하나 상행선은 한국 전쟁 당시 파괴되었고, 하행선은 도로교로 개조하여 공산군에 포로로 잡혔던 12,773명의 장병들이 휴전 협정 이후 이 다리를 건너왔기에 ‘자유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편 독개다리는 전쟁 때 폭격으로 파괴된 교각들을 활용하여 만든 관광형 인도교로 입장료가 존재한다. 증기기관차 내부를 재현한 공간과, 다리 상판의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과 다리 아래의 습지식물 및 교각의 총탄 자국을 볼 수 있다. 오로지 관광 목적으로 만든 임시 장소이므로 통일이 되는 그날 철거될 거라는 안내문이 다리 끝에 붙어 있다. 전쟁 당시의 총탄 자국은 등록문화재 제78호로 지정된 장단역 증기기관차에도 있는데, 피폭 및 탈선되어 15m 가량밖에 남지 않은 기관차에 약 1,020개의 총탄 자국이 있다고 한다.


설 맞아 임진각 망배단을 찾은 실향민 가족

 이제 임진강을 건너 본격적인 DMZ 구역을 향해 나아가자. 첫 관문은 남북출입사무소가 위치한 도라산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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