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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아빠 Sep 10. 2023

민주당 이야기③ 민주당과 금태섭


민주당의 경우.


"금태섭 같은 사람도 포용하지 못하는 민주당"


할 이야기가 많고, 당시의 상황논리가 있더라도 뼈아프게 들어야 할 비판이다. 민주당이 당내의 '다른 의견'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사람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각인시킨 일이기 때문이다. 


금태섭이라는 개인을 넘어, 민주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른 생각들이 어떻게 다루어지고, 경쟁하고, 때로는 싸우면서도 함께 하는지 숙고해 보아야 할 때다. 그건 민주당이 변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철저하게 추구하면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지, 좀 더 적극적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민주당의 가치 아래 함께할 수 있도록 불러올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있어 민주당은 포용적이라기보다는 배타적이고, 확장적이기보다는 폐쇄적이며, 조금의 흠집과 얼룩도 용납하지 않는 높은 순도를 추구하는 정당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정당의 생명력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금태섭을 다루는 방식'은 지지자들의 결집과 정당의 단결과 같은 요인들과 당내 다른 목소리의 억압과 다양한 토론의 실종과 같은 요인들을 모두 무게 달아보았을때 결코 플러스로 계산되지 않는다.


당의 단합과 배타적 공동체가 결코 같지 않음을 분별해 당의 기풍과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에 깊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금태섭의 경우.


금태섭은 아까운 정치인이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그는 나름의 합리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 민주당에 이런 정치인 한 명 있다는 것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검찰개혁 문제로 불거진 ‘징계국면'에서 그의 선택과 행보는 영리하지도 옳지도 못했다. 이건 민주당도 잘못했고, 금태섭도 잘못했다는 양비론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에게 별의 순간이 있다면 금태섭에게는 그 시간이 그런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그 별을 놓쳤다. 이제와 소용없는 이야기이지만 그가 민주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았을때, 


"제가 가지고 있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것이 민주당이 가야 할 검찰 개혁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당원과 국민들께 말씀드려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론과 다른 투표를 했고 징계를 받았습니다. 불법과 부패가 아닌 소신이 징계의 사유라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 징계를 받아들이고 재심도 청구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민주당원이고, 민주당을 사랑합니다. 당론을 거슬렀다는 이유로 많은 당원들의 비판도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당원 여러분과 소통한다면 제 생각과 진심이 전달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더 민주당을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나가겠습니다."


라고 입장을 정리했다면 그는 지금 민주당이 더 필요로 하는 정치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징계에 재심을 청구했고, 심지어 탈당까지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당시 그에게 가해진 야만적인 문자폭탄과 공천탈락의 고통을 알면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그가 노무현과 같은 정치인과는 다른 지점이고, 그가 '거기까지인 정치인'이 되어버린 이유이기도하다. 


그의 선택은 그가 민주당의 손님 이었음을 보여준다. 그에게 주인의식이 있었다면 지금은 자신을 몰라주고, 심지어 온갖 모멸을 주는 그 당원들도 자신의 노선과 가치를 알아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버티고, 고민하고, 길을 모색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가 별의 순간을 잡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경상도 사람이 김대중당 한다고 당에서도 고향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노무현과 군사독재 세력과 손잡았다 넘어온 배신자라는 손가락질이 멈추지 않았던 김부겸과 같은 정치인이 그런 억울함이 없어 버티고, 당원에게 고개숙이고, 자신의 길을 간 것이 아닐 것이다.


여기에 그가 국회의원이 되는 과정에서 배려와 혜택을 민주당으로부터 받은 사람이라는 것은 그의 이런 선택에 아쉬움을 더하는 요소다. 손해보려는 주인은 없고 사은품만 바라는 손님만 있는 정당이 잘 될리 없지 않은가.


다시 민주당의 경우.


이 사건으로 민주당은 많은 손실을 입었다. 그 손실이 헛되지 않도록 민주당의 울타리안에서 더 많고 다양한 생각이 표출되고, 부딪히고, 경쟁하면서 결국에는 단합하는 품이 넓고 단단한 당을 만들어 가야 한다. 왔던 사람도 질려서 가버리는 곳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더 와서 이야기하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국의 단일대오'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하나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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