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그렇게 열정적인가.
10여 년 전 한창 유럽 축구 투어에 빠져 있었을 때쯤 나는 매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경기장을 방문하였다. 경기장 투어를 하면 좋은 것은 그 팀의 경기장을 직접 돌아 볼 수도 있고, 그들이 지금까지 했던 업적들,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팀의 선수들이 있었던 공간을 둘러보면서 같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감흥이 많아 그렇게 다녔었다. 그런데 경기장을 다니면서 느끼는 공통점이 있었다.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것은 투어를 리드해 주시는 가이드분들이 한결같이 그 팀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대단했다. 아마 내가 갔던 팀들의 가이드들의 자신의 팀에 대해 열정 순대로 줄을 세운다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왜 그들은 그렇게 대단하게 열정적으로 손님들을 이끌까.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100여 년 동안 팀이 유지되었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사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기업의 수명은 10년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축구단도 기업이라고 생각을 하면 100여 년 정도 유지되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라도 아닌 축구단이. 100여 년 역사를 가진 기업은 정말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뒤져도 손에 꼽을 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더 피를 토하면서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이 만들어낸 순간순간의 달성했던 성과였다. 내가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스코틀랜드에 갔을 때 '셀틱'이라는 팀의 가이드였는데 정말 이 자부심이 너무 대단해서 2시간짜리 투어가 점점 늘어나는 드문 경험을 하였다. 아마 차두리, 기성용 선수가 뛰던 시기에 갔었으면 더 했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지금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그분은 셀틱 구단의 직원으로서 그 구단의 오랜 역사를 다 이해를 했고, 자신의 구단의 희로애락을 같이 겪으면서 달성했던 그 성과들이 자신의 일처럼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조직의 유산을 공유함으로써 정체성을 가지고 이 조직이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가 명확했고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한 의문도 가지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직원의 경우, 정체성을 보존하고 전통을 이어가려는 그런 마음가짐이 강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내내 느낄 수가 있었다. 사실 나의 경우, 그게 지금 흔히 말하는 TMI였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자부심을 마음껏 뽐냈던 자리가 아니었는가 생각이 된다.
셀틱의 경기장 투어 가이드의 그런 열정은 조직에 있어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그 정도의 열정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그 일에 대한 정체성이 뚜렷하고 왜 그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가 명확하다 보니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고, 동기가 자극되고 그에 더해 이렇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들이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런 즐거움은 투어를 오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비단 매뉴얼에는 없을지라도 상황에 따라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를 하고 설명을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 세계 사람 중 적어도 2시간에 몇 명의 팬을 더 만드는 효과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이는 자연적으로 구단의 매출과도 연관되지 않을까.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정체성을 이야기하자면 개인에 있어서 자신은 누구이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말한다. 이런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면 의미 동기는 물론이고 즐거움 동기까지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이 정체성이라는 것은 개인에게만 있는 게 아닌 조직에도 형성된다는 것이다. 조직의 정체성이란 기업의 존재의 이유, 기업이 내리는 모든 결정의 근간이 되는 가치와 행동양식, 유산과 전통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체성이 뚜렷한 조직은 직원들에게 굳이 업무를 세세히 관리하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감시와 관리가 없을 때 직원들은 비로소 더 실험을 하고 목표와 상황에 맞춰 적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말하자면 신뢰가 쌓인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한 환경에서 자유가 더해지면 명령의 발생, 전파, 이해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그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고 책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의 저자 닐도쉬와 린지 맥그리너는 이야기한다. 위에서 말한 가이드가 바로 이런 이론적인 이야기와 동일한 맥락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이런 나라, 조직의 이런 전통과 유산에 대해서 조금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런 것들에 중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했을 때까지 나 역시도 소홀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들의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되면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조직의 유산이라는 것은 과거의 개념으로 보면 될 것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행해왔던 그런 일들이 어떤 추구하는 목적을 가지고 일관되게 유지되었다는 점에서 조직원들에게 정체성의 중요성과 무엇인지 일깨워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고, 행동 규범을 따를 수 있는 본보기가 될 것이다. 반면 전통이라는 것은 미래로 전해져야 하는 개념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정체성을 전통을 활용하여 가치와 더불어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정체성이 만들어지게 되면 이미 조직 내에 공동의 목표와 행동규범이 공유되었기 때문에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관리자가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쳐 줄 필요 없이 조직원 개개인이 상황에 따라 우리 조직의 정체성과 행동 규범에 비추어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신뢰가 형성될 것이기 때문에 조직은 알아서 잘 운영될 것이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이런 정체성, 가치, 미션, 행동 규범, 조직문화에 더 신경을 쓰고 오히려 외부적인 다른 것으로 직원의 행동반경을 좁히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생각이다.
감독이 축구 경기 내내 같이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수 없다. 이미 그전에 공통적인 전술과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방식들을 충분히 공유하고 약속된 플레이와 기본 전술에 비춘 선수의 적응력의 조화로 경기를 하는 것이다. 즉 정체성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에서는 이 정체성이 업무를 소명으로 바꾸는 힘이 있고, 공동의 목표와 행동 규범, 유산과 전통으로 조직원을 결속시킨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공동의 목적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힘을 주며, 총 동기 문화를 강화 시킨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우리는 더욱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 참고 문헌
① 닐 도쉬,린지 맥그리거,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생각지도, p206-p237
* 이 내용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자료 조사에 근거한 생각이고 광고와는 관련이 없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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