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속적으로 성향과 관련한 책을 읽으면서 계속적으로 내향성과 외향성을 비교하면서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내향성의 장점을 어필하듯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까지도 내가 그렇게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고 원래 나의 성격이 이렇기 때문에 어떻게 고쳐보자'라고 인정을 하기보다는 '나는 왜 이렇게 지지리도 못났을까'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그런데 책 <Quite(콰이어트)>라는 책은 나의 이런 생각과 시각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하였거니와 그동안 30여 년 궁금해하면서 살아가던, 부정적으로만 인식되던 나의 성격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었던 측면이 강하여 나와 같이 내향성으로 고민하고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인식을 바꿨으면 하여 계속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럼 가만히 생각해보자. 이런 나의 내향성은 어디서부터 어떤 이유로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그렇게 보이게 되었을까.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누구나 의무적으로 받는 학교 시스템이 그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학교 시스템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내향성 보다는 '외향성'에 그 기준이 맞춰져 있다. 사실 이전 포스트에서도 내향성을 가진 사람도 외향성을 가진 사람처럼 그 행위에 대해 존중되어야 하고 그 성향에 따른 지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본다면 우리 주변의 일반적인 교육과정의 학교는 외향적인 아이들에게 맞춰 구성돼 있다.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성은 다른 또래 아이들과 더 열심히 어울리고, 더 사교적으로 행동하라는 이야기만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본다면 학교라는 곳의 기능 자체가 이러한 목적을 가진다고 볼 수 있고, 평가 요소 또한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측면은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이런 시스템이 갖춰질 수밖에 없는 놀라운 사실이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대규모 집단으로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 지금 상황에서의 최고의 학습법이고, 누구나 끄덕일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비용적인 측면이 더 큰 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학교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시스템과 환경을 제공하려기보다는 비용적 효율성을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편향적인 학교 시스템은 외향성을 띠고 있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아주 좋은 환경일 수가 있다. 그렇지만 내향성이 강한 학생의 입장에서는 이런 시스템 속에서 생각하거나 창조할 시간과 같은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은 그저 학교의 일과를 마치면 진만 빠지는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내향성을 갖춘 사람들의 장점을 우리 사회에서 써먹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는 이 편향적인 시스템부터 고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럼 이런 편향적인 시스템에서 자란 우리는 내향성의 장점을 1도 발휘하지 못하고 외향성에 이끌려 살아야 할까. 그리고 외향성의 일은 정말 내향적인 사람은 할 수 없는 두려운 일일까. 사실 이런 의문은 좀 극단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내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외향성의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쉽지만은 않은 일이긴 하다. 그러나 자신의 무기로 이를 극복한 사람들의 예도 있으니... 책 <Quite(콰이어트)>에서는 지독스러운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이지만 주방용품의 판매왕으로 알려진 존 버고프(이하 '존'이라고 이야기하겠다.)의 예로 비법을 알려주고 있다.
존은 전형적인 내향성을 지닌 사람으로 말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한번 말을 할 때 깊이 생각해서 말하는 편이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였을 때는 더더욱 말을 하기보다는 듣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역량 강화 코칭'이라는 개인 코칭 및 판매 훈련 사업을 하는 그는 처음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 주방용품을 취급하는 초보 판매원이었다. 존은 일을 시작한 지 8주 만에, 칼을 5만 달러어치를 판매하였다. 그 해 새로 영입한 4만 명이 넘는 판매원 가운데 최고가 되었다.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던 해에는 커미션으로 13만 5천 달러가 넘는 금액을 발생시켜 전국 판매 기록과 지역 판매 기록을 25개도 넘게 갈아치웠다. 이 이야기만 들으면 그가 내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외향성이 더 큰 사람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을 상대하는 게 힘들어서 점심시간에는 항상 도서관에 숨는 그런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럼 그는 도대체 어떻게 남들이 하지 못한 이런 성과를 단기간에 올릴 수가 있었을까.
일반적으로 생각하기로 판매를 많이 하고 잘하는 판매원의 경우 스스로 흥분하고, 사람들을 들뜨게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존의 말을 들어보면 정확히 반대로 이야기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판매를 잘하려면 말이 빨라야 한다거나 카리스마를 써서 설득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여겨요. 그런 것은 외향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데 실제로 필요하죠. 하지만 판매 분야엔 이런 격언이 있어요. '귀는 두 개고 입은 하나니 거기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 저는 바로 그것이 판매나 컨설팅을 정말 잘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믿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로 잘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죠. 제 조직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판매원들을 보면 그런 외향적인 자질들이 성공의 열쇠인 경우는 없어요."
영업을 하시는 분들 또는 컨설팅을 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어떤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하는 모든 분들에게 앞에서 한 '존'의 이야기는 해당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일단 잘 듣고 상대방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이 되어야지 그에 맞는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존 역시 경청을 하는 것이 열쇠라고 이야기한 것 같다. 사실 고객의 입장에서 판매를 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내가 원하는 정보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는 그 제품들의 원료, 재질 이런 것도 물론 도움이 되는 정보이기는 하겠지만 사실 다른 실용적인 측면을 더 알기 위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어떤 고객은 어쩔 수 없이 인내를 가지고 들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고객은 그만 그 매장을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고객이 원하는지 잘 듣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존의 경우는 질문을 잔뜩 던지고 고객의 대답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런 경청을 잘하는 타고난 성향 덕분에 판매왕이 된 것이다. 이런 경우 핵심 질문만 맥락에 맞게 잘하기만 해도 대화 전체를 매끄럽게 이끌어갈 수가 있었던 것이다.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면서 상대방을 끌어당기고, 설득하기보다는 조언하는 역할을 통하여 잠재 고객과의 만남을 일종의 치료 시간으로 바꾼 것이다. 존은 이런 비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저는 사람들이 제가 파는 물건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저에게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일찌감치 알아차렸습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이해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산 것이죠."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 반의 급훈은 '잘 듣는 사람이 되자'였다. 사실 이 급훈의 큰 의미를 그때는 잘 몰랐다. 잘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이렇게 잘 듣는 것만으로도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는 정말 철 없이 선생님 말씀, 어른들 말씀 잘 듣자는 이야기로 이해를 했었다. 그렇지만 세월이 가고 생각이 크고 깊어질수록 이런 선생님의 이야기가 큰 울림으로 남고 있다. 지금 이 나이로 초등학교 6학년 시절로 가서 그 의미를 선생님께 묻고 싶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외향성에 맞춰진 학교 시스템 속에서 우리 반이라도 조금은 내향성의 시선을 두고 있는 선생님의 교육 철학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