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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FNE Sep 02. 2019

코토바 EP 언어의 형태 - 2

수록곡작업

프로듀싱 - 수록곡 작업


수록곡 리스트


1. odori

2. oatmeal

3. frittata

4. 소멸의 소실

5. 여름의 낮(EP ver. CD only)


*레코딩/믹싱 은 강재욱 님의 Sanche Studio에서 진행, 드럼 녹음은 Wave Studio에서 진행하였다.

*마스터링은 Sonic Korea 강승희 기사님께서 수고해주셨다.


1. odori 오도리


밴드 초반 곡 작업은 로직(프로그램)으로 트랙을 조합하고 그것을 합주를 통해 발전시키는 방식이었다. 첫 트랙으로 수록 예정인 ‘odori’의 경우가 대표적으로 그리했다. odori는 생새우가 들어가는 어떤 요리의 일종인데, 생새우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상상하여 곡의 제목을 붙였다. 달려 나가는 듯한 드럼과 장난감 같은 기타 리프로 시작해서 1절이 나오다가 중반부에 템포가 확 떨어지면서 블루스, 재즈 솔로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며 후반부는 다시 빨라지는 구성이다. 뮤직비디오도 촬영했는데 초기에는 중화요리 팬에서 새우와 야채들을 볶고 불이 피어오르는 장면을 넣고, 슬로모션을 넣어 역동적이며 식욕을 자극하는 푸드 비디오(?)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좀 더 클린하고 시원한 느낌을 지향하자는 의견에 따라 샐러드 형식의 푸드 매이킹 콘셉트로 변경하였다. (물론 라이브 장면도 나온다.)


초기에 구상한 뮤직비디오의 콘셉트 이미지 - 맛있겠다.


오도리 MV 촬영 현장


2. oatmeal 오트밀


데모 자체가 합주곡으로 완성되어 연습하는 경우도 있었다. 오트밀이 그러했다. 이 곡은 최초로 작업한 코토바 오리지널 곡이다. 5박자(1,2,3,4,5,1,2,3,4,5로 카운트 진행된다고 생각하면 쉽다.)로 가는 드럼에 6박으로 진행되는 기타가 맞아 들어가는 것이 매력이다. 리듬기타가 본래 드럼이나 베이스가 맡고 있는 안정적인 백업 역할을 대신한다. 베이스는 특히나 독자적인 멜로디를 구축해서 연주한다. 리드기타는 다른 파트를 모두 만든 후에 큰 고찰 없이 수월하게 한 번에 녹음했고 크게 바뀐 부분은 없다. 드럼은 충실히 박자를 따라서 다양한 플래이를 넣었고, 베이스의 연주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 리듬기타의 코드워크 플래이가 마치 귀리처럼 알맹이 있다고 생각해서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다. 반복적인 코드 아르페지오가 매력이며, 단순하게 들릴 수 있지만 상당히 몰입감 있는 연주로 담으려 노력하였다. 목 그루브를 타며 들으면 곡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다.(띵똥 땡 띵똥)


이미지를 보며 음악을 들으니 입안에 귀리가 돌아다니는 것 같다.


3. frittata 후리-따따


오트밀과 비슷한 시기에 로직으로 뚝딱 만든 곡이다. 일부러 복잡한 박자를 넣진 않은 평범한(?) 4박자의 곡이다. 오트밀이 인스트루멘탈(연주 중심) 곡이었어서 ‘이번엔 보컬을 넣은 팝적인 곡을 만들어보자.’ 싶어서 보컬 가이드까지 넣었다. tricot의 곡들처럼 4박자 부분에 스트로크 주고받기 놀이를 많이 넣어서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변박이 많은 음악을 계속 듣다 보니, 4/4에서 나오는 리듬기타 백킹은 많이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많이 생각했다. 합주를 하면서 인트로 부분을 스윙 재즈로 편곡하고 간주 부분을 더욱 길게 바꾸고 후주 부분 섹션을 추가하였다. 보컬은 초기엔 심플한 허밍 음계로 만들었으나 추가적으로 가사와 멜로디를 붙였다. frittata는 이탈리아식 오믈렛으로 잘게 썬 채소나 고기, 치즈, 파스타가 들어가는 음식이다. 제목으로 지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맛있는 계란 요리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뒷부분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계란 요리가 지글지글거리는 생각을 하며 들으면 기분이 좋다. 쓸쓸하고 뜨거운 기타 솔로가 나오는 곡이다.


오믈렛은 언제나 환영이야.


4. 소멸의 소실 消滅의 消失


수록곡 중에서 가장 변박이 많은 곡이다. 일전에 매스 록을 하지 않을 때는 변박이란 것은 곡 진행 중에 갑자기 발생하거나, 등장하여 놀라게 하는 어떤 장치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4박자로 만드는 일반적인 곡들도 단순히 1,2,3,4를 세면서 진행하는 것인데, 그런 자각이 없었으니 변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곡의 다이내믹을 만드는 것에 있어 변박을 적용하는 것이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변박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시길. 이젠 꽤 재미있다.


소멸은 사라진다는 말인데 그 소멸마저 소실(사라졌다.)되었다는 의미이다. 앞의 세 곡이 음식 이름인데 갑자기 심각한 제목이 왜 나오냐면 큰 의미는 없다. 제목은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는데 편곡하면서 왠지 모를 쓸쓸한 정서가 느껴졌다.(사실 대부분의 곡을 만들 때 쓸쓸함에 몰입하여 연주한다.) 합주하던 어느 날 됸쥬씨가 어떤 아름답고 서늘한(?) 아르페지오를 연주하는 것을 듣고 발전시켜보기로 했다. 됸쥬씨는 변박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곡을 풍부하게 하는 것에 일조하였다. 초반에는 11/8을 연주하였다. 나는 ‘5+6=11’의 방식으로 연주하였다. ‘1,2,3,4,5/1,2,3,4,5,6’ 이런 식으로 입으로 셈하면서 적절한 리프를 만들었다. 그다음엔 9/8, 5/8을 오간다. 많은 매스 록 넘버들이 변박들 사이에 복잡하고 신기한 기타 리프나 오른손으로 지판의 음을 눌러 연주하는 태핑(tapping)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것들을 따라 하기보다는 평소 자주 사용하는 ‘볼륨 플레이’를 넣었다.

볼륨 플레이 : 앰프를 약간 크게 해서 소리를 찌그러뜨린 후, 공간계 페달 사운드를 추가하여 기타에 달린 볼륨을 키웠다, 줄였다 하여 소리를 내는 클래식한 연주 방식이다.

리듬기타 코드 진행이 잔잔하고 아름다워서 리코딩 시엔 어쿠스틱 기타로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지는 변박 리듬에 차분하고 목가적인 아르페지오, 그것을 잘 짚어주는 베이스, 일렉기타의 클린톤 리프와 공간계 사운드가 전체적인 설계였다.

소멸의 소실 이미지 : 잔잔하고 탁 트인 하늘이 배경이지만 끝에는 폭풍이 치다 갠다


과거에는 공간계 사운드를 많이 사용했지만 코토바에서는 그 분량을 적당량으로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너무 공간계가 많으면 리듬 파트가 치고 나오는 다이내믹한 플레이가 어울리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멸의 소실에서는 9박 변주 부분들에서 딜레이 페달을 동반한 볼륨 플레이, 후반 5박자 부분에서 리버브를 켜고 아르페지오를 하다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만 공간계가 몰아치는 솔로 연주(?)를 넣었다. 요즘의 밴드나 팝 음악에는 '고급 공간계 사운드-'를 적절하게 넣는 경향이 있어서 앞으로의 곡들에 알맞게 적용하려는 연구는 꾸준히 하고 있다.


5. 여름의 낮(EP ver. CD only)


테마


최근에는 ‘이어지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한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다음 인간들이 과거의 것을 이어간다. 그 의지들을 껴안고 다음을 산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모든 것을 이루고 싶어 하지만, 인류의 오랜 존속을 위해서는 자신의 것을 그다음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끔은 그런 거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고도 생각한다.) 하루하루 살아있는 날을 지워간다고 생각하면 많은 중요한 걸림돌도 하찮은 부스러기가 되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자신의 열기는 무척이나 뜨겁게 투쟁한다. 자연의 계절 흐름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삶의 태양은 죽을 때까지 탄다. 나 자신도, 나와 관련 있는 이어지고 싶은 많은 것들도, 그럼에도 이어지지 않는 것들까지도. 끝이 없는 여름날이다.


이 곡도 로직으로 초안을 작업한 곡이다. 다른 넘버들처럼 풀 녹음한 것이 아니고 컴퓨터로만 작업한 버전 짧게 실었다. EP 발매 회의를 하면서 CD를 만들지 말지에 대한 회의를 많이 했다. 여러 의견 조율 끝에 실물을 만들기로 했지만, 나도 그렇고 요즘 많은 분들은 대부분 ‘스트리밍’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CD를 사주시는 팬 여러분들이 계신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런 면을 생각해서라도 CD 구매를 해주시는 ‘보람’과 ‘소장가치’를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 위의 간략한 묘사와 같이 나의 여름 낮들을 곡으로 만들어 실어보았다. 특별히 CD를 구매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소소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기쁠 것 같다. 차후에 풀 버전을 실을 예정이다.



레코딩, 믹싱 과정의 짧은 글(과연)


레코딩, 믹싱을 진행한 Sanche Studio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밴드 사운드 셋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금 하드 하면서도 팝적인 음악에 특화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보니 무난하지 않고 실험적인 레퍼런스를 가져간 부분에서 조율이 많이 필요했다.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밴드 사운드란 드럼, 베이스는 저음대를 담당하고 보컬이 중심이 되며 기타나 리드 악기들은 보컬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미들 대역을 담당하는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특이한 실험적 사운드를 하는 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밴드 사운드들이 이를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듣는 사람들마다 각자의 취향이 있어 복잡하다. 앞부분에도 언급했듯 레퍼런스 밴드는 'toe', 'tricot', 'Kinokoteikoku'였다. 그중에서도 코토바의 음악에 적용시키고 싶었던 레퍼런스의 특징들은 이러했다.


1. 드럼 플레이가 단순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부각된다.

2. 드럼이 저음 부분을 '담당' 하진 않는다.

3. 베이스가 잘 들린다.

4. 리드기타의 리프가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보통 스트레이트한 밴드 곡들에서 드럼이 단순히 비트메이커처럼 뒤로 빠져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코토바에서는 드럼의 역할도 중요(단순히)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드럼이 너무 저음이 쿵쿵거리는 것이 싫었다. 베이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악기의 대역만을 담당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좀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길 원했다. 기타의 경우는 중심이 되는 멜로디 등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부각하고는 하지만 리듬악기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비중을 높이고 싶었다.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작업에 임했는데 하면서 깨달은 것은 코토바의 음악들이 레퍼런스들과 또 다른 음악이라는 점이다. 밸런스나 뉘앙스를 유사하게 가져갈 수는 있어도 완전히 다른 음악이다. 그리고 레퍼런스 음악들과 비교했을 때 레코딩 환경 차이가 많이 난다. tricot이나 toe의 경우는 사운드 소스가 단순하지만 꼼꼼히 채워져 있는 느낌이 든다. 이는 녹음 시에 큰 공간에서 많은 마이크로 수음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많은 팝 음악들을 들어보면 실질적으로 꽉 차있는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트랙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더블링이나 악기를 많이 넣는다. 그에 비해 레퍼런스 밴드들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감과 입체감은 트랙은 많은데 같은 소스라도 여러 채널의 앰비언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녹음 시의 공간감이 크게 작용한다. 이는 리버브를 거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기타 녹음을 받을 때도 단순히 마이크 두 개를 사용하더라도 녹음 룸의 크기에 따라 소리가 많이 다르다. 설명이 좀 부족하지만 룸이 작으면 개인적으로는 타이트하게 들어오는 것 같고, 크면 공간감이 크게 잡히는 것 같다. 트랙 사운드가 타이트하면 여러 트랙을 얹어서 양감 있게 나오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한국에서는 일반적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이 든다. 많은 스튜디오들이 그러한 믹싱에 최적화되어있어 보인다. 드럼을 녹음한 Wave Studio의 셋업도 믹싱 하다 보니 그러하다는 것을 느꼈다. 드럼을 일반적인 락밴드와 한국 가요 세팅에 맞추어 놓고 사용하고 있었다. 코토바에서 프로듀싱하고자 하는 드럼 사운드가 재즈적인 섬세함이 많이 들어가면서도 힘이 적당한 사운드인데, 드러머 마커의 경우도 드럼 타 자체가 스트레이트하고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믹싱 시에 어려움이 있었다. 섬세함을 연출하려면 힘을 많이 빼서 연주한 소스를 마이크로 공간감 있게 잡아내야 한다. 하지만 타 자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그 타들을 볼륨을 키우니 밸런스가 무너졌다. 그래서 전체적인 밸런스 내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스튜디오에서 세팅해 놓은 사운드 성향과 한국 가요에 적합한 밸런스, 그리고 만들고자 하는 사운드 사이에서 절충을 찾는 방법을 생각했다. 드럼의 오버헤드 마이크의 볼륨을 올려서 고음 대역을 명료하게 하고 스네어와 베이스 마이크의 볼륨과 저음을 줄여서 텁텁한 저음을 줄였다. 그리고 베이스 기타의 밸런스를 조정하여 드럼에서 빠진 저음을 좀 더 보충했다. 그리고 입체감의 부분을 생각하면 좀 더 아이디어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프로젝터로 영상을 튼다고 생각해보자. 흰 벽에 심플하고 일정한 형태의 영상을 트는 것과 같은 소스로 다양한 연출을 하는 경우를 비교하면 물론 취향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지향하는 음악의 형태를 생각했을 때 좀 더 참신한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트랙별 패닝 구성 변경과 밸런스 조정을 통해 리스너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그 부분에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많은 리스너들이 접하기에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음 릴리즈에서는 좀 더 구체적인 밸런스의 그림을 구상해서 작업에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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