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보면 뭐하니>를 시작했습니다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제목은 <보면 뭐하니>
책 쓰는 저자, 영화 만든 감독을 인터뷰하는 곳은 많은데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PD/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곳은 없으니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구요,
MBC 예능국의 패셔니스타, 인품 끝판왕, 목소리마저 좋은 ‘항피디’와 함께 합니다. TV, 유튜브, 넷플릭스 등등 재밌는 것들을 다양하게 다루면서, 그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도 직접 만나볼 생각입니다.....가능하면요 ;-)
언젠가 김태호 피디님을 인터뷰하게 되는 날까지, 쭉쭉 성장해 볼게요!
팟빵/ 팟캐스트/ mbc mini - 보면 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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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에는 아직 업로드가 안 됐는데요, 곧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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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간에는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하나씩 꼽아 보았는데요, 녹음을 준비하면서 끄적여본 글을 공유합니다. 앞으로도 팟캐스트를 하면서 드는 생각들을 이 공간에서 종종 글로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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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는 특이한 프로그램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와 이렇게까지 달라진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싶을만큼 진행자, 편성 시간(처음엔 <무릎팍도사> 뒤에 붙는 짧은 프로였던 거, 기억나죠?), 방송의 톤,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달라지지 않은 건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이라는 끝인사 뿐인 것 같아요.
진행자 변천사만 봐도 파란만장합니다. 처음엔 김구라, 윤종신, 신정환 3인으로 출발해서 신동, 김국진, 신정환, 김희철, 규현, 유세윤, 차태현 씨가 거쳐갔고 (김국진 씨는 여전히 함께!) 중간에 김구라 씨의 활동 중단 기간도 있었죠. 지금은 윤종신 씨가 자리를 비우고 있고, 안영미 씨가 합류해 3인 체제가 됐네요. 이름을 쭉 훑어보니 하차했던 이유가 다 생각납니다. 그 모든 순간들에 가슴 철렁했을 제작진의 심정도 상상되고요. 강호동 씨의 활동 중단으로 <무릎팍도사>가 폐지되어 편성이 늘어나고, 진행자의 신상 변화로 여러 차례 MC를 교체해 가며,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자신을 바꾸어 온 것이 <라디오스타>의 역사이니 그건 어쩌면 오래 산 어떤 사람의 인생과도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프로그램은 보통 기획/ 런칭하는 것이 가장 힘들기에 대부분 처음 시작한 PD의 공이 가장 큽니다만, <라디오스타>만큼은 런칭한 PD 못지않게 그때그때의 위기에 대응하며 지금에 이르게 한 그 모든 PD, 작가들의 공도 큰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드라마와 다큐를 제외하면 방송은 이어달리기인 듯합니다. 예능과 라디오는 특히 그렇죠. 한 프로그램이 오래도록 꾸준히 사랑받으려면 초반 스피드가 좋은 starter 뿐 아니라, 바톤을 이어받아 이런저런 장애물을 헤치고 나아가 줄 주자들도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선배들은 PD 중에는 아이디어뱅크 형이 있고, maintenance 형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어릴 적 그 말을 들었을 땐 ‘아이디어 없는 사람들이 핑계 대려고 만들어낸 말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어요. PD라면 응당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을 해야지, 기존 프로그램 회차 늘려가는 게 무슨 창작자야, 했던 거죠. 지금은.....
물론 PD 업무의 꽃은 기획이고 런칭이라고 여전히 생각하지만 프로PD, 어른PD, 생활인PD, 그러니까 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라면 maintenance 업무도 마땅히 잘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프로 작가란 영감이 올 때만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원고료가 들어오면 무조건 쓰는 사람이라는, 이렇게 없어 보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아무튼 비슷한 취지의 말을 한 작가도 있지 않나요?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와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을 뒤져 비슷한 문장을 찾아볼까 하다가 참습니다. 이건 돈 받고 쓰는 글이 아니니까요;) 문제는 남이 기획한 프로그램을 이어받아 잘 유지해가는 일이 ‘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런칭하는 것만큼 재미있거나 빛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그거 누가 만들었어?’라고 묻지, ‘잘 가꿔가는 게 누구야?’라고 묻지는 않잖아요. ‘프로’라는 단어와 ‘직업인’ 이라는 단어는 사실 같은 뜻이지만 어감이 매우 다르죠. ‘돈을 받았으니 내 기분, 취향, 상황과 상관 없이 결과물을 낸다’는 말이 어떤 때는 ‘프로의 자세’가 되고 어떤 때는 ‘직장인의 비애’가 되잖아요. 스스로가 (부정적인 의미로)‘직장인’이라고 느껴질 때, 다들 비슷하지 않나요? 이 일의 성과가 ‘내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내가 대체 가능하다는 걸 깨달을 때, ‘내가 뭘 한 건가’ 싶고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나’ 회의감이 들 때.
프로니까, 그래도 잘 해내야 하는 게 프로니까, 열심히는 합니다. 1번으로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3, 4번 정도는 되는 일이니 애정도 가져 봅니다. 그러나 ‘내가 없다’는 느낌이 길어지면 누구나 지치게 마련이죠. 방법이 없을까, 찾게 됩니다. 이를테면, 라디오PD가 프로그램 연출이 아니라 팟캐스트 진행을 해 보는 식으로요.
저는 내년 2월에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합니다. 복직하면 프로그램을 배정받겠지요. <라디오스타>를 만들어 온 많은 제작진들처럼, 저도 성실하게,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프로니까요.
‘프로니까’가 ‘직장인이니까’로 들리는 어떤 순간들에, 이 팟캐스트가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