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 Netflix Series 'Never have I Ever'에 실려 들었던 노래, 'Heatwaves', 그 한곡만 알고 간 콘서트. 역시나 남편이 예매하고 나는 공부하듯 예습하고 간 콘서트.
오늘 콘서트 장소는 'Talking Stick Resort Amphitheater'이다. 집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카지노 리조트에 너른 언덕에 만들어진 야외공연장인데, 인기가 있는 공연은 잔디구역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좌석이 있는 구역과 잔디구역으로 나뉘고, 잔디구역에서도 의자를 대여해서 앉을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돗자리나 담요를 들고 와 마치 안방인 듯 편하게 앉아 공연을 보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는 공연이 시작되면 모두 일어나기 때문에 의자나 돗자리나 큰 의미가 없는 경우를 자주 본다.
본격적인 공연 시작 전이라 모두 얌전히 착석 중인 상태.
'Glass Animals'는 영국의 인디 록 밴드로, 4명의 멤버와 함께 2010년에 결성되었다. 리드보컬 'Dave Bayley'는 원래 의사가 되기 위해 대학교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며 의학 분야에 종사하려고 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의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탐구하는 가사는 의학을 공부했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그리고Drew MacFarlane (기타, 키보드, 백업 보컬), Ed Irwin-Singer (베이스, 키보드, 백업 보컬), Joe Seaward (드럼, 타악기)가 밴드를 구성하고 있다.
오늘 내가 아는 그 한 곡, "Heat Waves"는 2020년에 발매되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TikTok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바이럴되며, 앞서 언급했듯, 넷플릭스 시리즈 'Never I have ever'에 실리면서 글로벌 히트를 기록했던 곡이다.
몽땅 일어선 관객들... 할 수 없이 좌석을 구입하고도 내내 설 수밖에 없던 나.
이 날 공연에서 Glass Animals는 총 15곡 (Setlist)을 불렀다. 그 중에서 내가 공연을 통해
'모두가 나를 보며 크게 될거라했지만, 어른이 된 나는 평범하다 못해 평균이하인 것 같지, 근데 그게 인생이야'라고 하는 가사인데. 꼭 한번 들어보길 추천한다.
무대장치와 배경은 콘서트의 주제 'Tour of Earth'에 맞춰서 꾸며졌고, 리드 보컬 'Dave Bayley'는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관객의 호응과 반응을 만끽했다.
이런 공연장에 올 때마다 상상해 본다. 이 많은 관객들이 나를 혹은 우리를 향해 쏟아붓는 환호와 노래를 함께 부르는 그 장관,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기분은 어떤 걸까? 부모가 잘한다 잘한다 해줘도 신이 나는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 많은 사람들이 잘한다 잘한다 해주는 기분이란?
이런 이유로 북미투어를 하면서 이틀에 한번 꼴로 두 시간 이상의 공연을 해도 매번 에너지가 솟구치는 거겠지 싶다. 매일 거의 같은 일을 8시간씩 주 5일에서 6일하는 일반 근로자들에 비하면 훨씬 멋진 일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 환상인지는 몰라도. 길게 말했지만 한마디로 부럽다는 말이다. 마냥 즐기는 팬들 사이에서 이런 생각으로 바쁜 나도 참 흔한 캐릭터는 아닐거라는 생각도 하고.
우리나라 밴드나 가수가 부러워할 일이 있다면, 각 주마다, 도시마다 수많은 작고 큰 공연장이 있다는 것과 그 공연장들을 투어 하는 밴드와 가수들을 응원하고 열광하는 많은 팬들이 있다는 것과, 생활처럼 노래와 춤을 즐기는 문화가 있다는 것, 무엇보다 티켓값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것... 그런 것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야외공연장 찾아다니기 좋은 계절이 온다. 애리조나 피닉스는 지금부터가 야외 콘서트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