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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A Sep 25. 2024

PULP US 2024

@ Palladium 9/19/24

남편이 콘서트 티켓을 샀단. 같이 가잔다. 그런데 거기가 'Hollywood'란다. 운전해서 가잔다.  김에 근처 바닷가도 다녀오잖다. 좋다. 그나저나 아티스트가 누군데 거기까지 가는지나 알고 가자. 'PULP' 란다. 남편이 30년 간, 흐르는 콧물 스스로 처리 가능해질때쯤부터 좋아하기 시작한 밴드란다. 정서알지. 그건 가야지. 이문세 공연 같이 가자는데 남편이 싫다하면 나도  셀테니까.

 



오랫만에 Hollywood다. 시내를 흐르는 특유의 공기가 있다. 거리의 노숙자들이 오랜 시간 숙성해서 만들어낸 공기. 남편은 헐리웃의 옛 영광이 어디로 갔는지 싶단다. 그래도 여전히 Netflix, Paramount , LA Film School같은, 배우 등용문이 즐비한 곳인데 말이다. 호텔 발레파킹 장 앞에 있는 텐트 주인장이 꿈을 위해 한때의 배고픔을 견디는 중인거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콘서트장 근처 미리 예약해둔 호텔에 여장을 풀고, 근처 탐색에 나선다. 콘서트 시작 시간까지 시간이 좀 있고 출출하니 밥부터 먹자며 남편이 검색한 곳은 BBQ 치킨. 그런데 아직 오픈전이란다. 안되겠다. 치킨 먹자는 순간부터 고였던 침이니 메뉴는 사수하자며  한 블럭 너머에 있는 '파파이스'발견한다. ...실외나 실내나 왜 같은 공기일까. 사시사철 실내에 에어컨이 돌아가는 애리조나 피닉스와는 달리, 어정쩡한 환절기 날씨어정쩡한 실내 온도와 바깥과 다를바 없는 찝찝한 공기의 콜라보레이션은 식욕을 억제한다. 포장하.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전 그 공기가 안느껴진다. 그냥 먹고 가자. 익숙해진다는거 무서운거다. 


'Palladium'이라고 불리는 오늘의 공연장 바깥에는 'PULP_Sold Out'이라고 적혀있다. 이틀 연속있는 PULP 공연이 모두 매진이다. 입장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부터 영국식 억양의 대화가 많이 들렸다. 영국밴드니까, 영국향수를 느끼고픈 사람들이 많겠다 추측해본다.  옛날 옛적에 테솔과정을 이수할때 교수님 한분이 영국식 억양이 너무 멋져서 일부러 영국에서 유학을 하며 원래 있던 미국식 억양을 버렸다고 하셨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인간적으로  멋졌던 교수님따라 덩달아 영국식 억양을 찾아 들었었던 기억도 난다.

어딜가 짭뚱 기념품 파는 사람들, 'PULP'라고 적힌 티셔츠를 손에 들고 흔드는 상인들을 뒤로 하고 공연장 안으로 입장한다. 손에 물을 들고 있었는데 제지가 없다. 가방크기는 제한이 없지만 가방 속을 샅샅히 본다.


남편은 신나서 캔맥주를 하나 산다. 한 캔에 15달러, 세금포함 18달러. 어느 공연장이나 주류가격은 보통 이정도 하는 것 같다. 세금, 물가 두루 다 비싼 캘리포니아라서 바짝 긴장했던 것에 비하면 양호하다 느껴졌다.


'Opening act'의 공연이 끝나고, 9시가 가까워지자 드디어 'PULP' 등장!

환갑이 넘은 리더, 'Jarvis Cocker' 그의 팀이 무대에 보이기 시작하자 서 있는 관객들의 포위망이 더 좁아진다. 살짝, 아주 살짝 저 너머 마스크 쓰고 있는 한 관객이 슬기롭다 느껴졌다. 이 공연장은 스탠딩석과 좌석 모두 합쳐 2000명정도를 한번에 수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매진이라고 했으니  2000명정도가 펄쩍펄쩍 뛰고 침 튀길 예정이니 말이다. 감기라도 옮아서 아프면 오래 가더라니 하는 걱정이다. 결론은 아무일 없이 이 후기를 작성하는 지금껏 아프지 않다는...

슬슬 모여드는 관객들


'Pulp' 말할 것 같으면, 무려 1978년에 영국에서 결성된 브릿팝 밴드로, 1990년대 중반 브릿팝 붐을 이끈 대표적인 밴드 중 하나다. 이들의 대표곡으로는 "Common People," "Disco 2000," "Sorted for E’s & Wizz" 등이 있으며, 2000년대 초반 해체되었으나 이후 몇 차례 재결합 공연을 가지며 지금까지 공연을 하고 있다. 무려 데뷔한 지, 반세기가 된 밴드의 공연을 보고 있다니.


리더인 'Jarvis Cocker'는 독특한 보컬로 신나는 듯 한데 어둡고, 어두운 듯 한데 위트가 있고, 재밌는데 뼈가 있는 가사들을 많이 썼다. 요 지점이 남편을 훅 잡아당겼단다. 특히, 'Common People'이라는 곡은 계급 간의 차이와 노동자 계층의 고충을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현재도 영국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곡은 'Jarvis Cocke'가 런던의 예술학교에서 만난 한 그리스 여성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라고 한다. "나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고 하는 부유한 집에 자란 그녀의 말을 듣고, 그는 계급의 차이와 그 차이를 모르는 특권층에 대한 풍자적인 시각을 가사에 담았다.




'Jarvis Cocker' 한 곡, 한 곡 부를때마다 곡에 대한 설명을 해도 되겠는지 관객에게 물었다. 잘은 몰라도 영국식 신사의 매너인가 싶었다. 골백번도 더 나눈 이야기일지라도 나의 이야기를 아끼는 팬들과 나누는 것은 골백번이라도 좋은 일일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공연 중에, 가수 김창완아저씨가 생각났다. 영국에 'Jarvis Cocker'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김창완 아저씨가 있다. 김창완아저씨가 형제들과 꾸린 밴드 '산울림'의 시작은 1977년이니  PULP보다 1년 일찍 데뷔를 했다. '산울림'도 개성있는 보컬과 가사로 사랑을 많이 받았었는데... 얼마  수십년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며 눈물을 보였던 김창완 아저씨도 지금 Jarvis Cocker 아저씨처럼  공연을 한다면 멋지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반세기동안 좆을 수 있는 이 문화가  있어보인다.



남편은 이 날, 너무 신난다고 했다. 감정표현을 극도로 절제하는 사람이기에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신난다는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 신난거라는 걸 나는 안다. 20년 가까이 살았으니 안다. 남편처럼 내 앞에 있는 관객들도 모두 신이 났다. 노래를 함께 부르고, 춤추고, 마시고, 앵콜을 외치고, 아티스트는 그들의 흥에 호응하고... 1978년도부터 흥얼거린 노래들을 소공연장에 있는 2000명과 공유하는 그날 밤, 나는 모래알처럼 굴러다니긴 했어도 신나는 사람들을 보며, 인생 별거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힘겹게 빠져나와 화장실을 다녀온 후,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에 실패했다. 그리고 후미진 곳에서 콘서트가 끝날때까지 남편도 모르게 팔다리를 꿀렁거리며 속으로 외친말.

나도 낑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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