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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A Nov 29. 2024

The Rare Occasions

@The Rebel Lounge in Phoenix 10/20/24

순전히 밴드 이름 때문이었다.

내가 또다시 처음 보는 이들의, 처음 듣는 노래들을 장장 3시간이나 선채 듣기로 결심한 이유가.

The Rare Occasions
흔치 않은 일들


How have you been?
Same old, Same old.


매일 이런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눈을 뜨면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The Rare Occasions'를 기대한다. 주변엔 평범한 게 최고이고, 별일 없음이 제일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오늘의 콘서트 장소는  Phoenix에 있는 'The Rebel Rounge'이다.

총 수용인원이 고작 500명 정도인 아주 작은 크기지만, 콘서트 장소로 인디밴드들에게는 매우 인기가 높다고 한다. 나도 다른 장소들보다 이곳이 더 좋았다 꼽는 이유가 그들과 같은 이유일지는 모르지만, 작은 공간 안에서 노래 가사들이 제법 정확하게 들리고_나처럼 처음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겐 중요하다._가수가 중간중간 관객들과 나누는 농담들이 야밤에 혼자 듣는 라디오처럼 선명하게 전해지고, 그 바람에 매우 고즈넉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와서 앞쪽에 자리 잡은 찐 팬들 뒤로, 주류를 판매하는 바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앞에 겹쳐진 뒤통수들 덕에, 3명의 멤버들 얼굴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지만, 얼굴 보러 온 게 아니라 노래 들으러 온 거라서 괜찮다.


The Rare Occasions에는 3명의 멤버, Brian McLaughlin_Vocals and guitar,  Luke Imbusch_Drums 그리고 Jeremy Cohen_Bass 이 있다.

나는 뒤편에서 드럼 치는 멤버들의 성향이 항상 궁금하다. 이 밴드의 드러머는 뒤에 살짝 물러나 있는 게 마음 편하다 한다. 심지어 부끄러우니 자기를 소개도 하지 말라고 했다니 말이다. 관심병 깊은 나로서는 그 병증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그의 본성이 부러웁다. 쓸모없는 번뇌하나는 덜었으니 말이다.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관심이 부담스러운 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콘서트 무대에 서야 한다는 것이고. 저... 저랑 자리 바꾸실래요? ㅎㅎㅎ


그들의 노래들 중에 널리 알려진 곡들 중 두 곡을 아래에 소개해 본다.


첫 번째 곡은 'Notion'이라는 곳이다. 2016년 발매되었지만, 틱톡을 통해 2021년에 빛을 봤다.

Sure it's a calming notion, perpetual in motion
But I don't need the comfort of any lies
For I have seen the ending and there is no ascending rise

If you could pull the lever to carry on forever
Would your life even matter anymore?
Sure it's a calming notion, perpetual in motion
But it's not what you signed up for

I'm sure there won't always be sunshine
But there's this momentary beam of light
You don't have to wait those salty decades
To get through the gate it's all in front of your face


영생, 끝이 없다는 거짓말이 위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희소성을 잃은 '지금'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음 곡은 2021년에 발표된 'Origami'라는 곡이다.

이 곡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접고 접어 숨겨진 나의 진짜 모습을 종이 접기에 비유한다.

Take a look at me, crumpled up on the floor feeling lonely,
Honestly, something is wrong with me.
I've been freaking out, folding myself into origami,
Terrified of what they would think of me.

접히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어 예술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예술을 통해 끝내 접히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도 고민해 본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들의 노래와, 간간이 던져지는 농담과, 잘 마시지도 못하지만 몇 모금 홀짝거리는 로컬 맥주 맛에 흐느적거리며, 아는 사람 아는 노래도 처음엔 모르는 사람, 모르는 노래였다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 본다.  무엇보다 밴드의 이름처럼, The Rare Occasions가 종종_좋은 Rare Occasions로 골라서_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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