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글방 서포터즈에 선정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소개할 책은 까치글방의 '오늘을 비추는 사색' 시리즈입니다. 쇼펜하우어나 푸코 같은 근대 사상가를 설명하는 입문서입니다.
요새 쇼펜하우어가 유행입니다. 갑자기 왜 쇼펜하우어가 유행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쇼펜하우어가 했다는 말 중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이다'만 기억합니다. SNS 피드마저 재미없어 전자책을 켜서 훑다가 본 문장은 스마트 폰에 나타나는 수천만 문장 중에서도 송곳처럼 제 머리를 파고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게 쇼펜하우어는 인생의 고통을 정확하게 진단한 철학자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욕망으로 점철된 세상에서 꿋꿋하게 살기 위해>는 이러한 자극적이되 비관적인(?) 쇼펜하우어보다는 건전한 관점으로 쇼펜하우어를 소개합니다. 쇼펜하우어가 진단한 삶이 고통인 이유는 다소 관념적으로 설명합니다. 반면 그러므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쇼펜하우어가 생각하는 삶의 자세에 집중하여 설명합니다.
책은 쇼펜하우어를 알고 싶을 때 무슨 책으로 출발하면 좋을지, 어떤 맥락에서 그의 사상을 이해해야 하는지 길을 잡아줍니다. 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사상이 어떤 맥락에서 생겨났는지 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은 사상만 담기에도 빠듯한 분량에 쇼펜하우어가 어떻게 성장했는지, 말년에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같은 배경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배경 지식은 쇼펜하우어 철학에 친절하게 다가가게 하는 문간 역할도 합니다. 책을 펴자마자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라는 문장이 나왔다면 첫걸음을 디딘 독자라도 도망을 갔을 겁니다.
책을 읽은 덕분에 '쇼펜하우어는 생각은 깊었을지언정 괴팍한 사람이다'라는 고정관념을 많이 버리고,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쇼펜하우어를 보게 되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저서로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말년에 좀 더 여유로워진 마음으로 <여록과 보유>라는 친절한 책을 썼다는 사실도 책을 읽고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쇼펜하우어의 자극적인(?) 이야기에 익숙했던 터라 저자가 쇼펜하우어에 대해 좋은 면을 골라서 설명한 건 아닌가 의심은 듭니다. 예컨대 쇼펜하우어가 반출생주의자인지에 대한 저자의 해석에 완전히 설득되진 않았습니다.
철학은 철학자가 살아가던 맥락 위에서 세워집니다. 그러므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의 철학 중 우리의 삶에 맞는 것을 능동적으로 골라 흡수하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쇼펜하우어를 공부할 방향을 잡아주고, 그의 생각 중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저자가 먼저 골라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