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며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제목이 꼭 현재의 내 생각 같아서 골라 읽은 책이다. 글을 쓰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 역시 꽤 “써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이 책을 읽으면 좀 더 쓰고 싶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쓰고 싶은 마음과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너무도 비슷하게 이겨서 몇 달간 움직이는 커서만 들여다보고 있기를 반복했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글쓰기 모임을 덜컥 신청해 버리고 말았다.
이런. 내가 괜한 짓을.
제출일이 다가오니 또 쓰고 싶은 마음과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싸운다. 창작자의 발표는 데드라인이라 하지 않았는가. 나 혼자 정한 데드라인을 기꺼이 용서한 나약한 날들을 보냈으니 이제 쓰고 싶지 않은 마음과 응전할 때가 되었다. 장군.
데드라인은 화요일 밤 10시. 월요일 오후가 돼버렸다. 자, 이제 쓰고 싶은 마음과 친해질 시간. 깜박이는 커서와 빈 화면 앞에 앉았으니, 반은 성공이다. 반은 성공했으니 괜히 이메일도 열어보고 날씨도 체크하고 금주의 스케줄 정리도 한다. 앗, 갑자기 책상에 정리할 것들이 보인다. 잠시 방심한 순간 난 또 쓰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져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라니..
작년 하반기부터 준비한 인터뷰집의 녹취록을 풀어야 하고, 그에 대한 나의 글도 정리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글을 쓰기 위해 글쓰기 모임을 이용하고자 신청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주제어가 있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닌 세 개씩이나. 나의 글빨로는 주어진 주제어를 포함하여 내가 원하는 주제에 관해 쓰기란 역부족이다. 노골적으로 주제어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다 쓰기도 버겁다. 하지만 모든 근육은 천천히 쌓이는 법. 모임에서 정한 데드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가 원하는 목표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아주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한 달만 하고 그만두지 않으면 다행이다. 글을 쓰기 위해 앉은 지 2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미 기초대사량을 다 쓴 것 같다. 장군. 새해가 왔으니 조금 더 힘을 내 보시오. 첫 주는 일단 무엇이라도 썼다는 것에 의의를 두는 것으로 한다.
앞으로 나의 글쓰기 대사량이 점차 늘어가길 바라며, 쓰고 싶은 마음과 타협하며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