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이런. 또다시 화요일이 되었다. 이번 주엔 글쓰기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한 주 동안 나의 나약함과 게으름에 또 패배했다. 그래도 책임감은 있으니 벼락치기로라도 글은 쓰겠지. 하지만 벼락치기로 쓴 글은 구태의연할 것이 뻔하고, 뻔한 글을 읽는 독자들은 무슨 죄인가. 읽는 당신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를.
이번 주에도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금주의 주제어는 “열화상카메라, 구태의연한, 불거지다.”이다. 이렇게 빠져나가시겠다? 모임의 규칙에 의하면 좀 전에 나는 주제어를 모두 썼기 때문에 여기에서 이만 글을 마쳐도 된다. 하지만 이렇게 양아치처럼 참여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모임원들에게도 쓰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일이므로 주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 사유할 때 ‘결과값’을 먼저 상상하고 그 과정을 끌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단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 놓고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두괄식과 미괄식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의 경우는 어떤가? 관계없는 세 단어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일단 가장 꽂힌 한 단어: 열화상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사이에 나머지 두 단어를 적절히 끼워 넣는 방식을 택한다. 평소의 나라면 말하거나 글을 쓸 때 두괄식을 선호하지만, 무작위 단어들을 넣어 글을 써야 하는 경우에는 미괄식 사유 과정을 통해 글쓰기를 진행함을 알 수 있었다. 뇌를 더 자극하고 간지럽히는 글쓰기라고나 할까? 이 방식은 어쩌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이라기보단, 무한히 상상한 예측 불가능의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 마치 냉장고에 남아 있는 재료들을 적절히 섞어 어떻게 하면 맛있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순간과 비슷하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어릴 때 부르던 이 노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들이 특정한 공통점으로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원숭이 엉덩이와 백두산이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소재를 상상과 연상만으로 거대한 개연성을 만들어낸다. 이런 식으로 불거진 글은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어,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글 위에서 아래로 가는 동안 흥미를 갖게 한다. 앞으로 남은 2주라는 시간 동안 여전히 난 괴로울 게 뻔하겠지만 미괄식으로 사유하며 예측 불가능의 흥미로운 글을 쓰고 싶다. 문득, 같은 주제를 받은 다른 모임원들의 경우에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하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