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껍질 속의 우주] 스티븐 호킹
유사 이래로 우주에 대해 많은 의견이 나왔고 현재까지도 우주의 비밀은 인류의 궁금증 중 가장 으뜸이다. 우주의 비밀을 푸는 것만이 인간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는 궁극적인 해답을 내놓을 것이라고 다들 생각했다. 하지만 과학이 발견해낸 우주에 대한 관찰결과들은 아직 인간을 만족시키기엔 한참 모자라며 이것이 언젠가는 밝혀질 것으로 다들 생각하지만 현재 궁금한 것들이 풀리고 나면 또 어떤 장벽이 그 뒤에 기다리고있을지 모르는 것이다.
과학이 증명해내지 못하는 우주에 대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우주에 대한 직관적인 가정이나 상상을 한다. 극소의 세계로 가면 극대의 세계와 서로 연결이 될 것이라는 생각, 시공간을 한번에 이동하는 웜홀이 좀재할 것이라는 생각, 우리들이 살고 있는 4차원의 세계에 우리가 차원적으로 알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이 공존할 것이라는 생각, 우리가 알 수 있는 우주와는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외의 시공간에서는 우리의 과거나 미래의 모습이 똑같이 재현되고 있을것이라는 생각... 상상과 공상의 산물일것 같은 이런 생각들이 현대물리학에 와서 상당부분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호킹은 최신 이론물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우주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려고 애쓰지만 현대의 우주론 그 자체를 구성하는 재료들부터 그 개념을 잡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이 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호킹은 그나마 독자들에게 친숙한 이름인 아인슈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성과와 그 한계는 중력에 의해 주변의 시공간은 왜곡된다는 사실과 이것이 양자론의 차원으로 들어가게 되면 양자론 특유의 확률성때문에 이론자체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양자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은 이것 때문이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양자론이 과학자들이 예측한 결과들과 실험적으로 맞아떨어지고 과학자들 사이에서 정설로 인정 받게 되면서 우주는 신들의 도박판이 되었다. 이 우주가 계속 팽창해서 엔트로피가 최대가 될때까지 갈지, 아니면 다시 수축을 시작해서 빅크런치로 우주가 소멸할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게 되고 만 것이다.
호킹이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한 주제는 브레인 세계에 대한 것이다. 브레인 세계란 우주는 10 또는 11차원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외의 차원은 너무 작아 우리가 느끼거나 알 수 없는 형태로 말려져 있다는 것이다. 브레인 세계는 우주의 어디에나 있으며 우리 주변에도 무수히 있을것이란 가정이다. 브레인 세계는 일종의 막의 형태로 우주에 펼쳐져 있으며 거기엔 소립자 크기의(그러나 질량은 어마어마한) 미니 블랙홀이 산재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빛은 블랙홀을 빠져나갈 수 없지만 중력은 차원을 넘어서 시공간을 왜곡하므로 이 브레인세계를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M이론이나 암흑물질 같은 아직 풀리지 못한 우주의 비밀을 푸는 큰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주장 대로라면 우리는 브레인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것이 된다. 호킹은 브레인의 세계가 인간과 같은 지적생명체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우주의 경계가 호두껍질처럼 울퉁불퉁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국부적으로 음의 엔트로피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생명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바로 중력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론물리학 최전선의 관심은 바로 이것이며 획기적인 발견이 곧 이루어 질것이고 우주와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능하게할 궁극의 법칙이 베일을 벗기 직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