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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 Mar 16. 2022

그래서, 90년대생은 국민연금 받아요? 못 받아요?

2030을 위한 국민연금은

소중한 내 월급에서 매달 따박따박 떼어가고선 이젠 못 돌려줄지도 모르겠다니요?! 


90년대생부턴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는 뉴스가 마음을 불안하게 하더니, 새로운 정부에서 연금을 개혁하는 방안이 논의될 거란 소식도 전해집니다. 


노후를 대비해준다던 국민연금이 정말 바닥날 지경이 된 걸까요? 2030과 미래 세대를 위한 연금은 유지할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 뭐 하러 만들었어?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1988년,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100년이나 늦게 도입된 제도예요. 먹고사는 걸 해결하고 보니 당시 한국의 복지 제도가 터무니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리 (나라가 아니라 직장인) 급여의 일정액을 보험료로 내다가 만 60세 혹은 64세부터 평생동안 연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을 도입했죠.


마치 냉장고에 음식을 보관해뒀다가 천천히 꺼내 먹는 것처럼 젊고 경제활동 활발히 할 때 미리 돈을 걷어서 나이가 들면 되돌려주는 방식을 이용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부모 세대를 자녀세대가, 다시 자녀의 자녀 세대가 이어받아 사회 형태가 무너지지 않게 막아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이렇게 우리 지갑에서 세대를 이어받아 모아놓은 돈이 국민연금기금이라고 하는 거대한 비상 곳간이 되는 겁니다.


(출처 : 셔터스톡)

여기서 꼭 알아둘 두 가지 개념이 있는데요. 

하나는 '보험료율 9%' , 그리고 돌려받는 돈의 크기를 말하는 '소득대체율 40%'입니다.


국민연금은 만 18세부터 가입할 수 있는데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자동으로 가입이 되어 소득의 9%의 보험료율을 적용해 회사와 반반(4.5%)씩 부담하고, 10년 이상 보험료를 냈다면 대략 월급 대비 40%에 해당 소득대체율에 맞춰 노령연금으로 되돌려 받는 겁니다. 대략 200만원 월급을 받는다면 80만원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어요.


소득이 없는 학생도 중위 소득의 9%를 가정해 매월 9만원씩 10년 이상 내면 연금 수급자격을 얻을 수 있고, 만약 가입 기간 군대를 다녀오거나 출산으로 납입하지 못한 기간이 있더라도 이를 인정해주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죠.


월 100만원 소득인 사람이 매달 9만원씩 20년을 낸다고 하면 총 2,160만원을 납부하고서 노후에 매달 40만원씩 평생을 받는 겁니다. 매년 3%의 물가상승률이라고 감안하면 5~6만원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강력한 혜택을 받을 수 있죠.


수급할 나이가 되어 딱 5년만 지나도 원금을 되돌려받고도 남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됩니다. 제도 도입 초기 가입한 50년대생은 이런 혜택이 적은 편이지만, 30년 이상을 채운 가입자의 경우 따로 가욋일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연금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런데 국민연금 기금이 왜 사라진다는 거야?


국민연금은 '고갈'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고 있고, 전문가들도 이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기금이 (언젠가) 소진된다, 고갈된다는 건 부정하기 힘든 팩트입니다. 이유는 가입비를 낼 사람이 줄어드는 인구 구조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중요한 건 고갈이 되었다 하더라도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보다 100년 먼저 연금제도를 도입한 유럽은 진즉에 바닥났는데 아직도 제도를 지키고 있죠.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보험료와 나라 세금으로 한 달치, 그 해 연도만큼의 금액을 모아서 그때그때 나눠주는 겁니다. 보험료로 모자라면 세금을 보태서 줍니다. 연금을 주지 않을 때의 손실보다 경제, 사회적 충격이 덜하기 때문이죠. 당연히 선진국 경제규모에 다다른 우리나라도 이러한 옵션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고갈되지 않게 설계할 수는 없었을까요? 국민연금은 1986년 당시 사공일 경제수석이 전두환씨를 설득해 시작했다고 알려져있죠. 실제 제도 도입은 1988부터이고요. 그런데 가만 보면 지금부터 35년 전엔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시기입니다.


당시에 이미 합계 출산율이 6에서 2 이하로 다소 하락했지만 이에 대해 이렇다할 정책적인 대안도 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에 걸쳐 아이를 몇 명이나 낫는지 따지는 합계출산율이 1이하로 내려가 해마다 30만명도 태어나지 않는 시기가 올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처럼 2천년대 들어 취업과 결혼, 나아가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이 강해지면서 우리사회가 너무 빨리 늙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을 유지하기엔 터무니 없이 가파른 속도로 말입니다.

2057년의 인구 피라미드. 50대 인구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출처: 통계청)


야속하게도 이런 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국민연금으로 나가는 돈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로 화폐 가치가 하락해도 이러한 소득대체율은 맞춰주도록 되어 있죠.


이렇게 연금을 받아갈 사람은 3배 늘어나는 동안 가입자는 반으로 줄어드는 구조가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새는 돈이 늘어나면서 기금이 소진 되는 거 아니냐? 20년 전부터 많은 연금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걱정해왔는데 해결을 해야할 정부와 정치인들은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겁니다.


그럼 제도가 유지될 수는 있는 걸까요? 국민연금 보험료로 걷은 돈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5년 마다 계산해봤더니 정말로 고갈 시점이 당겨지고 있는 거죠. 무려 10년전 2013년도 계산때 2060년쯤 고갈된다던게 2018년 계산엔 2057년으로 줄어든 겁니다. 국회예산처 계산으론 2055년이고 내년 다시 계산할 때 고갈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만회할 기회가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입니다.


알면서 왜 방치했을까? 해결방법이 없는 거야?


결국 모두가 외면하며 20년을 지나왔지만 답은 정해져있습니다. 다른나라는 우리나라의 2배인 18%씩 보험료를 걷고 있죠.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일본은 여기에 더해 연금 수급 시기도 70세까지 더 늦출 작정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들 나라보다 덜 걷다가 고갈될 처지인 우리나라는 더 걷거나 덜 돌려주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건데요. 하려면 빨리 더 많이 내는 편이 좋습니다. 이유는 적금을 넣을 때 '복리 효과' 들어봤다면 알 겁니다. 국민연금처럼 커다란 돈이 해마다 복리효과를 누린다면 곳갓에 쌓이는 돈이 더 빨리 늘어나겠죠. 국민연금 보험료를 일찌감치 인상해서 걷는다면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 있습니다.


또 고갈 시점에 지급해야 할 돈이 모자랄 때 우리 세금을 더 걷어가는 불상사도 피할 수 있죠. 이것이 만약 불가능하다면 덜 돌려주거나 늦게 돌려주는 것 밖에 없는데 이건 받는 사람 입장에선 화가 날 일입니다. 기껏 부어놓고 남좋은 일하는 돈이라는 인식 때문에 이러한 방안도 동의를 얻기 힘듭니다. 


자연스레 여론을 살펴야 하는 여느 정권, 정치권에선 이제 이 독이든 성배를 들어야 합니다. 역대 어느 정부도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이 문제를 이제는 더 늦출 이유가 없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에도 욕먹는 곳


그나마 이렇게 낮은 보험료율로 여태 버틴 건 기금운용에서 대단히 선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에서 이리까고 저리까고 잘해도 못해도 욕을 하지만 다시 잘 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기금은 짧은 연금 역사에 비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잘 해내고 있다는 겁니다. 


국민연금이 기금규모로 작년 말 기준으로 949조원, 무려 세계 2위, 수익률도 최상위 수준입니다. 가령 국민연금이 테슬라 처음 샀을 때 평단가가 11.4달러였던 것이 지난해까지 100배 넘게 수익을 냈고, 애플에 투자한 자금으로도 16배 수익을 낼 만큼 잘 굴린 것으로 알려져있죠.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세계 여느 연기금보다 손실이 적었고 작년과 재작년 7~9% 안정된 성과를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식 테슬라의 대표차종 모델 Y. 출처 : 테슬라 홈페이지)


국민연금기금은 949조원에서 2030년대 후반에 가면 1800조원까지 늘어나는데 이때를 정점으로 더 늘리지를 못하게 되면서 이런한 운영 성과만으로 더는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하지만 설령 기금에서 사두었던 주식이며 부동산을 처분한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대주주이며 국내 주요 상장사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큰손입니다. 국민연금이 이 주식을 처분한다고 결정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조용히 팔아도 주가에 영향은 불가피 할 겁니다. 나라의 경제력에 타격을 주면서 기금의 보유 자산을 모조리 처분하는 가능성은 아직 낮은게 사실입니다.


(한눈에 보는 국민연금기금 포트폴리오. 출처 :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그래서, 90년대생은 받는다는 거야 못 받는다는 거야?


받을 수 있다가 정답에 가깝습니다. 국민연금의 딱 하나 문제라고 하면 '나라가 평생 지급을 보장한다'고 계약서에 써주지 않았단 겁니다. '법으로 한 줄 써놓으면 나라빚 늘어서 신용도 떨어질건데 책임질거냐? 부채가 늘어난다!'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 거죠. 그럼에도 명문화하지 못했을 뿐, 결국 보험료를 올리든 세금으로 충당하든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게 국민연금입니다.


우선 앞서 말했듯 기금을 소진하는 것부터가 큰 과제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은 주식, 채권, 부동산. 아주 많은 자산을 골고루 갖고 있죠. 30년 뒤 국민연금이 보유하게 될 자산은 우리나라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가 됩니다. 이걸 진짜 처분할 건지 다른 대안을 마련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만일 보험료를 올리는 개혁이 없다면, 유럽의 국가들처럼 지급시스템을 바꾸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해에 연금을 걷어 되돌려 주는 방식을 사회적으로 합의한다면 설령 고갈 되거나 기금을 다 쓰기 어려워도 시스템은 유지 가능합니다.


받을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는 겁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대목은 미리 적은 비용을 들여 고갈 걱정을 막을 수 있던 문제를 비싸고 불필요한 세금까지 동원해 막게 될 처지가 됐다는 겁니다. 누구도 책임을 지거나 따지지 못한 채로 말이죠.

(출처 : 셔터스톡)


그럼에도 국민연금을 가입해야 하는 걸까?


20대라면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를 느끼기 힘든 시기입니다. 정확히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 노후가 온다는 느낌도 없을 시기죠. 이런 착각은 30대건 40대건 똑같이 겪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을 OECD 1위이고, 이런 소득 절벽은 대기업 출신에게도 어김없이 다가오고 나이 기준으로 55세부터 칼같이 시작되는게 보통입니다. 운이 좋아 정년까지 일을 해도 5년 이상 소득이 없는 시기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겁니다. 직장을 오래 다니지 않아서 퇴직연금도 없는 경우라면 더 빨리 찾아오는게 노후빈곤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연금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3층 연금'이 그것이죠. 잘 나가던 직장인에서 소득 절벽으로 떨어지는 순간 이러한 소득 충격을 완충하는 매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일 바닥에 국민연금, 그 위에 퇴직연금, 그 위에 개인연금이 있고 미리미리 소액으로 준비해야 하죠.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을 못채웠다면 소액으로라도 자격을 채우고, 가능하면 최대한 길게 납입해야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개인연금은 20대부터 무리해서 가입할 필요는 없지만 30대 이후엔 서서히 금액을 늘려나가는 게 현명합니다. 나라도 국민 모두를 온전히 책임질 수 없어서 개인연금을 이용하라고 세금도 깎아주고 가입도 장려하고 있는게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90년대생은 못 받는다. 라는 뉴스 한 줄에 화가나서 국민연금 가입 통지서를 외면하지 말고 1년 이라도 먼저 가입하고 소액으로 오래오래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겠죠. 혹시라도 보험료율이 더 오른다면 시간을 무기로 갖고 있는 20대와 30대, 하루라도 먼저 넣기 시작한 사람이 '경제적인 자유'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 스스로 미래를 더 낙관하고 강한 마음으로 대비할 수 있길 바랍니다

(출처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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