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이인 5장
우리는 업무 시 ‘배민 라이더스’라는 앱을 이용한다. 앱에서 운행 시작을 누르면 현재 주문 콜들이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자기 위치에서 가까운 콜이 뜨면 ‘추천’이라는 소리를 통해 그 사람에게 우선 15초간 보여주는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그래서 라이더들은 추천이라는 소리에 민감하고, 늘 마음이 거기에 가 있다. 새로 들어온 추천 콜 중에 꿀콜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늦게 일어나 머리를 감으면서도, 배달 온 신문을 챙기러 가면서도 내 마음도 추천 소리에 가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점심 약속 시각에 맞춰 오다가도, 추천을 통해 들어온 꿀콜을 잡고서 말한다.
“꿀콜이 떴네. 밥은 다음에 먹자.”
“.........”
그렇게 나머지 한 명은 졸지에 혼밥을 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또는 밥을 먹다가도 단거리 꿀콜이 뜨면 5분 만에 해치우고 오겠다며 밥을 먹는 중에 나갔다 오는 경우도 있다. 마음이 늘 그곳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일하는 중에 추천 소리에 마음이 머물 듯,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마음이 머물러야 할 곳은 어디일까. 공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君子(군자) 無終食之間違仁(무종식지간위인), 造次必於是(조차필어시), 顚沛必於是(전패필어시).
군자는 밥을 먹는 동안에도 인(仁)을 떠남이 없으니, 다급한 때에도 반드시 인(仁)에 머물고, 위태로운 때에도 반드시 인(仁)에 머문다.
인(仁)은 『논어』의 가장 핵심이 되는 개념이다. 원문으로 그 의미망을 이해해보려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부득이 가장 가까운 번역어를 고른다면 ‘남에게 가닿는 마음’이자, ‘공감하는 마음’이자, ‘사랑하는 마음’으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마음들을 내려면 내 마음이 비어 있어야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내 마음이 내 생각으로만 꽉 차 있다면 남의 마음을 함께 해보려는 공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박에 그렇게 될 수 없기에 한 가지 일에서 마음이 떠나지 않는 경험을 통해서, 인(仁)의 자리를 이해해보려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이라도 늘 인(仁)에서 떠남이 없어야 한다고 공자님은 말씀하시지만, 라이더들은 그렇게 늘 추천 소리에서 마음이 떠남이 없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왜 밥을 먹고 있는 동안에도 콜에 신경을 쓰는지 이해를 못 한다. 큰형님도 왜 밥 먹는 동안까지 콜을 잡는지 처음에는 이해를 못 하셨다. 본인은 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하지만 결국 다 그렇게 비슷해진다. 그래도 밥 먹는 중에 나갔다 오는 건 좀 자제할 일이 아닌가 싶다.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도, 신호대기 중에도, 심지어는 주행 중에도 추천 소리가 들리면 우리는 어김없이 폰을 바라본다. 마음 한 자락이 추천 소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음 한 자락이 늘 거기에 머물러 있어, 자동반사적으로 눈이 움직이는 것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던 어떤 동생은 시간이 금방 간다는 말을 했는데, 그건 아마도 마음이 추천 소리에 연결돼 있어, 일적인 행위 외에 다른 마음들이 끼어들 틈이 없어서일 것이다.
맹자는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즉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바로 인(仁)에서 나오는 하나의 단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남에게 가닿는 내 마음인 것이다. 적어도 거짓이 아닌 ‘진심’이어야 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가 밥을 먹고, 위급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해서도 추천 소리에서 마음이 떠나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어떤 사건·사고에 맞닥뜨리더라도 떠나서는 안 되는 그 마음자리, 즉 우리 안에서 측은지심이 뿜어져 나오는 그 자리가 모두가 가지고 태어난 인(仁)이다. 공자는 말한다. 24시간 인(仁)에서 떠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