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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선 Jul 17. 2021

배달원 노조의 탄생

시경 葛覃(갈담)

짜장면, 치킨, 피자, 햄버거 등등 전국의 수많은 업소에 각각 귀속되어 배달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플랫폼 배달업계 밑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제는 배달원들의 노동조합이 생길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틀이 마련된 것이다.


뭉칠 수 있는 틀이 마련되니, 역시나 배달원들의 노조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노조라는 것도 일종의 사업이라 시장선점이 중요하다. 그렇게 현재는 민주노총 배민라이더스 지회, 라이더유니온 등 서너 곳에 배달원의 권익을 위한 단체가 만들어졌다.


노조가 생긴 지 몰랐던 나는 B마트 전담 라이더로 꿀을 빨고 있던 어느 날, 성동 B마트 앞에서 노조 가입을 권유하는 팸플릿을 받았다. 민주노총 배민지회였다. 노조가 생겼다고 하니 오랜 세월 배달업에 종사해온 나는 내심 올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팸플릿에 따라 일단 가입하고 볼 일이었다.


또 어쩌다가 라이더유니온(=라유)이라는 노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왜 노조가 두 개인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두 개면 노조로서의 힘이 반토막 나니 노조 가입이 딱히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아보니 라유는 배민라이더 뿐만 아니라 전국의 중소 업체에 속한 배달원들이 가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당시에 나름 음식배달업에 있어 귀족층 벌이에 속하는 배민에서 벌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라유에 가입을 해서 중소 업체에서 일하는 배달원들의 권익향상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라유에 가입하여 후원활동을 하는 것은 내 입장에서 당연한 것 같았다.


이렇게 노조 초창기에 두 개 노조를 가입해 노조 활동에 있어 전면적으로 참여를 했다. 아직 100명에도 훨씬 못 미치는 조합원들이니, 시간적 여건과 지리적 여건에 있어 실제 행동을 위한 현장 참여 조합원들의 수는 더 적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새싹이 초목이 되어 방향을 잡을 때까지는 아깝더라도 내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는 이상한 의무감에 사로잡혔다.


배민지회는 마포용산 배달원들이 뭉쳐 만들어진 조직이라 그런지, 초반에 딱히 어떤 활동을 하기보다는 월마다 술자리 친목모임이 주로였다. 딱히 술자리를 즐기지 않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매월 참여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러다 한 번 대대적으로 국회 오토바이 행진을 개최했는데 친목에 바탕을 두어서 그런지, 참여인원이 상당해 그림이 나오는 풍경이 뉴스에 연출되었다.


반면에 라유는 알바노조를 운영하던 사람들이 만들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짜임새 있는 공적 활동에 주력하는 모양새였다. 박정훈 위원장이 각 지역마다 둥지를 틀려 노력했기에 나도 내 지역모임에 참여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고, 각종 피켓 집회와 라이더 지원 활동을 벌이는 데 참여했다.


뭐 사실 라이더들이 뭉쳐 큰 입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지라,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난 이미 자유를 얻었고 또 내 기준에서는 먹고살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특수고용직으로 고용했으면서도 근무에 간섭을 하는 중소 배달대행업체들의 횡포가 남아있고, 안전운전에 익숙지 않아 몸을 다쳐서 먹고살만하지 못하게 되는 배달원이 있기에 두 노조가 더욱 성장해서 단단한 뿌리를 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경 葛覃(갈담)


葛之覃兮(갈지담혜) 施于中谷(이우중곡), 維葉萋萋(유엽처처).

黃鳥于飛(황조우비) 集于灌木(집우관목), 其鳴喈喈(기명개개).


칡덩굴 뻗어서 골짜기 가운데로 옮겨가, 그 잎사귀 첩첩히 무성하네.

꾀꼬리들 날아올라 풍성한 나무에 모여 앉으니, 그 개개거리는 울음소리 조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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