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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선 Oct 09. 2022

노자가 말하는 지도자 등급


이번에 노자17장의 지도자 등급을 읽으며 크게는 세계 정치 상황, 작게는 여러 업장들의 사장님 스타일들과 겹치는 재미있는 구간이 있어, 정리를 해보았네요.


● 아랫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3등급의 지도자’


『노자 17장』에서는 국민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지도자를 두고 3등급의 지도자(其次畏之)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은혜로움을 베풀고 인자함으로 사람을 부리지 못하고, 자신의 위엄과 권세만 믿고서 법은 아랑곳 하지 않고 권력을 휘두르던 폭군(暴君)의 전형은 인류 이래로 계속해서 출현해왔습니다. 폭군의 등장은 곧 그 나라의 쇠락과 멸망이 다가오고 있다는 시그널로 볼 수도 있죠.


기원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하나라 걸왕(桀王), 은나라 주왕(紂王), 주나라 유왕(幽王) 등이 권력을 심하게 부리며 주색잡기로 국고를 탕진하면서 나라를 부지런히 착실하게 말아드셨습니다. 그 댓가로 그들은 제대로된 죽음을 맞이할 수 없었고요.(하지만 뒷감당은 역시 백성들의 고된 노력으로...ㅎㅎ)

또 자기 입맛대로 법을 만들며 백성들을 옥죄었던 법가(法家)들과 진시황 역시 법이라는 이름으로 백성들을 억압하며 벌벌 떨게 만들었죠. 그래서 법가의 대표주자인 상앙(商鞅)과 이사(李斯) 역시 자기 명을 다 살고 가지 못했고, 통일국가 진나라는 20년을 넘기지 못하고 멸망했습니다. 서양사에서는 아무래도 히틀러가 대표적이겠고요.

이렇게 백성들 심리에 직접적으로 공포감을 심어주거나 또는 간접적으로 법으로 강하게 옥죄는 것은 결국 그 재앙이 돌고 돌아 자기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는 듯합니다.


● 아랫사람들이 그를 친근히 여기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만드는 ‘2등급의 지도자’


그럼 노자는 2등급의 지도자는 무엇이라 하는가도 궁금하실텐데요.

2등급의 지도자는 ‘아랫사람들이 그를 친근히 여기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지도자(其次親而譽之)’입니다. 아랫사람들이 그의 지도력을 기뻐하고 칭송하는 경우죠. 의외죠? 이 정도면 1등급이 아닌가 싶으니까요. 물론 유가의 정치관에서는 1등급이 맞습니다. 하지만 노자의 정치관에서는 2등급입니다. 왜냐하면 아랫사람들이 친근히 여기고 자랑스럽게 만들려는 인위적인 노력, 즉 유위(有爲)를 행했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빚어낸 성과라며 자랑하고, 토닥토닥 다독이는 인자함을 드넓게 베풀어서 사람들에게 ‘너 나한테 은혜롭게 생각해라~’라는 시그널을 심어준 거니까요.


어차피 국민들이 최고의 명성을 부여해줬고, 또 자기돈도 아닌 세금으로 여러 정책을 펴고 있는데 뭐하러 칭송까지 해줘야 하나?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지! 싶지만, 그래도 이런 2등급의 지도자도 흔하게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 잘하라고 격려 및 칭찬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네요~^^


● 1등급의 지도자

그럼 노자가 말하는 대망의 1등급의 지도자는 무엇인가???

‘가장 지극한 덕을 가진 지도자는 아랫사람들이 그가 있다는 것만을 알뿐이다.(太上下知有之)’인데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지도자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누군지는 정확히 모르는 상태로 일상생활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나갈 뿐이라는 겁니다.


왜 누군지도 모르는가? 1등급의 지도자는 도(道)의 작용과 하나가 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도(道)를 쉽게 설명하자면 ‘사계절의 순환을 만드는 그 어떤 에너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무언가의 흐름이 있기 때문에 사계절이 순환할 수 있는 거니까요. 다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죠. 우리가 눈으로 모든 빛의 파장을 볼 수 없고, 모든 전자기파 에너지를 볼 수 없는 것처럼요.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제한적이죠.


그러니까 1등급의 지도자는 이런 도(道)의 작용과 마찬가지로 원활하고 성대한 흐름을 만들어내면서도 ‘내가 이렇게 하고 있다’라는 말이나 자랑을 하지 않죠. 사계절을 만들어 냄으로써 만물(인간 포함)을 키워내고 성장시키고 있는 도(道) 역시, 자기가 성장시킨 모든 만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자신이 했다고 말하지도 않으니까요. 그저 말없이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할 뿐인거죠. 하여튼 1등급은 '인위적으로 하지 않고 저절로 그러함에 따르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경지에 오른 성인(聖人)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자면, 노자 당시 시대에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요즘은 언론이 발달해서 사람들이 모를 수가 없죠.ㅎㅎ 시대가 바꼈으니 지금은 1등급의 지도자 기준을 조금 낮춰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나는 명성과 월급만 받아먹고 한 게 없다’는 마인드로 성과를 아랫사람들에게 미루는 겸손의 극치를 달리는 사람 정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요즘은 이런 걸 처세술로 활용하며 권모술수의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기에... 제가 쉽게 단언할 수가 없네요. ㅎㅎ


이렇게 노자님이 등급을 잘 나눠주시긴 했지만서도... 한편으로는 다 떠나서 ‘진실되며 성실하여 거짓이 없는 사람(誠)’이면 지도자로 충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중용 25장』에도 다음과 같은 메세지를 전하고 있으니까요.


'성실하고 진실하지 않으면 만물의 성장은 없다(不誠無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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