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비 Jan 20. 2020

글로 배운 육아와 현실 육아 사이에서

육아를 글로 배웠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육아 노하우가 담긴 책들을 여러 권 읽었다. 잠 잘 재우는 방법, 화내지 않고 육아하는 방법,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 같은 수많은 방법들을 책에서 배웠다. 책을 읽으며 나만의 육아법을 상상하곤 했다.

아이는 책대로 자라주지 않았다. 매순간 우리 아이는 예외였다.


어느 날은 놀러 온 친구에게 아이 키우기 얼마나 힘든지 하소연을 했다. 아이가 한참 고집이 세지던 시기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의 존재도 알게 되어 유튜브를 보겠다고 떼를 쓰곤 했다. 스마트폰을 숨기고 아이는 달라고 조르는 일이 매일 반복되었다. 많은 것들에 너그러워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것에는 너그러워지지 않았다. 그 이슈 또한 하소연으로 이어졌다.

“유튜브의 세계에 빠지면 답이 없어.”

“왜, 유튜브는 보여주면 안 돼?”
“아직 어리잖아. 스스로 판단할 줄 모르니까.”

“유튜브에도 교육적이고 좋은 영상들이 많잖아.”
“그건 맞는데 스마트폰으로 보기 시작하면 집착하니까. 스스로 제어가 안돼. 그래서 못 보게 하는 거야.”

“우리 어릴 땐 엄마가 컴퓨터 게임 그만하라고 그렇게 말렸잖아.”
“맞아. 그땐 오락실만 가도 혼나고 그랬어.”

“그런데 그때 열심히 게임하던 친구들은 프로게이머가 됐어.”
“맞아, 너희 엄마가 그렇게 안 말렸으면 너도 프로게이머 됐을지도 모르지.”

“아이들 시대는 우리와 또 다를 텐데 답을 정해놓는다는 게 더 어렵지 않니?”

친구의 말은 틀린 데가 없었다. 나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영상매체에 익숙한 아이들의 세상은 지금과 또 다를 것이다. 주말을 집에서 보내는 동안 아이는 지루한 시간 틈틈이 영상을 보고 싶어 했다. 더 이상은 말리지 않았다. 좋아하는 캐릭터에 빠져 영상을 보다가 어느 순간엔 다른 놀이를 찾기도 했다. 조금 기다려주자 생각하니 내 마음에도 찜찜함이 남지 않았다.

아이는 자랄수록 자기 생각과 주장이 강해진다. 내 생각대로 말리면 더 심하게 떼를 쓴다. 엄마의 고집으로 아이의 기를 이렇게까지 꺾어야 하나 싶다. 받아주자면 내 마음이 태평양이 되어야 하니 그마저도 아직 부족하다.  정답 없는 육아는 책으로만 배워서 될 일이 아니었다. 날이 갈수록 그렇다. 오늘도 내 아이와  잘 지내기 위해 친절한 안내서들의 내용과 두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는 아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지식을 쌓아가던 계단에서 내려와 내 방식이 아닌 내 아이를 잘 이해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볼 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단순한 생활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