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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Feb 01. 2020

철새와 이웃이 되는 것에 대하여

거실 창 너머로 줄지어 새들이 날아간다. 우리 동네에는 새가 많다. 낙동강 하구에 떠 있는 을숙도에는 사계절 온갖 새들이 날아든다. 사람이 사는 동네는 철새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 새들이 편안한 높이로 날도록 새로 지은 아파트도 높지 않다. 도로의 유리 방음벽 곳곳에는 새들이 피해 가도록 맹금류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철새는 분명 이방인일 텐데 우리 동네에선 대접이 후하다. 관광객도 모이고 풍경도 아름다우니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차를 타고 달리다 보니 어느 식당의 유리창에 날갯짓하는 독수리가 가득하다. 식당 주인이 붙인 스티커인 듯했다.


'어쩜 이런 기발한 생각을 했을까.'


날아가던 철새에게 스티커의 독수리는 이렇게 보일 것이다.


"나 무섭지? 그러니까 저리 썩 꺼져"


작은 새들은 깜짝 놀라 달아나며 창문에 부딪힐 위험을 넘길 것이다. 기발하고 귀여운 아이디어가 좋았다.

작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겁을 준다니. 독수리가 정의의 용사인 것 같았다. 겁주는 허수아비 같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사실 이 스티커는 별로 효과가 없다고 한다. 독수리 모양이라도 새를 쫓지는 못하나 보다.

어느 도시에선 맹금류 스티커를 가득 붙였는데도 많은 새들이 벽을 피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무리 배려가 깊다 해도 사람이 새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나보다.


강 너머로 다시 한 무리의 철새가 날아간다. 아파트 빼곡한 이곳으로 말고 잔잔한 강 위로 즐겁게 날았으면 좋겠다. 어디에도 부딪히지 말고 내년 겨울에도 그다음 해에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방인이 아닌 집 떠났다 돌아오는 식구처럼. 날아가는 새가 기특하고 아름답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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