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삶 역시 열역학 제2법칙을 따른다. 자연의 흐름을 무질서도의 증가와 연결시키는 법칙처럼, 내 하루하루도 가만히 냅두면 점점 흩어져버린다. 이번 달은 그 전달에 비하여 더 빠르고 무의미하게 지나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이 어디서부터 틀어졌을까. 7월은 꽤나 근사했는데.
그래서 경험적으로 비교해봤다. 뭘 안 했나 하고. 이불 정리. 제시간에 자기. 지하철에서 책 읽기. 운동하기. 역시. 대게는 술을 마신 다음 날 삶의 몇몇 파편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회할 때쯤이면, 삶은 시시하게 사는 것이 가장 재밌다는 역설을 느낀다. 자극적인 것들로 하루를 채우기 시작하면, 그것들이 내 뇌 속 바닥상태 의식을 들뜨게 해 버린다. 말대로, 신나 버린 나는 머릿속을 더 헤집어놓을 일만 충동적으로 찾는다. 악순환의 고리를 완성하는 것은 가라앉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여백과 정적을 불안해하며 끊임없이 가령 휴대폰을 만지작 거린다. 의식이 그렇게 끝끝내 흐려지는 것이다.
정확한 방향은 정반대인 것이다. 오래된 다락방을 뛰어다니면 먼지가 피어오른다. 그러니깐 뛰어다니지 말고 사뿐히 뒤꿈치를 들고 걸어야 한다. 그렇게 시시하게 다락방을 돌아다니다 보면 반짝 빛나는 먼지들이 무언가 알려주지 않을까. 모르겠다. 24년을 뛰어다녀봤는데 내가 원하는 방향성은 아니었으니깐 이번엔 살금살금 다녀야지. "이제는 다시 삶을 수축시키자. 그 중심점으로 글과 책만 한 것이 없으니 매일 글을 읽고 쓰자." 재회 인사말이 길었다. 잘 부탁해, br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