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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보다 우연한

by 포도송이 x 인자

공공도서관에서 일한 지 벌써 6년째다. 늘 유행을 좇으며 긴장 속에 살아야 했던 광고 일을 그만두고 나니,
전혀 다른 빛깔의 시간이 내 앞에 펼쳐졌다. 내가 도서관에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되리라고는, 그땐 꿈에도 몰랐다.


— 『삶은 도서관』 프롤로그 중에서


오늘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두었던 감사함을 직접 전하고 왔습니다.

쉼 없이 일해온 20년의 직장 생활이 멈춰섰던 어느 시점,
전문직도 아니고,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여성이 다시 일자리를 얻는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삶의 바깥으로 내던져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내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이 공공일자리였습니다.

문재인 전대통령의 재임 시절, 공공일자리가 확대되던 시기였습니다.
비록 작은 자리였지만 공공도서관 공무직으로 취업했고,
정식 사서는 아니었으나 정년이 보장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의 바닥이 다시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의 문제를 넘어 내 삶의 결을 바꾸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일하다 보니 다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도서관에 오시는 이들의 온기, 그들이 대출해가는 책이 품은 인생의 서사가

저를 다시 ‘쓰는 사람’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6년.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제 첫 번째 에세이 『삶은 도서관』이 완성되었습니다.

드디어, 오늘 그 출발점이 된 분께 감사의 마음을 직접 전하고 왔습니다.

평산책방을 다녀왔습니다. 문재인 평산책방지기님을 만나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 그분을 만날 거라는 확신은 없었습니다.
안 계시면 즐거운 여행, 계시면 그것도 하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계획대로만 흘러가던가요?
진심은 언젠가는 닿게 마련이고,

목적 없이 내던져진 순정한 마음이 오히려 운명을 데려오기도 하니까요.


그것이 제가 믿는 삶의 모양이고,『삶은 도서관』이라는 책이 품고 있는 엉뚱하고도 따뜻한 온기입니다.


감사함을 전하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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