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작년 쯤 커리어리라는 SNS에 면접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한창 면접을 보러다닐 때 읽었던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그리고 크게 공감하여 내 생각을 담아 글을 쓰게 되었고, 그 글의 조회수는 10,000 이 넘었다.
https://careerly.co.kr/comments/28885?utm_campaign=self-share
지금도 나는 이 문장에 공감한다. 한 달 전부터 '면접'이라는 글감을 브런치스토리 서랍에 넣었두었고, 이제 꺼내어 다시금 깨달은 바를 써본다.
"자기 소개부터 들어볼까요?"
2명의 면접관 중 한 분이 엄근진 표정으로 쳐다본다. 평소 잘못한 일도 없는데, 눈빛 하나에 마음이 초조해지고 살짝 긴장이 된다. 미리 준비해둔 자기소개를 했다. 침착하게 면접관의 표정을 한 번씩 쳐다보며 '나는 성심성의껏 면접을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마음을 전달한다.
자기소개가 끝나면 면접관들은 미리 준비해둔 질문을 하나씩 꺼낸다. 길게는 1시간 30분, 짧게는 20분 정도로 진행되는 수 십번의 눈빛 교환과 예상하지 못한 질문과 답변들, 그리고 그 속에서 오가는 궁금증과 절실함 등의 감정들이 교차한다. 신경이 무척쓰였다. 내가 쓰는 단어 한 개, 조사의 형태, 눈빛, 표정, 몸짓, 얼굴의 근육경련 등 모든 것이 슬로우모션을 거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면접관들의 질문들과 알 수 없는 답변에서 희노애락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서 나를 알리고 온다.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요"
온 힘을 다한 면접에는 그 당일은 하루 종일 가만히 있고 싶다. 좋은 경험이었다면 개운한 피로감을 느끼지만 좋지 않았을 때는 정말 누워서 숨조차도 쉬기 싫을 정도로, 그 때의 순간이 턱 하니 다가오곤 했다. 결과는 나도 알고 있다. 수 십번의 면접 경험과 직접 면접관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기에 예상되는 결과에 때론 짜릿한 설레임이 찾아오지만 때론 허탈감에 기운이 빠질 때가 많다. 그러나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이 앉아서 업무만 하던 면접관의 태도였다.
면접에 대한 노하우는 많다. '면접관은 도와주는 사람이다.' '당당하게 떨자',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자' 등의 친절한 아티클들을 읽고 격려를 받은 적도 많다. 하지만 면접관 또한 면접관으로서 준비해야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훌륭한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면접관의 태도때문에 가고 싶지 않은 경험도 있었고, 경험 상 면접을 보자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입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면접은 회사의 첫인상이다. 첫인상은 노력으로 좋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배경을 토대로 내가 겪으면서 고민한 인터뷰어로서 꼭 새겨야할 3가지를 정리해본다
"XX님, 이력서 안읽어보셨어요?"
최근에 들었던 면접관끼리 오고 간 말이다. 아마 한 분은 그냥 따라오래서 따라온 것 같다. 나에게 눈길도 없었고 오로지 개인작업을 열심히 하고 계시던 분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마지못해 질문을 하시는데, 내 이력과 전혀 다른 이력을 가지고 이야기하셨다. 물론 실무가 너무 바쁘셔서 그랬겠지만(이해는 못하지만) 면접 또한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다행히 면접은 잘 끝났고 오퍼 제의까지 왔지만, 합류하지 않았다. 상장까지 한 꽤 유명한 기업이었지만 면접 때 느꼈던 기분이 결정의 큰 이유가 되었다. 이런 사태가 흔한 일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인터뷰이의 정보와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을 1시간 전이라도 시간내서 읽어보고 정리해서 면접장에 가자.
"지원자님, 자기소개 해주세요"
내가 앉자마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면접관은 면접자에 대한 궁금증이 당연히 많을테고 면접 진행 절차라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면접자도 마찬가지로 면접관들이 누군지 궁금하고, 회사미팅룸이라는 경직된 공감에서 긴장감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서로가 최소한의 검증을 패스한 후 본격적으로 알아보는 자리이다. 홈그라운드인 면접관들이 분위기를 풀어주자. 필수요건은 아니겠지만 먼저 회사와 본인을 소개한다면 면접자 또한 정보를 더 많이 가진 상태에서 잘 어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면접관들은 면접자들을 매의 눈으로 검증하되 그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도 생각해야 한다.
"여기 휴지있어요. 긴장 많이 되시죠?"
배려에 관한 긍정적인 경험이 있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고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땀을 많이 흘린다. 대부분은 땀이 나서 불편하더라도 참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땀이 날 무렵, 한 면접관이 말없이 휴지를 가져다주면서 차분해지기를 기다려주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면접은 결과가 좋았다. 긴장이 풀리자 생각해왔던 대답들을 차분히 설명하였고, 질문의 의도 또한 정확히 짚어내었다. 면접은 서로가 시간을 투입하는 만큼 윈윈하기 위한 소중한 과정이다. 또 언제 어디서 볼지 모를 소중한 인연일 수도 있다. 면접자 또한 면접관이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시각 자료를 준비해가거나 회사에 대한 질문들을 성심성의 껏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당연히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이야기하는 자세는 말할 것도 없다.
이 글은 인터뷰이의 입장에서 보면 좋을 글이라고 썼다. 하지만 인터뷰라는 상황을 벗어나 사람과 사람으로써 대화할 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정보를 대략적으로 검색을 해서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면 최소한의 정보를 통해 친밀감을 유도하고 좀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누군지 먼저 설명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쉽게 적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진출처 : Freepik (by ijeab)